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이전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특정 계열의 마법이 지닌 막대한 잠재력과 이를 제한하기 위해 확립해야 할 수많은 법률과 한계가 점점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나아가 이러한 일시적인 마법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뤄짐에 따라 더욱 강력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필수 과목의 중요성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학생 한 명이 오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기존의 차원문에는 많은 제한이 따르는데도 타락의 차원문과 비교했을 때 크기는 절반에 불과하고 유지 시간도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는 실용적인 마법과 사용 가능한 마법의 개념에 대해 아직 배우지 못했지만, 나 역시 이러한 이중성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변형 마법이 기존의 확립된 마법을 위협한다면 과연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 것 인가?

타락의 마법과 강령술에 대한 연구를 막으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점점 그 잠재력에 동요되어 사로잡히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마법이 불안정하고 '사악하다'는 일반적인 비판을 뛰어넘을 정도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마법의 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법사의 손짓 한 번만으로 거대한 지옥불정령이 드넓은 땅은 파괴하는 것을 목격할 때면, 마음속의 신념이 곧 독단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워진다.


10월 16일.

북쪽을 휩쓴 역병에 대해 새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끔찍한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대부분의 수업을 취소하고, 신중한 절차를 거친 끝에 오염된 곡식을 입수할 수 있었다. 순간 곡식의 외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 놀라면서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곡식 다발의 어느 한 부분도 색이 변하지 않았고, 특이한 냄새를 풍기거나 모양이 변형되지도 않았다. 그제야 역병이 어떻게 그토록 빠르게 퍼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10월 17일.

역병 연구를 계속 진행하면서 난처한 결론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최초의 실험에서는 역병이 인간 외의 생물에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에는 피로, 메스꺼움, 발열, 가벼운 환각 등이 있었으나 드물게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세포에는 역병이 한결같이 작용하여 전례 없는 괴사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와 같이 뒤어난 살인 병기가 인간 종족에서만 발견되는 것을 우연이라 치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두 현상이 반드시 관련되어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역병의 근원을 찾아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기로 결심했다. 뭔가 지능적인 힘으로 말미암아 인간에게 역병이 창궐한 것은 아닐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곳 달라란에서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신중히 생각해본 뒤에 나 대신 이를 조사할 사람을 파견할 생각이다.


10월 18일.

우연하게도 자체적인 방식 안에 솜겨진 역병의 열쇠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두 가지의 확고한 결론에 이르렀다. 역병이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과 그 시초가 지능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역병으로 말미암아 고통받은 시체는 죽은 뒤에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현상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경미한 부작용으로 간과했지만, 이와 같은 힘은 사그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강하게 유지된다. 불시에 뇌리에 떠오른 것은, 이와 같은 시체에 어떠한 자극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으나 연구는 계속되었다. 강령술에 대한 짧은 지식을 활용해보기도 하고 시체에 간단한 저주를 걸어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시체를 되살리려 한 것은 아니고, 생체 에너지를 변환하거나 추출해보려고 했다. 설마 그 시체가 정말로 벌떡 일어나 나를 공격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되살아난 시체를 불태운 것이 지금은 후회된다. 그러나 시체, 나아가서는 그 안에 충만한 역병이 어떠한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나의 불확실한 이론을 증명해낼 수 있었다. 역병에 걸려 사망하는 자는 강력한 강령술사의 부름을 기다리면서 무덤에 잠드는 것이다.

즉, 역병이 본래 마법의 일종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0월 20일.

가장 믿을 수 잇는 제자인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를 파견하여 역병의 건원을 조사하기로 했다. 연구 결과에 비추어 가장 숙련된 제자만이 그러한 미지의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 한 권의 연구 일지와 함께 역병에 관한 다른 연구 문서를 그녀에게 건네줄 생각이다. 물론 일반인들도 이와 같은 긴박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내용을 공개하려고 한다.

직접 나서서 조사하고 싶었지만, 테레나스 국왕이 나의 요청을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 곧 북쪽 지역을 격리하도록 국왕을 설득시킬 생각이다. 한동안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제이나의 성실함을 굳게 믿고 있다. 둘 중 하나가 전염병의 습격을 막지 못한다면, 세상에 역병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안토니다스-
(6인의 의회 인장이 찍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