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사회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백수이자 좋게 말하면 취준생 상태임
4개월 다니고 퇴사한 썰을 풀고자 함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될 것 같음

전전회사에서 업무량도 많아서 번-아웃 오고 있는 상태였는데,
인생사 살면서 이런 일을 다 겪기도 하는 구나.... 싶은 수준의 일도 겪어서 몸도 마음도 지쳐서 퇴사하게 되었음

퇴사를 결정하면서 4곳 정도 운이 좋아 서류가 붙고 면접도 봤음
그 중 2곳이 붙었고, 2곳 중 조건은 다소 떨어지지만 업무 난이도가 좀 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회사를 선택하게 되었음
내가 일하던 분야는 종사자끼리 암묵적으로 5단계 등급으로 대충 티어를 나누었는데, 최상위 등급은 업무도 어렵고 그만큼 처우도 좋음
(그렇다고 5등급 회사의 업무 대비 처우가 안좋냐고 물어보면 회사 바이 회사임, 쉽게 말해 중소기업도 1등급이라고 하면 처우가 좋고, 대기업도 5등급이라고 하면 당연히 처우가 좋음)
그렇게 줄을 세워본다면 최상위 등급을 1이라고 한다면 최하위 등급은 5로 분류할 수 있고, 난 원래 2등급에서 일하다가 4등급 수준의 회사를 갔다고 생각하면 편함

여차 저차 정리하면 2등급 수준의 업무 강도가 높은 회사에서 번-아웃이 와서 업무 강도를 좀 낮춰서 처우가 좀 다소 안좋더라도 4등급 수준의 업무 강도의 회사를 갔음
(처우 차이도 뭐 연봉으로 따지면 전회사에서 날 좀 좋게 평가해줬던 탓에 200 차이 밖에 안나서 내 정신 건강을 생각해서 연봉 200 정도는 신경 안썼음)

처음엔 이직하고 나서 너무 좋았음
일의 수준도 마치 대학에서 유체역학 풀다가 등비수열, 등차수열 풀라는 느낌이었고 하루에 유체역학 문제 20개 푸세요에서 기본 등비수열 10개 푸세요로 바뀐 수준이어서 너무 너무 좋았음
뭐 가끔 내가 전회사 직급별 평균 연봉 수준 생각하면 어느정도 많이 받는 편이어서 유체역학 문제 5개 풀어주세요도 있었지만 솔직히 20개 풀다가 5개 푸세요하면 아무 것도 아니잖슴? 그래서 네~네~ 하고 잘다녔음
그러다가 내부적으로 숨겨왔던 업무 지시가 할당이 되었음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었냐......
내가 총 5단계 등급이 있다고 하면 2등급 수준 회사를 다녔었다고 했잖슴?
전회사는 4등급 수준의 회사였고 여기 계시는 분들이 3 ~ 4단계 등급의 수준을 다녔던 것이 최고 수준이었음
근데 회사가 먹거리를 찾고자 2등급까지 건들게 되었다는 부분인데, 일을 하시는 분들이 3등급도 해보고 4등급도 해봤는데 큰 차이가 없더라. 라고 하시면서 2등급 사업을 준비하자고 하심.
다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업무 난이도 차이가 어느 정도로 있냐면...

1등급 - 박사과정
2등급 - 학부 3학년 또는 4학년 과정 ~ 석사과정
3등급 - 고2
4등급 - 고1
5등급 - 중2 ~ 3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음
그니까 고1 ~ 고2 수준에서 일을 하셨었기 때문에 고1이나 고2나 무슨 차이겠어? 이거거든...
그래서 이분들 생각에는 2등급도 끽해야 고3 수준이겠거니 생각을 했던 것 같음

그래서 내가 주변에 1 ~ 2등급 하신 분들 안계세요? 하고 물었더니 다들 잘모르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게 그렇게 쉽게 될 일이 아닙니다. 했더니 2등급이 빡세봐야 얼마나 빡세겠냐고 하심

그리고 획사가 원하던 요구사항도 기가 막혔는데, 해야할 수준의 일이 2등급 회사에서도 그 프로젝트 진행시키려면 따로 TF팀을 꾸려줌
그것도 기존 업무에서 완전히 손 떼게 한 후 진행시키는 일임

근데 이걸 혼자서 하라고 함
그래서 나를 채용했다고 하더라고....????

무슨소리냐고 물었더니 너 2등급 회사에서 일 해봤잖아? 우리가 돈을 왜 써서 너를 뽑았는데? 라고 하시길래
면접이랑 입사 전 미팅 때에도 제 업무에 대해서 질문 했을 때에도 이런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걸 혼자하라고 하면 누가 하냐? 이거 2등급 회사에서도 이거 혼자하라고 하면 나가라는 소리로 인식한다. 난 못한다. 라고 했더니,
회사가 일을 시키면 해야지 왜 이렇게 말에 토를 다냐? 라고 물어보심

회사가 하라고 하면 해야하는 건 맞는데, 애초에 듣지도 못했던 이야기일 뿐더러 내가 저 일을 해봤었음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도 5명이서 6개월 정도 갈아넣어서 겨우 한 일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것도 혼자서 최대한 빨리 해달라는데 그냥 사직서 제출함
근데 바로 사직서 수리 안해주고 본인들이 뭘 좀 알아본다고 하더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나가지 말라고 함

어찌저찌 인맥을 통해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중 팀장급? 접촉을 해봤는데 부르는 연봉도 고연봉이고 팀을 꾸려달라고 했다는 것임
2~3명 정도 그렇게 접촉을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혼자서는 못하고 이 일을 하려면 이 정도 연봉은 주셔야하며 팀을 꾸려달라

그랬더니 회사에서는 팀장급은 너무 고연봉을 부르니까 내가 진행하고 신입 하나를 뽑아준다고 제안을 했음. 단, 기간은 최대한 빨리 그대로의 조건이었음
단칼에 거절해버림, 나도 자문을 구해야하고 알아보고 해야하는 일에 언제 신입을 가르치면서 그것도 달랑 둘이서 그 기간 내에 하라고 하는 것이 너무 어이가 없었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지냈던 팀원들이 안쓰러워서 시스템 개요 정도만 구축해놓고 나옴

퇴사했음에도 연락이 지속적으로 옴

이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이냐? 와 다시 돌아와라 연봉 협상부터 다시 하겠다 식의 제안
업무 때문에 물어보는 건 내가 아직 백수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은 해주지만 재입사는 단칼에 거절했음

그리고 나는 1개월 쉬다가 그 뒤로 이력서도 넣고 면접도 보러 다니고 있음
최근에는 3곳의 합격통보를 받음
하지만 입사거절했음

내가 아직 간절함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직감적으로 여기 들어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들이 있었음
이게 면접만 보고 나오면 이렇더라고......

면접이 또 있어서 다시 면접 준비하러 감

사람을 갈아 넣어도 되는 양이 있는 법인데....... 그걸 아득히 초과하면 그냥 사람은 포기하게 되어 있다는 걸 이번에 느꼈음
그리고 아래에도 비슷한 글이 있던데 전회사도 회사 사정상 사람을 많이 채용 못하는 거라도 이거 최소 3명은 있어야 뭘 하죠. 라고 말하고 나왔더니 지금 3명 채용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