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의 최전성기로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를 꼽는데 사실 이때부터 와우는 망하기 시작했음.
왜냐하면 이때부터 와우가 본격적인 레이드 게임으로의 변화가 시작되었거든.
이전까지 와우는 정말 오픈월드의 진수를 보여주는 게임이었음. 

화산심장부, 줄구룹 등의 레이드도 재미있었지만 와우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힐스브래드 구릉지,
가시덤불 골짜기, 알터랙 계곡 등에서 얼라이언스 vs 호드 진영으로 나눠서 벌어지는 대규모 쟁이나
게릴라전이었음. 지금처럼 던전에 갇혀서 딜미터기나 들여다보면서 암기한 루틴대로 인공지능하고
싸우는 퍼즐 놀이가 아니라 와우의 방대한 오픈월드 전체를 배경으로 싸우는 진짜 전투였음.

물론 초창기임을 감안하면 지금과 비교해서 구닥다리 시스템에 효율성도 떨어졌지만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대립이라는 pvp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왔다면 단순한 추억 보정이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더
재밌는 게임이 되었을 게 분명함.

그 방대하고 아름다운 오픈월드가 고작 렙업할 때나 쓰이고 만렙이 되면 좁은 던전에 갇혀서 매주 똑같은
패턴의 인공지능과 씨름하면서 오픈월드를 방치한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부분임.

레이드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테고 그게 바로 이 글을 보고 있는 아직 와우에 남아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함. 문제는 애초 와우에 재미를 느꼈던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런 레이드 게임을 원한 게
아니었고, 와우가 레이드 게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불성, 리치왕 이후 서서히 와우의 유저수는 줄어들고
망테크를 타기 시작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