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OECD의 DeSeCo 프로젝트와 PISA지표의 도입 등으로 국가 주도하에 교육이 국민 역량 육성에 치중하게 되었다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를 구태여 논하지 않아도 우리가 교육을, 더 넓은 범위에서 공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는 매우 많다.

공부는 인간의 본질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앞에 무슨 수식어를 붙여도 어울리며,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고 즐거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교육은 공부의 조금 더 본격적인 의미로,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관계가 추가된다.

우리는 공부를 인간의 본질적 행동이라고 고려하고 있으며, 교육이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상호관계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공부는 무엇인가 하기 위한 것이고, 그 무엇인가가 가지는 미래의 시점도 그리 길어서는 안된다.

예컨대, 독서를 한다라는 행위만으로 종결되는 것을 이 사회는 원하지 않는다. 독서를 했다면 그 결과물이 당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 담겨있는 활자내음이 좋아서 책을 많이 읽는 아이에게조차 우리는 책을 읽고 무엇인가 느낀 바가 있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마찬가지로 교육 또한 그렇다. 교육을 받은 것은 받은 것 자체로 좋은 것이고, 그것에 대한 평가는 교육의 마무리이므로 괜찮다. 그러나 교육을 받았으면 무엇인가 꼭 교육에 관련된 것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듯하다.

예컨대, 전공과 직장이 일치되지 않는 미스매칭 현상을 굉장한 비효율성에 입각하여 큰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다. 전공이란 단지 일자리를 위해서 배운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의 톱니바퀴를 자처하며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공부를 수단으로 여기면서 교육에서의 상호관계를 무시하는 우리의 인식 가운데 공교육 외에 추가적인 민간교육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고, 인재 양성을 추구하는 국가 입장에서도 자아실현을 좇는 개인에게도 이득이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그리고 이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이 나라가 가지는 고질적 교육 문제의 해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