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저주받은 전함 샤른호르스트


1939년 1월7일
진수식날 백색의 거함은 몇겹의 베일에 감싸여 있었습니다
백색의 거대한 이 전함은 마치 바이에른의 광왕 (狂王)루드비히가 지은 노이슈반슈타인성가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진수식에서 이 배를 본 이들은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게 아까울정도로 아름다운 전함"이라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히틀러와 시장 그리고 해군대표의 축사가 있은후 
샴페인을 성수로 함을 축복하는 역할을 맡은 14세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이 당시의 기록영화에 있습니다
"전함 샤른호르스트 그대는 독일의 정신을 지키고 조국과 국민을 짊어져야 합니다.
하느님, 강철로된 육체를 지닌 독일의 영예를 지금 바다로 보냅니다"

화려한 행사가 끝난후 바로 불길한 전조가 나타납니다 


제대로 계류되어 있던 함이 갑자기 계류삭을 끊고 움직여 옆의 다른 소형함과 충돌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었죠
수뇌부는 어처구니없어하지만 불명예를 피하기위해 비밀리에 진수식을 거행했다고 보도하며 진실을 덮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길한 전조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30% 공정작업도중 중추골재(용골)을 설치중 하중을 버티지못해 용골이 추락 프레임이 짖눌려 

작업중이던 인부 300여명이 사방에서 압사되는 사건발생

-건조도중 함이 쓰러져 60명의 사망자와 110명의 부상자를 내고 다시 일으키는데 3개월이 걸린 사고

 

진수식 중인 샤른호스트

 

 -알수없는 원인으로 보일러가 수차례 폭발하여 정비,

-함장예정자의 심장마비사망

-통신기의 폭발사건, 기관부의 계속된 자잘한 고장등과
-혼자서 계류삭을 풀고 3일간 바다에 나가 떠다녔다는 소문까지

수많은 희생자와 어두운 에피소드가 존재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건 사고로 인해 동형의 2번함인 그나이제나우보다 늦게 건조가 완료될 정도였지요

무엇보다 이상한점은 샤른호르스트를 축복한 소녀의 자살이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배가 진수될때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발된 여인이 배에 세례를 주고 대모(代母)가 되어 
축복의 메시지와함께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이 있었죠
그런데 진수식때 대모가 된 16세의 소녀가 얼마후 손목을 그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유서에는 "나는 반해버렸습니다","지켜주세요"같은 두서없는 글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완공된 신조 전함 샤른호르스트는 조용히 출격하여 안개속으로 사라집니다
영국해군은 샤른 호르스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정찰기를 출격시키지만 
너무 짙은 안개속에 출격한 정찰기의 절반이 실종되어 버립니다
마치 "지켜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소녀의 소원을 그녀의 죽음을 대가로 사신이 이루어준것과 같이..
어쨋든 정찰기대의 심각한 피해때문에 영국해군은 당분간 수색활동을 중지시킵니다

첫번째로 받은 작전명령에 의해 단치히를 포격하러 이동중이던 샤른호르스트는 자매함과의 자체 포술대회에서

첫 주포발사를 하게 되는데
이 시험 사격에서 포문이 폭발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고 얼마후

다른 포탑에서는 환기장치가 고장나 사관을포함하여 12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연이어 일어납니다
그래서 재수없는 함으로 소문난 샤른호르스트는 독일수병들이 가장 타기 싫어하는 배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1940년  6월 노르웨이침공
독일이 노르웨이를 침공하자 영국은 대규모 함대를 파견하여 구원에 나섭니다
1~2차 나르빅해전에서 대승을 거두는등 독일해군을 압도하지만 노르웨이는 그사이 항복하고 
어쩔수 없이 영국 해군은 노르웨이에 남아있던 연합군을 추스려 영국으로 퇴각 하게 됩니다
이때 레이더가 장착되어 있지 않았기때문에 견시에 의존하던 영국의 항공모함 글로리어스는 
샤른호르스트 그리고 자매함인 그나이제나우와 마주치게 됩니다
영국의 정규항모 HMS 글로리어스



