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화염구도 변이도 그리고 얼음화살도 쓸 줄 모르는 마법사가 살았습니다. 그가 물을 창조하면 진흙이 나왔습니다. 신비의 지능을 시전하면 그걸 받은 사람은 지능이 더 떨어졌죠. 그의 이름은 어리버리 벙글도르프. 당연히 그의 선생님들은 어리버리 벙글도르프가 달라란 최악의 마법사라는데 이견이 없었답니다.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는 사실 원대한 꿈을 품고 마법계에 입문했습니다. 그는 수업 시작 전 마나 물약을 잔뜩 먹곤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기술이 향상될 거라 생각한 거죠. 하지만 정작 향상된 건 중요한 기원 도중에 실수로 트림하는 능력이었습니다. 가끔은 트림을 하다가 같은 반 친구의 로브를 홀랑 태워먹거나 선생님의 수염을 양털로 바꾸기도 했답니다.


첫 시험날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는 냉기 갑옷 주문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겁에 질린 다른 학생들은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안개가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를 휘감았고 주문은 얼핏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오들오들 떨면서 격렬하게 재채기를 시작하자, 사람들은 결국 눈치 챘습니다. 어리버리 벙글도르프가 자기 자신에게 동상을 입혔던 것이죠.


어느 날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는 공원에서 자신에게 정말 마법사 소질이 없는 걸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근처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는 강력한 주술사를 꿈꾸던 자신의 지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아직 노력이 부족할 뿐이야!" 그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무언가 연습 대상을 찾던 중에 자신의 앞에 놓인 범상치 않은 나무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는 용기를 힘껏 모아 그 나무에 주문을 걸었습니다. 벙글도르프는 주문이 실패했을까 차마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눈을 떴을 때, 그 나무는 아름다운 나이트 엘프로 변해 있었습니다. "성공했어!" 그는 외쳤습니다. "내가 바꿨다고! 나는 마법사 소질이 있어!"

그 나이트 엘프는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젊은 마법사여, 전 드루이드예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한답니다."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는 얼굴을 붉히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다 그만 자기 로브에 발이 걸려 잔디밭에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뾰족 모자를 고쳐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숙사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벙글도르프의 주위에서는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이트 엘프는 어리버리 벙글도르프를 생각하며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자리를 뜨려 돌아서는 순간, 그녀는 발에 무언가가 걸려 거의 균형을 잃을 뻔했습니다. 갑작스런 장애물에 놀란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봤고 그곳에서 반짝이는 마법초를 발견했습니다. 서서히 꽃잎을 펼치며 활짝 필 준비를 하고 있던 이 마법초는 조금 전만 해도 이곳에 없던 것이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던 그녀는 무언가 깨달은 듯 급히 어리버리 벙글도르프가 걸어간 쪽을 바라보았지만, 이 젊은 마법사의 모습을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