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바나스가 어떤 캐릭터입니까? 우리는 왜 실바나스에게서 매력을 느꼈습니까? 왜 우리는, 언더시티에서 '명가의 애가'가 울려퍼지면 실바나스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습니까?


생전에는 인격적으로 흠결이 조금 있긴 하지만, 그녀는 실버문의 고결한 순찰대 사령관이었습니다. 사후에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복수귀가 되었죠. 하지만 여군주의 목걸이 퀘스트나 어린이 주간에서 호드 고아와의 대화에서 보이는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 버림받은 자들에게는 동정심을 드러내는 등의 모습은 그녀를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이러한 입체성에 끌렸죠.

하지만 최근 인게임 시네마틱을 통해 우리가 매혹됐던 그녀의 매력이, 오롯한 그녀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인게임 시네마틱을 통해 다음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서스에게 죽고 난 후 그녀가 했던 모든 행동이 그녀의 자유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고, 간수에 의해 영혼이 조각나서 그랬던 것이다.> 사실 우서의 영혼이 조각났다는 설정이 공개되면서부터 예정되었던 일이긴 했죠.


이렇게 되면 실바나스는 자신이 저질렀던 그 모든 악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겁니다. 금치산자는 벌하지 않으니까요. 도덕적으로는 오히려 동정의 대상이 될 겁니다. "그렇게 고결했던 순찰대 사령관이 그 모든 악행을, 비록 자의는 아니지만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얼마나 충격이 크겠는가?" 아마 주변 사람들이 이지랄 하면서 실바나스를 둥가둥가 해주겠죠.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녀의 모든 매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댓글에서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스토리가 왜 별로냐면, 워3부터 어둠땅까지의 실바나스라는 캐릭터 전체를 Nothing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라고...



네, 블리자드는 실바나스로부터 그녀의 죄악을 씻어내면서, 그녀의 모든 매력도 씻어버렸습니다. 그녀는 이제 자기 자신이 그렇게 외쳐대던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저는 와우의 모든 매력도 씻겨 내려간 것처럼 느껴지네요. 아니, 제가 사랑했던 와우는 진작에 사라지고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고 있었던 건 예전 와우의 그림자 비스무리한 거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탑을 돌 생각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허무함 때문에 접속도 못하겠네요.

마음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진 듯한 기분입니다. 다시 와우를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