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

연말이 다가온김에 제멋대로 어워드를 해볼까합니다.
그간 리뷰를 해온 소설이 대부분이기에 짧게 짧게 여러 소설을 소개하는 식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정 기준은 2021년 유료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며 무료소설 부문은 연재시작일 기준입니다.

아쉽게도 올해 로판. SF는 꾸준하게 읽은게 없는 관계로 추천에서 제외했습니다. 스포츠, 로맨스는 원래 안읽어서 패스하고요!
대역물은 괜찮은 작품이 몇 있었는데 읽고보니 죄다 올해 연재가 아니더라고요 ㄷㄷ


라노벨

문피아, 시리즈, 카카오

올해는 남성향은 장르소설은 K-라노벨의 한해라고 해도 좋을만큼 라노벨 스타일의 소설들이 다량 나왔고 큰 호황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붐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악살싶과 네크천재였습니다.

라노벨의 호불호를 감안해도 초반 150화만 놓고 본다면 가히 올해의 최고의 장르소설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습니다만 아쉽게도 지갑송의 특유의 불안정한 연재주기와 폼으로 인해 최근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편입니다. 강력한 경쟁작이 등장하기도 했고요.


무협

문피아, 시리즈, 카카오 (완결)

중원이라는 배경으로 인해 매너리즘과 진입장벽에 빠져버린 무협계의 큰 파란을 일으켰던 소설입니다.
서부에서 기존 무협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무공을 활용한 전투씬을 보여줬음에도 무와 협이 살아있었죠. 특히 태극권씬은 우리가 무협을 왜보는가에 대한 해답을 준셈이라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 싶네요.

안그래도 작년에 우주천마, 무노자, 제암진천경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는데 여기 무림서부에서 무협의 부활을 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동안 이건 무협이아니야! 갈! 하시던 무협팬들도 만족할만한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할 수 있었죠.


무료

노벨피아 (1부 완결)

거의 매해 무료소설의 가장 큰 붐을 일으키는건 패러디이기 마련이죠. 유료화 걱정없고 기존 IP를 활용하는 덕에 꽤나 괜찮은 스토리와 몰입감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중에서 신성처럼 등장한 알콜중독은 원신 패러디로 캣파이트의 소설의 끝판왕을 보여줬습니다

왜이렇게 잘쓰나 싶었는데 본인피셜 경험에서 오는 바이브라고 하더군요...
약관동의는 현재 원작게임의 스토리를 따라잡은 상태인데다 작가가 연재작이 생긴 관계로 당분간 휴재라네요


현대

문피아, 시리즈

문피아에 범람하는 현판은 대리만족형이 대부분이죠. 이를 타파한 새로운 스타일의 사이다입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은 국제 조직과 맞서게 되면서 칼잡이로서의 진면목을 각성하게 됩니다. 아슬하게 이어지던 가족 관계도 파탄나고 결국 세계의 어두운 면과 맞서 싸우면서 피로 점철된 길을 걷는 스토리 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여느때처럼 4드론 소설 하나 더 나왔겠거니 싶었는데 매끄러운 전개와 사이다가 유료 연재 이후에도 내내 이어져서 놀랬던 기억이 있네요.


판타지

카카페, 문피아, 시리즈

감성과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 SCP 스타일을 판타지소설 답게 잘 녹여낸 제국의 창고지기, 대여점 스타일의 정판을 최근 트랜드에 맞게 잘 쓴 빌어먹을 환생

셋 다 확고한 재미가 있지만 딱 이거다! 싶진 않아서 꽤 고민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꾸준한 폼을 보여주고 있는 빌어먹을 환생을 선정했습니다. 장기 연재하는 실력을 보면 역시 믿고보는 목마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힙스터

노벨피아 

아마 아시는 분들이 굉장히 적은 소설일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인 노력과 멸망한 인간이 남긴 쥐라는 컨셉이 굉장해서 뽑아봤습니다.

글의 스타일은 좀비서바이벌 가이드에 가까우며 인간으로 추측되는 고대인들이 남겨놓은 유산을 바탕으로 낙원에서 어렵사리 문명을 이어가고 있는 쥐, 그중에서도 낙원을 여행하는 모험가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 삽화와 충실하게 컨셉을 지키며 풀어내는 세계관은 제법 괜찮은 몰입감을 선사해줍니다.
평범한 장르소설에 질리셨다면, 또는 좀비서바이벌 가이드를 재밌에 보셨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포

노벨피아 (완결)

전생크툴루 이후 눈에 띌만한 호러물이 없었다는 것은 아쉽습니다만 그나마 심야십담이 호러 장르 중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짧지만 깔끔한 완결이었죠.

각자 소개한 열 개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끝난다면 하나씩 죽는다는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호러 장르 본연에 충실하게 풀어나간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네요.


2021년 대상

문피아, 시리즈

악살싶이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제각기의 지분을 주장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면 아카살은 철저한 플롯 설계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극초반 살짝 루즈한 부분이 존재합니다만 에피소드 하나를 진행할 때마다 차근차근 쌓아온 빌드업이 한번에 몰아칠 때의 재미가 대단한 편입니다.

같은 아카데미물이지만 성향이 극과 극을 달리는 소설이 21년 내내 큰 인기를 얻었다는건 꽤나 신기한 일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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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장르소설 추천을 마치며 후기...

선정하고 보니 라노벨 스타일 소설이 굉장히 많죠? 올해 이런 소설이 많은 이유는 악살싶의 영향이 클겁니다. 
전독시가 붐을 일으켰을때 아포칼립스와 성좌물이 범람했던 것 처럼 말이죠. 그정도로 초반 악살싶의 포텐은 대단했습니다.

게다가 J라노벨을 읽었던 세대가 슬슬 장르소설판에서 많이 유입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네요. 순위변동에 보수적인 카카페에 한때 아카데미물이 몇 개나 올라왔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무협에서 작년부터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고 괜찮은 성과를 거뒀습니다만 현대, 판타지는 반복적인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소설들은 항상 보던 스타일로 순위권을 먹고 있기 때문에 굳이 추천을 안했습니다.

로판 쪽은 음... 슬슬 스킨 갈아끼우는데 질렸는지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악두산 때처럼 와! 이거다 싶은건 안보이더라고요.

내년에는 또 어떤 소설이 나와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