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토론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그래서 최근들이 여기 토론 게시판에 재미를 붙여서 자주 들리고 있는 게이머 중 한명입니다. 그리고 여기 토론장이 더 재밌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토론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쭉 보면 아예 대놓고 밑도 끝도 없는 비방이나 똥글을 써 놓는 사람도 있지만, 뭔가 의견이나 생각은 있는데 하도 그런 똥글들을 상대하다보니 제대로 상대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시거나 진지하게 달려들 필요성을 못느끼는 분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 그래서 가치 없는 글들을 아예 무시함으로써 보다 재밌고 그래도 전보다는 토론이라고 부를 만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여기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기자나 교수나 게임회사 수석 디자이너같은 사람들은 아닐거 아닙니까? 결국 비전문가 들이고, 따라서 엄청 심도 있고 수많은 실험을 거친 검증된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기억이나 의견에 대한 신빙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토론장에서 무슨 결론을 내린다고 한들 그게 어디에 반영되는 것도 아닐테고요. 그렇다면 결국 심심풀이 수준이라는거죠.

하지만 최소한 게임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이나 몰랐던 사실 등을 공유하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최소한 근거를 통한 주장을 펼치며 자신이 사용한 근거가 어느정도의 신빙성이 있는지를 표시해주고(기억, 분석자료, 발표자료 등) 지나친 비약이나 넘겨짚는게 있는지 등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무슨 전문 토론가들도 아닐테니 아주 철저할 필요는 없겠지만 노력은 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반박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이고요.

전 지금 "님들 토론 할줄 모르네요."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들 할 줄 알지만 안하고 계시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토론을 방해하는 단순 비방성 글들은 그냥 못본걸로 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어차피 그런거 게시판지기가 관리를 안해주니 자체 필터링 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근거가 탄탄하던 그렇지 않던간에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자신이 몰랐던 것을 알 수도 있고, 자신이랑 다른 관점으로 게임을 볼 수도 있으며, 맞다고 여긴 것이 틀리거나 틀리다고 여긴 것이 맞을 수도 있겠지요.

어떤 A 라는 사람이 주장을 펼쳤는데 그게 B라는 사람에 의해서 결국은 옳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면, 보통 게시판에서는 A가 욕을 먹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늘 옳을 수도 없는 것이고 잘못 알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적어도 토론 게시판이라면 A가 옳으니 그르니, B가 이겼느니 졌느니 등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주제에 대해서 가장 신빙성 있는 결론이 무엇인가에만 집중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위에서 예시로 든 A라는 사람도 자신이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을 정정했으니 좋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 주제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볼수 있어서 좋은 것이지요.

대부분의 글들을 보면 서로 자기 주장만 계속 반복하면서 서로의 얘기를 아예 고려하지도 않는 챗바퀴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게 아니라 이야기는 점점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전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디아블로가 흥하고 있으니 그에 관하여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디아블로3의 볼륨이 적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볼륨이 적은 것은 거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디아블로3가 욕을 먹을 포인트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만약 디아블로가 현재보다 한 10배의 볼륨을 갖고 출시 되었다고 해봅시다. 1~5막 정주행도 부담스러워서 모험모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10배의 볼륨으로 늘어난다 한들 그걸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요. 그럼 거기에 대하여 스카이림처럼 메인 스토리만 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를 넓게 분배하는 방식으로도 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누군가가 반박을 했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전 그건 디아블로3가 아니라 월드 오브 디아블로라고도 할 수 있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게임이라고 다시 반박할 것입니다. 거기에 다시 반박이 올라 올 수 있겠죠.

이에 대하여 그러면 디아블로3의 이름을 걸었더라도 더 볼륨을 늘릴 수 있느냐, 아니면 현재 볼륨이 최선이냐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디아블로3라는 이름에 어울리면서도 볼륨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올 수도 있고 그것이 과연 재미있을까 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전 제 처음의 주장인 현재 볼륨은 충분하다는 것을 무조건 우기는 것이 아니라 진행된 이야기에 따라서 의견을 바꿀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제가 또 배우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디아블로3가 아니라 월드 오브 디아블로를 만들어야 했다라던가, 디아블로는 패키지인가 온라인인가 하는 분쟁은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되고 토론을 끝없는 먼산으로 던져버리게 됩니다. 그 부분은 새롭게 게시글을 올려서 디아블로3를 만든 것은 실수이고 게이머의 성향이 변한 것을 고려하여 월드 오브 디아블로를 만들어야 했다는 주장을 새로 펼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예시입니다.)

이런 글을 제가 쓰긴 했지만 저도 전문가가 아니기에 혼자만에 생각에 빠지거나 넘겨짚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던가 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지적받고 심했다면 까여야 마땅한 것이지요. 그러면 전 그 부분을 반성해야하고요.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크게 감정 상하는 일 없이 매끄러운 토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니가 뭔데 이딴 글을 쓰냐"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리라고 봅니다. 선비 나셨다고 비꼬는 분도 있었으니까요. 전 단지 이러면 토론장이 더 재밌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고 제안을 하는거고 당연히 이걸 강제하거나 밀어붙일 권한도 없고 주제도 못됩니다. 그리고 좀 깔끔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는게, 설사 선비 코스프레라고 한들 그게 나쁠 이유가 있나요? 꼭 더럽게 놀아야 진실한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