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를 덮쳤다. 천지가 요동쳤고, 2차 대전쟁 이후로 달라란을 지켜 주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첨탑도 무너져 버렸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바닥이 꺼지면서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얼굴, 그리고 내가 비명을 질렀다는 것, 하지만 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공포에 질린 상황에서도 난 내가 배운 마법을 생각했다. 내가 이 재앙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하지만 주문을 펼칠 수 없었다. 악마의 기운이 내 마법을 봉쇄했다. 희망이 없었다. 난 눈을 감고 기다렸다. 하지만 어쨌든 난 아직 여기 살아있다.

2장
무너진 건물이 몇 시간 째 흔들리고 있다. 큰 진동이 있을 때마다 이젠 끝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난 아치길로 쓰이던 이 돌 아래에 웅크리고 있다. 예전에는 이 아치길 사이로 북적이는 시장 길을 보곤 했는데, 내 누이가 물건을 한아름 들고 이 아치길로 돌아오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이제 내 앞에 놓인 건 돌과 먼지뿐이다.

4장
나는 키린 토를 믿는다. 달라란의 위대한 마법사들은 동족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갇혀 있는 이 잔해 따위는 숙련된 마술사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구조될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마법 훈련을 마치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5장
사람들의 인기척도, 가족들의 인기척도 없다. 그들을 크게 불러 보았지만, 저 위에는 정적만이 가득하다.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다. 내 심장도 언젠가는 고요해지고 먼저 간 이들을 따르겠지. 하지만 이 두려운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6장 
점점 어두워진다. 공기도 희박하다. 이 글을 쓰려고 소환한 이 희미한 불빛이 내 눈에 아른거린다. 이젠 더 못하겠다. 만약을 위해 힘을 아껴두어야 한다. 비록 나는 이 정적속에 뭍히겠지만 이 종이들은 정적을 견대내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나는 한 줄기 목소리가 되어 이 깊을 심연을 헤치고 올라 조그마한 속삭임이 되어 하늘로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