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소셜믹스 원칙을 사실상 거부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20억원 현금 기부채납' 조건으로 받아들이면서 정책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현금 기부채납 결정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에 일종의 페널티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페널티'는 크지 않다. 서울시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회수하지 않아서다. 허용용적률이 기존 184.33%에서 183.85%로 소폭 줄었지만 정비계획 용적률(202.63%)과 예정법적상한용적률(249.95%)은 기존과 동일하다.

오히려 벌금을 내고 소셜믹스를 피하는 것을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단지 뿐 아니라 서울 주요입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는 소셜믹스를 기피해왔다. 서울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임대가구의 '무임승차'를 꺼려하는 것이다.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10월 서울 시내 모든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임대주택 소셜믹스 적용을 의무화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대가구와 분양가구 간 '완전혼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 의도와 달리 계층 간 갈등이 더욱 부각됐다. 일부 단지에선 임대주택을 저층에 몰거나 동을 분리시켜 출입구를 달리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갈등과 논란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내린 '현금 페널티' 결정을 두고 "돈만 내면 소셜믹스를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 스스로 원칙을 흔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20억원은 벌금이 아니라 선택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절차를 넘어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정책의 방향성과 형평성 논란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