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장을 디아블로 얘기로만 자꾸 도배하면 여기가 토론장이냐 디아블로 자게냐고 한소리 들을 거 같지만, 딱히 재밌는 주제를 투척하시는 분이 없으므로 디아블로 얘기 한번 더 꺼내봅니다.

디아 팬들은 디아블로를 까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게임이던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좋아하건 싫어하건 깔건 까는 것이고, 단지 까는 포인트가 영 엉뚱하니까 지적을 하는 것이지요. 디아블로에 대하여 평가를 한다면 저는 다음의 3가지 관점에 대하여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지만 제 머리로는 3가지만 떠오릅니다.

1. 디아블로 3는 디아블로 1, 2를 잘 계승 하였는가

2. 디아블로 3는 유사한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잘 만들어 졌는가

3. 디아블로 1, 2를 잇는 형태의 게임을 만든 것이 현재 상황에서 적절했는가


1) 많은 후속작 형태의 게임들이 까이는 이유가 바로 전작의 장점을 잘 이어오지 못해서 시리즈의 명성에 흠집을 냈을 경우입니다. 게임은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속작이 전작과 똑 닮을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너무 닮으면 발전이 없다고 되려 까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로는 딱 설명할 수 없는 그 시리즈만의 느낌이란 것이 있고, 이는 그 시리즈만의 특징이 플레이에서 감동을 불러오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대중적인 인기 보다는 팬들에게 더욱 민감한 사안이죠.

지금 제가 하는 얘기는 "디아블로 2는 재밌었는데, 디아블로 3는 재미 없으므로, 디아블로 3는 시리즈를 망쳤다" 정도로 간단하게 할 얘기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선 전작에서 이어져오는 장점들, 자신에게 감동을 주었던 부분들을 먼저 짚고 그 부분이 디아블로 3에서 이어졌는지 혹은 개선되었는지 혹은 망가뜨렸는지를 비교해야하는 부분이죠. 

한가지 예로 들자면 디아블로 1, 2에서 그 특유의 어둡고 호러스러운 부분이 이어지기를 기대하신 분들은 디아블로3의 어둡긴 하지만 유머도 있고 색감도 부드러운 일반적인 판타지 분위기에 실망하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언급했었죠. 이는 디아블로 3를 만드는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디아블로 1, 2의 대표적인 특징과 이 부분을 마음에 들어했던 팬들이 생각하는 특징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생긴 일일 것입니다. 어쩌면 디아블로 1, 2의 개발자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이 원인일지도 모르죠.

디아블로 1, 2를 호러게임의 일종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디아블로 3는 1, 2를 제대로 계승했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디아블로 1, 2는 어두운 배경의 판타지일 뿐이었으며, 그 부분은 충분히 이어져 왔고 그것이 디아블로 시리즈의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 호러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1, 2의 계승에 실패했다고 보긴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디아블로 1, 2가 호러게임일 수 밖에 없다는 명확한 근거와 전작의 개발자들의 의견을 들고 나온다면, 다수의 의견이 어떻게 되건 디아블로 3는 계승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죠. 제가 말하는 비판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2) 디아블로 3와 유사한 게임이란 결국 디아블로 1이나 2에서 감동을 느낀 개발자들이 그와 유사한 게임을 만든 것들을 말할 것입니다. 타이탄 퀘스트나 온라인인 던전스트라이커 등이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디아블로 1, 2의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만든 토치라이트도 있고요. 그리고 이 외에도 유사한 게임들이 많이 존재하며 인벤 기사에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일단 이런 게임들 중에서 디아블로보다 더 이슈화 된 게임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게임을 통째로 디아블로보다 괜찮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게임의 모든 요소가 전부 디아블로보다 못하다고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분 부분은 디아블로보다 더 나은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을 디아블로 3도 이런 것을 넣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정말로 좋은 효과를 불러 올 것인가, 아니면 디아블로에서는 오히려 안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 혹은 디아블로에 어울리는 형태로 바꾼다면 어떤게 좋을 것인가 등을 얘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대부분의 논쟁은 사실 현재 흐름에서 디아블로 3를 내놓는 것이 적절했는가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디아블로 3가 디아블로 1, 2를 제대로 계승했다고 한들 현 시대의 흐름에 과연 적절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디아블로 1, 2가 풍미했던 때에서 게임들은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극복하는 것을 반복하며 발전해가면서 새로운 형태를 띄게 되었고 현재로스는 롤이나 도타 같은 MOBA(AOS류)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태에서 과거에 유행했던 스타일의 게임을 신작으로 내놓는 것이 현명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블리자드는 전략시뮬레이션이 끝나갈 무렵에 내 놓은 워크래프트 3 이후로 전략시뮬레이션 형태가 아니난 MMORPG 형태로 이름 그대로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비록 선발 주자는 아니었으나 현재 거의 대부분의 MMORPG의 모범이 되었죠.

하지만 이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2나 디아블로 3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장르를 바꾼 것이 아닌 본래의 스타일을 고수한채로 출시되었고, 당연히 전작이 나올 때 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습니다. 그냥 잘 만든 작품 수준이었고, 블리자드라면 뭔가 다를거라는, 뭔가 게임계를 뒤흔드는 작품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팬들은 많은 실망감을 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실망감은 해당 작품들을 똥이나 쓰레기 취급하는 정도까지 번지게 되었으나 막상 각 작품들은 해당 장르에서는 실패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성과를 이루고 있죠.

비록 스2나 디3가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는 괜찮은 게임이라고 한들, 블리자드 팬들이 기대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죠. 스카이림이나 문명 같은 대작의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의 무언가를 기대했으나, 두 작품 다 그런 게임들을 능가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본다면 블리자드는 이전에 보였던 그 명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