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추천작 - https://www.inven.co.kr/board/webzine/2097/1523645

인벤에서 장르소설 추천도 벌써 3년째네요. 올해는 4분기 신작은 생략하고 한 해를 정리하는 분야별 장르소설 추천으로 퉁치려고 합니다.

먼저 올해의 장르소설에 대해 추이를 정리해보자면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을 밀어주는 사이 웹소설은 괜찮은 신작이 씨가 말라버렸습니다.

하지만 문피아x네이버시리즈도 만만찮았던게 이혼물 강점기로 인해 괜찮은 신작이 마른건 마찬가지였죠.
그렇다고 이혼물의 사이다가 이전의 사이다물에 비해 상쾌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즉사기나 히든특성까지 갈 것도 없이 러스트 선에서 싹 정리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보니 추천 목록에서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노벨피아의 비중이 올라가는 괴현상이 잦았습니다.
아직은 21년 인기작들이 꾸준히 연재해주면서 볼건 충분했지만 슬슬 완결이 나는 시점이다 보니 내년에는 괜찮은 신작이 많이 나와줬으면 하네요.


그럼 올해도 제멋대로 시상식 시작하겠습니다.
선정기준은 작년과 동일하게 2022년 유료연재를 시작한 작품입니다.

패러디 / 스포츠 / 대체역사
읽은 작품이 없으므로 생략합니다.


무협

문피아, 시리즈, 리디북스, 카카오페이지 - 완결

검미성 작가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어디선가 본듯한 인간군상과 그 사이에서 올곧이 서있는 주인공의 고뇌.
그리고 그 끝에 완성되는 서사.

오랜 세월 살아온 도사 허풍개가 너무나 달라진 현대에서 신선이 되기 위한 승천과 신념 사이에서 고분군투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초반만 읽어도 끝이 어느정도 연상되는 클리셰가 아쉬우나 작가의 철학과 독특한 문체가 강조된 전작들이 그간 읽기 힘들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걸 고려한다면 오히려 의도됐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라노벨

노벨피아 - 200화 +

문피아가 이혼물이 난립하면서 순식간에 씨가 말라버린 아카데미물은 노벨피아의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로무원은 전형적인 아카데미물을 잘 써내려가면서도 대부분의 소설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판타지 세상의 공무원로서의 삶을 유쾌하게 그려냄으로서 큰 인기를 얻었죠.

전형적인 K라노벨 스타일로 착각물의 성향을 띈 치정과 약간의 정치를 더한 전개입니다.


현대

문피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 200화 +

간만에 폼이 돌아온 홍정훈의 데드맨31을 추천하고 싶었으나 유료화 시기가 작년이었더라구요.
그 대신 가수로서의 감성을 잘 이끌어나갔던 영광의 해일로를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모스크바의 여명과 유사하게 빙의로 시작하지만 전개는 전혀 다른 게 주인공의 의지가 확고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차 있어 직업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재성과 성공가도로 대리만족을 잘 표현해낸 편입니다.

무엇보다 가수로서 뽕 차오르는 연출을 잘 해냈다는 게 맘에 들더군요.


힙스터

노벨피아 - 완결

올해 힙스터상은 진정한 천마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들어준 들피칼이 되겠습니다.
요즘 '이런건 무협이 아니야!' 라고 생각되는 소설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꼭 읽어볼만한 소설입니다.

이전에 리뷰했듯 상업적인 부분을 많이 포기하고 쓴 글입니다. 주인공을 통한 대리만족이 배제되어 있고 등간인물간의 심리묘사에 치중했기 때문에 장르소설 경험이 적은 분들은 낯설 수 있습니다.

원래는 이 자리에 들피칼 대신 반로환동전이 들어감으로서 무협 신작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좋은 신작을 찾지 못해 둘다 마이너한 명작을 넣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쪽이 더 힙해요.


정통/퓨전

문피아, 시리즈 - 200화+

논란이 될수도 있는 매운맛 드립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소설이 홍등소마죠.

작중 내내 오늘만 사는듯한 개그와 강렬한 사이다를 선사해주며 퓨전에서 자칫 부족할 수 있는 히로인들의 개성 마저 잘 살려냄으로서 탄탄함을 갖췄습니다.
멸망을 막기 위해 자신의 수명을 갈아내가며 구르는 주인공이라는 흔한 설정을 차용하면서도 독자에게 끊이질 않는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극초반 김독자를 활용한 전개정도인 것 같네요. 더 좋은 스타트가 많았을텐데 말이죠.


로맨스

카카오페이지 - 200화 +

비정규직 황후, 악녀는 두번산다로 유명한 한민트의 신작입니다.
아침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막장 설정을 차용한덕에 작가의 이전작과 달리 4드론의 성향이 짙어졌습니다.

하지만 표현이 확실하면서도 귀여움이 드러나는 여주와 여성향의 이상적인 남자를 그려내면서도 급발진을 하면서 입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남주가 펼쳐내는 사건들은 일단 한번 작품을 읽으면 손을 떼기 힘들게 만들어주더군요.

스킨만 바꿔끼워가며 찍어내는 로판에 질리셨다면 추천드립니다.


SF

문피아 - 50화+

'사이버펑크 게임 속 세상에 떨어졌다'가 연중만 안했어도 추천했을텐데 작가가 군대가버렸습니다 ㅠㅠ

그 대신 정말 오랜만에 상위권 스페이스오페라가 나온 덕에 연간 추천목록에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뭐... 작품 내적으로는 특별할건 없고 천재성을 드러내는 재벌물에 이 장르 특유의 함대전이 더해진 느낌입니다.
복잡한 SF 설정도 없고 전투와 내실의 비중이 적절히 혼합되어 있어 읽기 편안합니다.

현재는 아니지만 행운요정 작가 스타일의 하렘 전개가 나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2022년 대상 - 공포/미스테리

노벨피아 - 200화+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공포/미스테리 소설을 3년 연속 선정할 수 있게 되서 기쁩니다.
라노벨과 야설이 판치던 조아라 시절에도 하나씩 명작이 튀어나왔듯이 노벨피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홍등소마와 놓고 고민했는데 이쪽이 마음에 더 기울더군요.

괴담동이 이준이라는 주인공의 캐리와 음습함으로 이끌어나간다면 괴담호텔은 파티원들 모두가 주인공격으로 등장인물들이 함께 시나리오를 클리어해나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본적으로 탑 등반물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긴장감을 완성도 있게 형성하면서도 다수의 주인공에게 개성있게 역할을 주는데 성공함으로서 매 화마다 신선함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오직 괴담 호텔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재미와 독특한 전개를 맛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