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그 제로 여러분
열혈포링 입니다

저는 사진은 몇 장 없고
그 날을 글로 써보려합니다


10시까지 서울 망원역 인근 대회장을 가기 위해
지방에 거주하는 저는
새벽4시에 일어나 4:50에 집을 나섰습니다
게임 대회 출전을 위해
왕복 이천리를 가야하는 남편을 배웅한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순천역으로 태워준 아내에게
그래도 좋은 추억을 가득 가지고 내려오겠노라  
라며 다짐하고 그렇게 기차를 탔습니다



새벽 5시 20분 첫차
순천에서 익산까지는
지역 불균형 낙후된 미개발지역 답게
KTX가 일반기차와 같은 속도로 달립니다

익산까지 1시간 30분이 넘게 천천히 온 다음에야
비로소 고속열차다운 스피드를 발휘합니다

그렇게 용산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환승 또 환승하며 망원역으로 옵니다

오는 길에 지하철 카드 보증금 환급기에 넣으니
500원이 한 번 더 나와서 천원이 되었습니다





이때까지
뭔가 조짐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대회장에 오자
저와 같은 목적
그리고 같은 취미를 즐기는
몇 안되는 동지들을
이곳에서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저로서는
그 분들께 다가가 말을 거는 건
쉽지 않았어요

곧 서로 P.K를 해야할 적으로서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였죠









대회장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피시방인데 이런 시설이 구축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 곳에서 각종 대회를 개최할 것을 염두한 피시방 설계구나 싶어
제가 사는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에
두리번 두리번 거렸습니다

어수선하고 미흡한 진행도 보였지만

어릴 적 부터 즐겼던 라그나로크
남일 처럼 외면했던 대회를
이번엔 처음으로 그 주역이 되어 참가를 한다니
이 게임의 마지막 컨덴츠를 즐기는 구나 싶어서
잘 왔구나! 신청하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라그나로크에서 하고싶었던
버킷리스트를 달성하였기에
혼자 들뜨고 신나있었습니다

멀리서 왔다고
저랑 부산에서 오신 한 분이 같이 선물도 받았답니다

해설자분들이 순천을 몰라 어리둥절 하길래
차분하게 앞에 나가서 마이크 잡고
서울 촌 사람들에게
순천을 알려주고싶었지만
작은 선물에 기쁜 나머지
감정에 절제를 입혀봅니다



대회장은
선수와 관람객이 섞여 비좁았고
스태프 분들이 계속 의자를 가져다주시는 노력으로
불편을 최소화 하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금방금방 경기가 끝나서 경기내용도 이해를 못할만큼
눈이 못따라갔답니다

그렇지만
B조 흑두루미와 이카루스 제로의 경기는 달랐어요

비록 같은 제로서버 팀이 아쉽게 패했지만
게임 대회구나 싶은 높은 경기력으로
현장 사람들의 박수가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문제는

D조...


흑우 팀과  저희 허브 팀...



앞서 멋진 경기력에 사람들 기대도 올라있는데

우리팀은 사전에 세팅도 안해서  정말 참여만 한 것인데
긴장이 되었습니다

마치 슬램덩크에서

사상 최강의 팀 산왕과 대결을 앞둔
북산 선수들이
긴장하여 허벌라게 화장실을 들락거리듯
허브 선수들도 계속 다녀오더라구요


그 때
우리 팀에서 한 선수가
시작 전에 급똥이 마렵다고 호소했습니다

길원분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발현되어
없던 똥도
긁어모아 원기옥이 되어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았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급히 준비하는데
온통 영어라....

한정되게 지급되는 세팅 지원금의 절반을
보스카드인 타오군카로 사용하면서도

갑옷을 제 직업이 못끼는 갑옷에 박는바람에....

대회를 알몸으로 출격하게 됩니다

앞선 팀들의 대결에서 유독 수라유저분들이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여주셨기에
저의 부담은 알몸과 비례하여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공성용보라포션처럼 생긴 물약을 먹어야한다구 했지??

저는 알몸에서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셋팅 상점에서 공성용보라포션을
가득 샀습니다

1초라도 더 생존하리다




그리고 시작된 D조 대결


제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시작 직후 길원들의 멘탈을 흔듭니다

”어? 스킬이 안써져“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두려움에 물약을 너무 많이 사서
무게가 91%가 되어
스킬사용불가 상태가 된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길원이 비명을 지릅니다

”아 화장실 가고싶다고~~~“


그 말에 저는  무대포로 머리가 하얗게 된 상태로

걸어서 적진으로 갑니다


이건 무슨 전략인가요????

와아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저는 1초만에 폭사했습니다

상대도 저의 행동에 놀라 무슨 전술인가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한방에 가는 걸 보고
상대팀도 해설진도
그라고 관객, 시청자분들도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머리속은 벌써 채팅창에 올라올 악플과 조롱에 대한 걱정
서버를 대표한 것은 아니지만
몹시 부끄러운 상황을 연출한 것에 대한 미안함 등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중간 중간 글로벌쿨타임이 돌 때마다
길원분은 화장실 마렵다고 디코로 하울링을 외쳤고
그것은 가뜩이나
광속으로 끝나는 경기를
더욱 서두르는 명분이 된 것 같습니다


허무하고 부끄러워 아직도 재방송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같은 겜알못 일반인도
참여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겠다 생각이 들었으며

많은 연습을 통해
패하고서 분함을 느끼는 멋진 선수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는데
좋은 시간이였다 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아쉬운 건  먼 발걸음으로 와서
제로에서 함께 게임 즐기는 다른 분들도 많이 만나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적은 인원에 한정된 자본으로
대회 유치에 힘써준 그라비티
이로 인해 작은 추억 하나 더 만들어준 그라비티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참가상이 목적이었는데
너무 속보였나요??? ㅎㅎㅎ
그래도 때려보고는 싶었습니다


이상으로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