글로리어스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며 함재기를 출격시켜 두 순양전함을 저지하려 하지만...
샤른호르스트가 26km나 되는 거리에서 쏜 포탄이 거짓말처럼 비행갑판에 명중하여 
함재기를 출격시키는것마져 불가능해지고 결국 아무것도 못해본채 어이없이 격침되어 버립니다
전사상 최초이자 최후로 전함에 격침당한 정규항공모함이 되는 불명예도 얻게 되었지요

글로리어스를 포격하는 샤른호르스트의 11인치 주포


포격을 받고 화염에 휩쌓인 글로리어스
 
이후 샤른호르스트는 복수를 외치는 영국군의 필사적인 수색에도 불구하고 
자매함 그나이제나우와 함께 대서양에 진출에 성공합니다. 
영국군의 추격 함대와 정찰기에 이상할 정도로 포착되질 않았죠
그리고 두함은 22척 11만5천톤의 격침전과를 달성합니다
이제 영국에있어서 샤른 호르스트는 죽음의 천사가 지키는 유령전함으로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되었습니다.

그러던중 집요하게 샤른 호르스트를 노리던 영국군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기관 고장을 일으킨 샤른 호르스트가 그나이제나우와 함께 브레스트 항구로 돌아온 것입니다. 

 

프랑스 브레스트항구에서 정박해있는 샤른호스트


영국 공군은 여기에 주야를 불문한 강력한 공습을 시작합니다. 
고공 폭격으로는 좀처럼 치명상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영국 해군의 뇌격대가 저공에서 결사적으로 공격을 가하여 손상을 입히는데 성공합니다만 
뇌격대 역시 독일군의 대공사격과 공군의 요격에 엄청난 손실을 입습니다

영국 이외에 러시아와도 전쟁을 시작한 독일은 점차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브레스트항을 방어해주던 독일 공군 역시 약해지는 상황이라,

브레스트에 주둔하는 독일 함대는 몸둘곳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조국에 돌아가려해도 좁은 영국 해협을 지나는 것은 
엄청난 수의 기뢰가 깔려 있는데다 좁은 해역에서 적의 표적이되어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게 예상되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영국을 북향으로 우회하려해도 그곳에는 영국 해군의 근거지 스카퍼플로우가 있으며
강력한 영국 주력 함대가 주둔중이라 호랑이 아가리로 뛰어드는거나 마찮가지일뿐이었죠
그런데 ... 

샤른호스트의 도버해협돌파작전

 

 

현재의 도버해협

 

거듭되는 공습을 뒤로하고 샤른 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등 독일함대는 브레스트에서 출발 
좁은 영국 해협, 즉 도버를 백주 대낮에 돌파하고 말았습니다!

의표를 찔린 영국해군은 황급히 저지하기위한 병력을 모았지만 근처에 긴급동원할수 있는 해상세력은 전무하다시피했고
공군에 의한 공습이 몇차례 있었지만 도리어 공격대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합니다
샤른호르스트의 피해는 기뢰 2발에 접촉하여 침수가 조금있었던것 뿐으로 가히 기적적인 탈출이라 할수 있었습니다.
영국 해협을 대낮에 적국에 돌파당하는 일은 스페인 무적 함대 이후 영국에는 없던 경험으로 엄청난 수치가 되습니다.

 

당시 도버해협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영국인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습니다. 
 "도버 해협의 벼랑에 서 있던 저는, 당시 짙은 안개속에서 백색의 거대한 군함과 그리고 또 한척이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걸 보았습니다..

처음에 나온 배는 마치 중세의 성처럼 아름답고, 마치 환상처럼 보였습니다.

나중에서야 나는 그게 독일 전함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


모항, 빌헬릌스하펜에 귀항한 전함 샤른 호르스트 이었지만, 독일 해군의 수상함 세력은 이미 지리멸렬하고 있었습니다
불침함이라 불려진 비스마르크는 조타가 나간채로 영국전해군(전함4척, 순양함13척, 구축18척)을 상대로 침몰, 
그녀의 자매함인 전함 틸피츠은 북양의 피요르드에 서 영국공군의 폭격으로 폭침,
샤른호르스트의 자매함인 그나이제나우는 킬군항에서 영국 공군의 폭격에 의해 주저앉아버린 상태였습니다 
이때 북아프리카,유럽 상공,동부전선에서 패한 독일군은 하늘,바다.육지 모두에서 절망적인 전투를 벌이고있었습니다. 

