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케이건 드라카

이영도 작 '눈물을 마시는 새' 에 나오는 케이건 드라카입니다. 케이건은 흑사자, 드라카는 용을 뜻하는 키탈저 어 본인의 이름은 버린 채 이것을 이름으로 삼고있는 검사입니다.

1. 나가에 대한 증오심

 작품 내에서 그의 성격은 '한 종족을 너무 증오한 나머지 그 외 종족에겐 한없이 친절하다' 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흑사자와 용을 멸종, 혹은 멸종시킬뻔 한 종족인 나가는 케이건 드라카의 원수입니다. 그는 키탈저 사냥꾼의 방식을 따라 원수의 살을 씹어먹습니다. 즉, 그는 그의 원수인 나가를 잡아먹습니다. 이 세계관에서 나가는 인간, 도깨비, 레콘과 함께 선민종족으로 '사람' 취급 받는 종족입니다. 즉, 그의 행위는 같은 사람을 잡아먹는 행위로 인식되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무한한 친절을 배풀면서 왜 나가에게만 자신의 목숨과 나가의 멸망 중 택하라면 자신의 목숨따윈 버리며 나가의 멸망을 선택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워 합니다. 
 이런 그의 증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나가인 륜페이를 데리고 오기위해 레콘(새인간)과 도깨비(우리가 아는 한국식 도깨비)와 함께 정글에 들어갑니다. 그곳을 잘 아는 그는 홀로 식량을 조달하다가 우연히 나가정찰대를 만나게 되고 모조리 학살하게 됩니다. 이때 임신한 나가가 있었고, 케이건은 그녀의 배로 다가가 알을 꺼냅니다.
 나가는 목이잘린 뒤에도 살아있을 수가 있었습니다. 케이건은 잘린 나가의 목에 숨을 불어넣어 무슨말을 하는지 들었는데, 그 내용은 자신이 임신했기 때문에 왜 이렇게 죽어야하냐며 억울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다들은 케이건은 이후 알을 잘 세운 다음 어미의 머리통을 들고 머리통과 알 모두 깨지도록 쾅쾅 찍어버립니다.
 온갖 피와 오물, 뇌수가 튀기는 장면을 목잘린 나가들이 보고있었고, 이내 케이건은 오물을 털며 나가들에게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나."

  머리로부터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케이
 건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흥미로운 사색거리가 될 것 같지 않나? 서로 부딪히는 순간에 저 여자
 는 자기 머리가 깨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을까, 알이 깨지는 것을 걱정
 하고 있었을까."

  무도한 질문에 빗줄기마저 움츠러드는 듯했다.  나가의 머리들은 두 눈
 가득 증오를 담은 채 케이건을 노려보았다.  케이건은 엷은 한숨을 내쉬
 고선 다시 바위에 걸터앉았다.
  케이건은 이제껏 길잡이였다. 그리고 길잡이 아닌 다른 것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륜이 요스비에 대한  질문을 하며 '친구의  아들-아버지의 친
 구'라는 관계를 요구해왔을 때 케이건은  그것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길잡이라는 역할에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우연
 히 만난 세 명의 나가를 도륙한 지금,  케이건은 더 이상 길잡이가 아니
 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일행에게 돌아갈 수 없었다.
  나가살육자가 된 지금, 케이건은 륜을 보자마자 살해할 것이 분명했다.
 케이건은 자신이 그렇게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2. 그의 성격이나 식성은 넘어가더라도 그가 왜 매력적인 남자주인공이냐 하면..제가 매력적이라고 택한 이유는 그가 가진 사랑관 때문입니다. 수천, 수만이 넘는 나가를 학살하고 삼천이 넘는 두억시니를 말 그대로 으깨버리게 만든 살육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을 합니다.
작품내에서 딱히 비밀이랄게 없는(독자는 다알고 있는) 그의 비밀 중 하나는 이미 수백년간 살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수백년간 살면서 수 많은 여성을 만났고 사랑을 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사랑했던 여성과 만난 뒤 헤어졌고, 수십년 뒤 다시 그녀를 닮은 여성을 만났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닮은 여성은 케이건의 현손녀일수도 있었습니다. 즉, 수백년의 세월을 이용하는 케이건드라카에게 있어 자신의 핏줄이 일 수 있는 여성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지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의 아내 때문이었습니다. 수백년의 삶이 있기 전, 그는 한 여성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그를 속였던 나가는 이번엔 케이건의 아내에게 똑같은 속임수를 걸게 됩니다. 그녀의 아내는 그것이 속임수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제안이 케이건이 바라고 바라던 일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받아들이게 되고, 케이건의 눈앞에서 서른명의 나가에게 처참하게 찢겨져 잡아먹히게 됩니다. 케이건은 격분해 서른명의 나가를 도륙하고 모조리 배를 갈라 아내의 유해를 꺼내 짜맞춥니다.
 그리고 이후 모종의 사건 때문에 과거 아내의 일이 다시 떠올려진 뒤 산 위에 올라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며칠동안이나 고민에 빠지게 만든 이유는 '아내가 좋아했던 꽃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였습니다.

그리고 이 꽃을 레콘(새인간)인 티나한이 우연히 발견하고 무심결에 말하게 되자 그제서야 케이건은 다시끔 아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길이 남을 명언을 남기게 됩니다.


“티나한.”
티나한은 대답하지 못했다. 케이건 또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이런 것이 충고가 될 수는 없을 거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해두고 싶소. 신부들을 찾게 되면 그녀들을 아끼고 사랑하시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사랑하려 애쓰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하려 마음먹으시오.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짧소. 그리고 그녀의 무덤에 바칠 일만 송이의 꽃은 그녀의 작은 미소보다 무가치하오." 
티나한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부리가 잘 열리지 않았고, 그것을 몇 번을 부딪혔다. 그 때 케이건이 발걸음을 뗐다. 티나한은 갑작스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원추리를 꺾으러 가오." 
"원추리를?" 
"더 이상 아내의 미소를 볼 수 없는 남편은, 그것이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아내가 사랑하던 꽃 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찾아보려 애쓸 수밖에 없소. 티나한." 
티나한은 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3. 매력적인 언행

나가를 제외한 다른 종족에게 한없이 친절을 배푸는 케이건 드라카는 자신을 가두고 이용하려 한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의 검술실력은 인간과 비교할 땐 당할 자가 없을 정도이며 자신에게 검을 든 상대에게 친절을 배풀진 않습니다. 그러나 증오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그는 짧은 충고를 던져줍니다.

그의 일행이 자보로 라는 곳을 거쳐갈 때, 그의 일행이 가지고 있던 매력적인 무언가를 탐내는 자보로의 왕에게 억류당합니다. 자보로는 이룰 수 없는 꿈에 빠져 자신의 민족과 주변인을 괴롭히고 있었고, 이에 휘말린 케이건일행은 약간의 사건을 거친 뒤 티나한에 의해 마을의 무력집단이 모두 박살나게 됩니다. 이때 케이건은 실질적으로 마을을 지휘하고 있던 키타타 자보로 라는 장군에게 이런 충고를 남깁니다.


  "이제 백일몽에서 깰 때가 되었소. 황혼의  빛이 따스해 보이더라도 현
 명한 자라면 그 속에 배어있는 냉기를 느낄  수 있을 거요. 차가운 밤을
 대비하시오."



 물론 이영도 작가가 쓴 명언이긴 하지만, 조금 몰입해 케이건의 명언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매력적인 대상이기 때문에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번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짤은 팬아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