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역사 공부, 특히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늘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민주주의 국가들이라고 해서 다들 처음부터 공화국, 즉 국민이 주권을 가진 국가는 아니었다는 점이지요.
다들 왕이 있었고 그 왕이 국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어떤 사건으로든 왕이 가진 권리, 국토나 기타 등등의 권리가 국민을 대표하는 누군가에게 이양되었으며 그로부터 새로이 정부가 탄생하면서 기존의 국토나 국가로서의 권리가 이어지는 형식으로 현재의 국가가 수립되었거든요. 중세시대로부터 이어져오는 국가는 대부분 이러한 루트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체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었고 조선왕조로부터 어떻게 그러한 권리를 이어받은 것일까요?

일본이 주권을 빼앗았는데 그걸 다시 독립하면서 새 정부에게 권리가 양도된 것일까요?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얼마전에 유관순 열사의 AI 동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문득 예전의 궁금증이 떠올랐어요.

대체 3.1 운동은 왜 그렇게 일본이 탄압을 해 댔던 거지?

심심해서 다시 읽어본 기미독립선언서. 그리고 난 늘 그냥 넘겼던 단어를 다시 보고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3.1 운동은 그저 독립만을 위한 만세운동이 아니었습니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此)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야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자손 만대에 고하야 민족 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우리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

3.1운동은 고종의 대한제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공화국으로 바뀌었음을 선포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동의한다는 뜻에서 전국으로 확산된 공화국 선포에 동의하는 운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시정부는 기미독립선언문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고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 역시 기미독립선언문을 기반으로 한 임시정부를 이어받았음을 분명히 해서 정통성을 유지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기미독립선언문 하단에 조선 건국 4252년 3월 1일 조선 민족 대표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이지요.

대체로 공화국 선포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3.1 운동을 전개해 나갔던 것이고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일제는 그렇게도 모질게 탄압을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난 왜 이걸 몰랐을까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이걸 모두 알고 계셨나요?

아마도 건국일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속칭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학자들이 제가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주류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이런 정보나 이런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거든요.
3.1운동에 대해서 폄훼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던 때였고 일본은 내 평생 노력해도 발끝에도 못 쫒아갈 위대한 나라로 인식되던 때였지요.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남산위에 저 소나무라는 애국가 가사를 읽던 국사 선생이 우리나라에는 쓸모없는 붉은 소나무밖에 없을 정도로 쓸데없는 나라이며 차라리 일제시대때 조금이라도 더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서 독립했다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겠냐는 말을 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그런 줄 알았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점점 더 다양성이 생기면서 이런 주장도, 저런 주장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런 진짜와 가짜 정보를 구분할 줄 모르게 되면 살면서 후회할 일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중국을 보면 3.1 운동 및 기미독립선언서의 가치는 국제사회에서 더욱 더 가치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헌법에 이미 기존 중국의 역사적인 국가들을 부정하며 시작합니다. 봉건주의 국가들을 타파하고 세운 사회주의국가라는 것이지요. 물론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공화국임을 천명하기 위함이었겠지만 그 때문에 중국의 고유한 문화는 그저 소수 민족의 전통일 뿐인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동북공정이니 뭐니 해도 앞으로 몇 백년이 지나면 모를까 당장은  그것을 자신들의 고유 문화라고 주장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태라는 거지요.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대한제국을 이어받아 공화국으로 전환되었음을 천명하고 있기에 고대의 전통을 그대로 우리나라의 것이라고 할 만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누구의 덕일까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를 보다가 새삼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