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와우를 플레이한 지 3달 정도 된 초보 유저입니다.

최근 3달 정도 와우를 플레이했던 경험을 간단하게 적어보려고요. 그냥 다른 분들도 초보 때를 떠올리시며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시작하며

어렸을 때 오픈베타로 잠깐 해보고 나서 한참을 잊고 있었다가, 일에 약간 여유가 생겨 뭐라도 해보고 싶어 뒤적거리다 와우 생각이 나서 찾아봤어요. 그런데 캐릭터 중에 늑대인간이 있더라고요! 멋있어서 다짜고짜 와우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무슨 직업을 해야 하나 좀 찾아봤는데 사냥꾼이 난이도도 낮다고 하고, 야수 특성(?)이면 동물을 두 마리나 데리고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야수 사냥꾼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와우를 시작했습니다. 난이도가 낮다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저는 어떤 게임을 하든 컨트롤을 중간 정도도 못하는 사람이라...

다른 RPG 게임도 조금씩 해보긴 했어서 일단 퀘스트 쭉 따라가면 되겠지...하고 시작했는데 웬걸 퀘스트가 너무 많더라고요... 꼭 해야 하는 퀘스트와 그렇지 않은 퀘스트가 뭔지도 모르겠고... 한참을 검색해보고 나서야 어떤 것들을 해야 할지 좀 알겠어서 대장정? 그거 위주로 쭉 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토리를 좀 이해해보려고 했는데 스토리가 참... 방대하더라고요... 인물도 기억이 안 나고 서로의 관계도 헷갈리고 해서 나중에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2.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날아다니기로 했다

어쨌거나 이것저것 하다가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막히면 인벤에서 가이드 찾아보고 하면서 웬만큼 할 것들을 다 한 것 같은데, 그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또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낚시도 좀 해보고, 요리도 좀 해보고, 무두질이나 가죽세공도 좀 해보고 하는데 내가 와우를 하는 건지 스타듀밸리를 하는 건지... 그래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의문이 들었어요. 남들은 다 날아다니는데 나는 왜 걸어다니지...? 정액 6개월 결제하면서 '황천을 삼킨 거대 지룡'이라는 멋진 탈것도 있는데 천룡이 아니라 지룡이라 못 날아다니나... 근데 그리핀은 날아다녔는데... 그때 알았습니다. 인벤에서 종종 보이던 '날탈'이라는 단어가 그 지역에서 날아다닐 자격(?)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 이후로는 '모든 지역에서 날아다니기'를 목표로 정하고 플레이했습니다. 어둠땅에서 날아다니는 건 어떻게든 했는데, 제레스 모르티스(?)에서 날아다니려면 무슨 업적을 해야 하는데 진짜 그놈의 몬스터 잡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Rare Scanner, TomTom 같은 애드온을 깔면 좀 편하다고 해서 애드온이 뭔지도 모르면서 처음으로 애드온도 깔아보고, 종일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알람이 울리면 달려가다가 몬스터들 달려들어서 죽고... 죽고... 또 죽고... 겨우 날아다니게 되었습니다 ㅠㅠ

그러고 나서 격전의 아제로스 지역에서도 날아다니고 싶어서 알아보니, 세상에나 무슨 평판을 죄다 매우 우호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거예요. 매일 전역 퀘스트를 하면서 두 곳은 매우 우호적, 세 곳은 우호적, 한 곳은 약간 우호적으로 만들었는데 용군단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참, 그 사이에 어떤 친절한 분이 길드에 초대해 주셔서 길드에도 가입했어요. 뭘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뭔가를 자랑하면 축하도 해주시고, 덕분에 더 즐겁게 게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자랑할 거래봤자 '새로운 탈것을 얻었어요!' 정도였습니다...)


3. 용군단에서 날아다니면 뭘 하니, 던전에서 자꾸 죽는데

넵, 용군단은 초반부터 날아다녀서 참 좋았습니다. 활강에 익숙해지기까지는 한참 걸렸지만요. 왜냐하면 전 발컨이니까... 왜 자꾸 바닥에 처박히는지

용군단이 시작되니까 해야 할 게 많더라고요. 해야 하는 퀘스트들 하고, 전역 퀘스트들도 하고 그러면서 차근차근 적응해 갔습니다. 무두질이랑 가죽세공도 열심히 하고, 낚시랑 요리도 틈틈이 하고... 아이템 레벨 하나씩 올려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격전의 아제로스 평판 올리는 것에 지긋지긋했어서 꾸준히 각 진영 평판 올리는 것을 목표로 게임을 했습니다. 직장 때문에 많이는 못했지만 그래도 각 진영 영예가 15~17정도 되었으니 이만하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열심히 하시는 분들 보시기엔 좀 우습죠? ㅎㅎ...)