전함 샤른호르스트, 그녀의 죽음도 임박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북양의 항구에 정박해있던 샤른호르스트에 신기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개이는날이 좀처럼 없던 북양의 답답한 구름의 일각을 헤치며, 한줄기 빛이 그녀를 비추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1943 년 12 월 24 일이었습니다.

검은 북해의 바다 가운데에 자리한 이 순백의 거함이 
마치 신의 계시를 받는 것처럼 하얀 빛살에 싸인 그 모습은 너무나 환상적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신이 태어난 날, 빛으로 세례를 받은 독일해군 마지막 전함 그것은 운명의 전조였을까요?
곧 구름이 다시 하늘을 덮고 빛이 사라진 때, 
어쩌면 죽음을 대가로 수호 천사가 된 그 소녀도 하나님에게 받아들여져 이 불길한 전함에서 떠나간건 아니었을까요.

어쨋든 이때부터 그녀의 죽음만을 위해 모든 상황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1943년 12월 22일 영국수송선단 발견

 

 

샤른호스트는 독일함재기로부터 중순3척이 호위하는 영국수송함대를 포착했다는 정보를 통해

이를 요격하라는 임무를받고

샤른호르스트와 구축함 5척이 출격합니다
하지만 이건 영국해군의 함정이었습니다.


영국해군은  KGV급의 전함 "듀크 오브 요크" 중순양함 "노포크","셰필드",경순양함 "벨파스트","자마이카"와 구축함 4척으로 2척의 중순과 경순 "벨파스트"가 한조를 이루어 수송함대를 호위하고


전함과 경순,구축함이 한조를 이루어 노르웨이연안으로 가서 샤른호르스트의 퇴로를 차단했습니다
독일해군의 이니그마암호체계를 해석해낸 영국은 독일해군의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한 상태였죠

그런데 이날 날씨는 최악이라 작은 구축함이 제대로 작전을 할수 없다고 판단
샤른호르스트는 가는길에 혹시 수송함대가 있는지 잘 감시하면서 가라는 명령과 함께 구축함 5척을 귀환시킵니다


오전9시경 수송함대의 호위중순양함들과 조우한 그녀는 포격을 주고 받습니다
중순과의 전투보다 수송함대 포착에 중점을 두던 샤른호르스트는 대충대충 싸우며 몸을 빼려고 했지만
영국호위함대 입장에서야 그럴수는 없는일 죽을 힘을 다해 물고 늘어지죠
결국 샤른호르스트는 영국중순들을 줘패고 귀환하기로 합니다
영국의 중순들은 꽤 피해를 입고 후퇴하고
수병들이 지친데다 수송함대 역시 놓쳤다고 판단한 샤른호르스트 역시 귀환길에 오릅니다
이 전투에서 2발의 8인치포탄에 명중한게 피해의 다였는데 문제는 이중 한발이 레이더에 맞았다는데 있었습니다
이로서 샤른호르스트는 눈이 멀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죽음을 향한 첫번째 전조였죠

 

 

 

1943년 12월26일

귀환하던중 독일군정찰기로부터의 정보보고가 들어옵니다
"이동하는 침로상에 5척의 소형함정 발견" 이라는 보고였지요..
샤른호르스트의 베이제독은 앞서 귀환시킨 구축함 5척이라고 판단하고 아무 의심없이 그 침로를 향합니다
하지만 이 보고는 원래 "5척의 소형함발견 1척의 대형함포함"이라는 보고였으나 중간에 뒷부분이 누락되어
앞부분의 보고만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만약 뒷부분의 보고도 들어왔다면 당연히 아군함대가 아니라는것을 눈치챗겟죠
이게 바로 죽음을 향한 두번째 전조 였습니다

 

14인치 10문의 듀크오브요크 (장갑14인치)


침로상에 기다리던 KGV급전함 "듀크 오브 요크"와 분함대는 
어둠속에서 레이더로 샤른호르스트의 움직임을 낱낱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km 까지 접근한 4:50분 모든 함은 샤른호르스트의 머리위로 조명탄을 일제발사합니다
(북해라 해가 떠있는 시간이 6시간밖에 안되어 오후 5시만 되도 어둡다고 합니다)

 샤른호스트와 듀크오브요크

 

함정임을 깨닿은 샤른호르스트역시 11000미터에서 응사를 시작 근접포격전을 벌입니다
하지만...샤른호르스트의 11인치포는 KGV급 전함에겐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듀크 오브 요크"의 14인치 포탄은 착실히 샤른호르스트를 때려 부수고 있었지요
주포포탑하나가 날아가고 하나가 더 손상되자 상황을 깨닿은 베이제독은 전력으로 후퇴를 명합니다
사실 샤른호르스트는 공격력을 희생해 기동력을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전함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도망칠수도있는 상황이었습니다만...

