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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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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스: 칼림도어 작전 (3장)불타버린 배의 나머지 잔해들은 확실한 증거 인멸 차 캠프 불로 쓰일 재료들을 미리 모아놓기 위해 켈투자드가 주었던 보따리에 파편들을 꾸겨넣었다. 그 작은 보따리에 이런저런 물건들이 다 들어간다는 게 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해변가에 그슬린 그을음 자국들마저 확실히 처리하고 있던 와중에 윈터칠은 아서스에게 조용히 다가와 질문하였다. "군대는 어떻게 마련하실 건지요? 제가 머물 최적의 장소와 불타는 군단을 어떤 식으로 속이면 되겠습니까?" 아서스는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나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마라 리치. 이 칼림도어는 나에게 있어서도 미지의 땅이나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켈투자드에게 이 망할 기계로 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였으니, 내일 오전 중에 수행사제 몇몇은 너에게 파견될 것이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도록." 윈터칠은 기계적으로 복종하여 답하였다. "알겠습니다 왕자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오크놈들은 생각보다 쉽게 정보를 털지 않더군요. 그래서 죽지 못하는 선에서 최대한의 고문을 지금까지 해왔습니다만..." 아서스는 리치의 말을 끊고 자신이 말을 이어갔다. "아 맞아 그 더러운 놈들, 지금 즈음이면 정보를 털어놓을 게다." (윈터칠은 자발적으로 스컬지가 된 경우가 아니라서 생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이다. 켈투자드처럼 예전 일을 떠올릴 수 없기 때문) 아서스는 죽음의 기사가 된 이후로 타인의 고통에 일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약간의 연민의 감정도 사라졌다. 누가 얼마나 비명스럽게 소리지르든, 얼마나 슬픈 감정을 드러내든, 아서스 자신도 놀랄 정도로 너무 무덤덤해졌다는 걸 이따금씩 느낀다. 한참 증거 인멸하던 도중에도 그들의 비명소리는 계속 들렸는데 마치 평소에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들리듯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도 오크들은 마치 3살 어린아이처럼 제발 이제 죽여 달라는 듯이 절규하듯 울부짖고 있었다. 그래 봤자 아서스에겐 최적의 정보를 얻을 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오크들이 토로한 정보들은 꽤나 흥미 있었다. 스랄의 움직임과 신생 호드의 탄생, 이상한 트롤 무리도 함께 동행하기로 결정한 것, 그리고 그 지겨운 예언자 행세하는 메디브가 여기에도 연관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기 싫지만 메디브는 이 모든 걸 다 예상하고 있었고, 그의 말이 서서히 다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걸 주도한 게 나였던 것 자체도 웃기지만 말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칼림도어에 모인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몇몇 이들도 칼림도어로 모인다는 것이다. 해가 곧 지고, 아서스는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달라란 공방전에 이어 오크들까지 처리하느라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오늘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서스는 그날 밤, 자신이 노스렌드 원정을 준비했을 시절을 잠시 떠올렸다. 스트라솔름 정화 직후에 나는 아버지를 직접 뵙기로 결정하였고, 장소에 도착해 보니 로데론 귀족들과 몇몇 정치인들은 각자의 의견이 격렬히 충돌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서스 왕자의 말대로 노스렌드에 보낼 군대를 지원해야 합니다!!" "저 양반이 미친 소리를 하는군 지금 와서 겨우 일이 끝났는데 또 미지의 땅으로 군대를 보내라고?!" "내 말만 들었어도 역병이 이렇게 퍼지지 않았어! 너희 그 몹쓸 사고 때문에 이 일이 벌어진 거라고!" "성기사놈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스트라솔름을 불태우는 게 최선이었어?" "왕자님이 일찍이 봉쇄해 준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남은 거라고." "뭐라고?! 당신이 방금 한 말이 백성에게 퍼지면 네 정치 생명도 끝난 거야!!" 아버지는 그 모든 혼란을 수습하기에는 너무 노쇠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성기사로서' 신념이 매우 확고했고, 로데론 왕좌 앞에서 항상 같은 의견으로 일축했다. 망할 관료들은 늘 그렇듯 항상 의견 통합이 안 되었지만, 그래도 우서 따위보다는 실용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아버지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별 의미 없는 호통만 내세운 채 처소에 들어가셨다. 처소에 들어가시기 직전 그때의 나는 아버지를 안심시키는 말을 남긴 채 그 회당 중앙에 서서 겁쟁이와 용기 있는 자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정의감을 내세웠다. 각자의 입장이 부딪히며 자신들만의 방식을 추구하는 와중, 자발적으로 노스렌드 원정에 참여할 용사들이 회당에 들이닥쳤다. 그중 하나가 눈에 띄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타사리안이었다. 타사리안은 지금 우리가 노스렌드로 가서 언데드의 근본을 처리하지 못하면 얼마 안 가 우리 국가에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의견과 함께 아서스의 편에 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서 그 망할 놈이 몸과 마음이 노쇠한 아버지에게 그 뱀 같은 혀로 괴상한 언변을 내세워 날 회군시키라는 조언을 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왕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군대가 아닌, 아서스의 명령을 따를 자와 자발적으로 움직인 용사들로 구성된, 그야말로 혼란의 순간이었다. 개중에는 유독 힘이 세 보이는 용사가 있었는데, '오르바즈'였다. 오르바즈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어림잡아 봐도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대형 할버드를 한 손으로 들어올려 귀족들을 향해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노스렌드의 원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로데론에 돌아와서 원정에 반대했던 놈들부터 꿰뚫어버리겠다 이 망할 돼지들아!"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르바즈 말대로 다 된 셈이다. 노스렌드의 원정은 스컬지 입장에서 성공적으로 끝났고, 로데론에 실제로 돌아왔고, 그 돼지 귀족들도 수많은 백성과 동일한 스컬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죽음의 기사가 된 직후로 잠을 자는 시간이 크게 줄었으나 오늘만큼은 잠이 쏟아졌다. 아키몬드를 보고 맨 정신을 버틴 인간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느냐 하면서 서리한을 곁에 두고 잠을 청하였다. 눈을 뜨니 해가 올라오기 직전이었다. 윈터칠은 남은 3마리 오크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호위무사로 만들었다. 무기와 방어구들도 흩어져 남은 것들을 종합해 꽤나 괜찮게 구성해 놨다. 나름대로 완벽한 증거 인멸이기도 하고. 아서스는 늘 그렇듯 개선장군마냥 훌훌 털어 일어났고, 윈터칠에게 말했다. "차원문으로 수행사제가 도착하면, 너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할 것이다. 나는 남쪽에 가서 스컬지 군대를 마련할 방도를 추가로 찾겠다." 윈터칠은 경배의 몸짓을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왕자님. 저는 그대만을 기다리겠습니다. 돌아오신다면 함께하지요. 불타는 군단 졸개들은 제가 알아서 구워삶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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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라면코렁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