그런데 다른 유저들은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좀 설렁설렁하는 것 같은 기분인 거예요. 그래서 길드에 뭘 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길드장님이 쐐기는 가봤냐며 갑자기 저를 던전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길드장님의 친절한 안내와 하드캐리로 무사히 첫 던전은 끝났으나 발컨인 저는 30분 남짓한 던전을 돌고 나서 양 어깨가 모두 뭉치고 뒷목이 땡겼습니다... 손목과 손가락이 욱신거리더라고요... 야냥이 제일 컨트롤이 쉽다는데, 심지어 딜 싸이클(?) 같은 것도 모르고 그냥 아무 스킬이나 누르는데도 몬스터 보고 바닥 보고 내 스킬 쿨타임 보고 내 귀여운 야수들도 보고 그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던전을 포기하자! 이건 내가 갈 길이 아니다! 스트레스 풀려고 게임하는데 게임으로 더 스트레스 받으면 어쩌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스카라에서 상인이 탈것 '상아 상인의 오투크'를 파는데 그걸 얻으려면 던전을 돌아서 반지 3개를 모아야 하더라고요. 그거 때문에 던전을 돌다보니 '어라, 좀 할 만한 걸?'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는 조금씩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반지 3개는 5일쯤 걸려서야 다 모았습니다. 신화나 쐐기는 무섭고 일반, 영웅 던전으로만 가니까 한 번 가는데 파티 구성이 30분도 넘게 걸리더라고요. 하늘빛 보관소에서 나오는 '불안정한 비전 실반지'가 진짜 너무 안 나와서 거기만 20번은 돈 것 같아요... 하지만 오투크는 귀엽다.)

신화, 쐐기 던전을 조금씩 돌다보니 이게 신세계더라고요. 공략 영상을 몇 번씩 봐도 알아야 할 것,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막상 던전에 들어가면 머리가 하얘지고, 안 돌아가는 머리보다 더 안 돌아가는 손... 분명히 바닥에 깔린 수상한 보라색 무언가를 봤는데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 날 공격하지도 않을 보스 스킬에 쫄아서 철수를 누르는 바람에 바로 그 수상한 보라색 위에 떨어지는 내 늑대인간... 진짜 스스로가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아니, 열심히 직장생활하고 세금도 내는,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짐덩어리라니...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나름대로 던전에 익숙해지는 과정,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과정, 파티원들과 함께 던전을 깨는 과정도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략 영상 반복해서 보고, 파티 들어가자마자 "안녕하세요, 초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ㅠㅠ"라고 복사해 놓은 인사말로 시작하고 그러면서 지금도 쐐기 2~3단쯤을 종종 돌고 있습니다.

오래된 게임의 고인물 유저들의 불친절에 대해 가끔 들었던 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보았던 와우 유저분들은 대부분 친절하셨습니다. 어처구니없게 죽어서 죄송하다고 하면 괜찮다고 해주시고, 힐러분이 자기가 실수해서 그렇다고 위로해 주시고, 길 잘못 찾으면 데리러 와 주시고... 어느 날은 "냥님 블"이라고 하는 말이 나를 부르는 것 같기는 한데 뭔 말인지 몰라서 물어보니 블러드라고, 원초적 분노라는 스킬을 가진 야성 펫이 쐐기에서 필수라고 알려주셔서 혼자서 펜리르도 길들였답니다! 참나 이걸 자랑이라고...


아무튼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도전하며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나 스트레스 안 받자고 다른 사람들 스트레스 주지 않도록 조금씩만 더 공부하자... 하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도 할 게 많네요! 요즘 목표는 각 지역에서 틀별 몬스터와의 전투를 각 10회씩 완료해서 '~의 모험가' 업적들을 모두 완성하는 거예요.

그냥 혼자 주저리주저리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즐거운 와우 생활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초보에게 친절한 와우 유저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