1. 출시전 기대: 내 추억만 부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영웅전설 가가브 3부작의 엄청난 팬입니다. 초등학교때 피&기티를 사려고 한푼 두푼 용돈을 모았는데요. 알 수없는 이끌림으로 영웅전설3를 사버렸죠. 이게 제가 처음으로 산 게임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영웅전설5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플레이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가브 트릴로지는 첫 인터뷰부터 주목했던 게임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개발팀의 게임에 대한 애정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져서 기대됐었죠. 이후에 여러 일러스트가 풀리면서, 그때 당시 같이 영웅전설을 같이 플레이했던 친구와 이런저런 행복회로도 굴리고 그랬었습니다.

그리고 G스타에서 기다리던 게임 실기가 공개되었는데.... 이땐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에어워크를 하듯 걸어다니는 캐릭터들....부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단조로워 보이는 게임 패턴들.... 아마 오크툼과의 전투 시연이었던 것 같은데, 실망감이 너무 컸네요.


2. 출시 이후: 이정도면 추억 씹는 맛으론 꽤 맛잇네?

먼저, 지금 저는 모험 레벨 11에, 14지역을 공략 중입니다. 소-중과금 정도로 플레이하고 있어요.

상당히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된 정식 런칭. 저는 애초에 아무리 게임 평가가 안좋아도 일단 해보려고 생각은 했습니다. 이거 좀 잘팔리면 가가브 트릴로지의 리메이크...아니 리마스터라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린 시절 어빈 스토리와 풀더빙되어 말하는 영전4 캐릭터들을 보니 많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웅전설4 특유의 필드 BGM은, 이것만으로도 구영전 팬들에겐 큰 선물이었죠. 친구랑 같이, '어 척후조다, 어 충격 시빌이다', '허수아비에 전이문 있지 않았음? 응 아니야 쪽지 있었어'하면서 낄낄대며 플레이했습니다.  게르드나 섀넌같은 캐릭터가 플레이어블이 되는건 상상도 못했는데....이런 요소들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었던 거 같네요. 

게임 자체도 이거 꽤 할만합니다. G스타 시연버전에서 정말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냉정히 말해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트렌디하진 않습니다. 좀 더 완성도가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죠. 하지만 이정도면 추억 점수 보정하여 간신히 합격점....바로 아래까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게르드의 대사에 울컥하지 않은 팬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 다소 위상이 떨어진 명검 브류나크 ㅋㅋ


▲ 어린시절의 나를 절망케했던 독 척후조 ㄷㄷㄷ


▲ 그래픽, 전투, 시스템 모두 냉정히 말해 합격점은 아닙니다. 추억 보정 받아서 간신히 그 언저리는 되는 느낌


3. 앞으로의 전망과 예상: 진심인 디렉터 마인드만 믿고 간다

냉정히 말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추억 보정없이 하기엔 조금 애매한 느낌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왔고, 그 게임들과 게임성만으로 승부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없지 않죠. 하지만 이 게임은 구영전 팬들에겐 정말 선물과 같은 게임입니다. 최근 팔콤은 궤적 시리즈에만 집중하고 있고, 얼마전 닌다에서 발표된 것 역시 궤적 리메이크였으니까요 ㅠㅠ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디렉터가 이 게임에 정말 진심이라는 점입니다. 영웅전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유저들이 뭘 원하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게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찐팬의 디테일'은, 정말 놀라울 정도죠. 여기에 피드백 속도는 제가 해본 그 어떤 게임보다 빠르고, 만족스럽습니다. 

내년까지 영웅전설3를 마무리하고, 세계관과 잘 어우러지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전개하고싶다는 그 야망은, 영웅전설 팬이라면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기도 하죠.

이처럼 게임에 진심인 디렉터가 있으니, 앞으로도 기대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4. 그래서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갓겜인가요? 어떤 분한테 추천하나요?

갓겜은 아님. 하지만 추억 보정과 함께라면 팬들에게 선물과 같은 게임인 것은 틀림없음.
진심인 디렉터가 함께하니, 팬이라면 찍먹 ㄱㄱ 게르드를 직접 쓸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