1시간의 추격전끝에 6시경"듀크 오브 요크"의 14인치 포탄이 
장갑판과 장갑판의 좁은 사이를 핀포인트로 비집고 들어와 
함 하부의 보일러실에서 폭발하여 속도를 8노트까지 줄여버립니다.
이제 도망칠래야 칠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것이지요..
이게 바로 죽음을 향한 마지막 전조가 되었습니다

긴급보수반이 목숨을걸고 증기압을 간신히 맞춰 22노트까지 속도를 올릴수 있게 되었지만 
이미 포위당하다시피한 상황이라 도망은 불가능했고
함내부에 있던 기관부 수병들은 모두 함내에 갖혀 탈출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발악적으로 저항을 했으나 포탑 2개가 날아가고 하나는 포탄이 떨어져서
"듀크 오브 요크"에 별다른 손상을 주는건 불가능했습니다
"듀크 오브 요크"는 여유있게 9000미터까지 접근하여 직사를 퍼부어 댓고
경순양함 자마이카와 예하 구축4척은 접근하여 뇌격을 실시합니다
샤른호르스트는 거의 폐허화 했지만 저항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주포터렛에서는 모든 수병들이 군가를 합창하며 
포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격파된 포탑에서 11인치포탄을  인력으로 날라와
끝까지 저항했고 부포가 모두 격파되자 20mm대공기총으로 격침되는 순간까지 저항합니다
완전히 끝내야 되겟다고 판단한 영국군 사령관 프레이져 제독은 다시한번 경순과 구축들에게 뇌격을 실시하게하고
결국 경순양함 자마이카에서 발사한 어뢰3발이 치명상이 되어
1943년 12월 26일 오후7시 45분 여전히 스크류가 돌아가는 가운데 침몰합니다

마치 "난 아직도 더 싸울수 있어.."라고 말하듯이....

 

 


(구조된 36명의 샤른호스트 수병  보안이유로 눈을가렸습니다)

 

샤른호스트 침몰시 애석하게도 영국함장의명령으로 36명만구조한후 서치라이트를꺼버려

1900명중 단 36명만이 생존했습니다 

(샤른호스트의 베이제독을 포함하여 모든 간부는 전사합니다)

 

 

 

샤른호스트의 마지막전투(영국군은 52발의 어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전투가 종결된수 영국해군사령관 프레이져 제독은 휘하장교들에게 다음과 같이 훈시합니다
 
-제군들 샤른호르스트 와의 전투는 우리가 승리함으로 종결되었다  
나는 제군들이 후일 강대한 적을 상대로 싸울떄 
바로 샤른호르스트가 하였던것 처럼 용감히 행동하기를 바란다 -
 

 

 마치 피를 대가로 사용자에게 힘을 주는 마검과 같이
수많은 사고와 희생자 그리고 적에게 역시 희생자를 강요하고
그렇게 피아를 가리지 않고 피를 마신 저주받은 전함으로 불린 그녀
그리하여 수많은 전공을 세우고 언제나 살아남았던 전함 샤른호르스트
그녀의 운이 다한 순간 그간의 행운은 다시 등가교환과 같이 악운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삶은 그렇게 1864명의 승무원을 데리고 북해바다속으로 가라않음으로 마무리돼었습니다
 
독일은 이전투후로 레이더가고장났을경우엔 절대교전하지말라는 교전교리를 만듭니다
히틀러는 샤른호스트를 마지막으로 전함에대한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중파되었던 그나이제나우를 해체해 포탑을 해안방어형 거치형포탑으로 바꿔 버립니다
 

 

마지막 임무인 수송선단을 공격하러 가는 샤른호스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