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게임환경을 서비스하지 못한 건 블리자드코리아인데
내가 내돈 들여 다른 서버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 못내 억울해
저 혼자만의(??) 자존심 싸움을 벌인지 어언 몇 개월,
결국 제가 졌습니다.
네, 저도 듀로탄 얼라로 이전하렵니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좀 더 라이트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도시섭으로 갑니다.

언제 파티가 생길지 조바심 내며 주말 내내 접속해 있으면서 파티창만 쳐다보는 게 싫어요.
파티 기다리면서 할 게 없어서 지루한 일퀘만 계속해야 하는 게 싫어요. (캐릭 다 합치면 하급부적 2000개 넘어요)
정작 제대로 돌리는 캐릭은 없이 부캐만 자꾸 늘어나는 것이 싫어요.
최대한 많은 레이드에 가기 위해 주말 내내 애드온으로 쓸데없이 치열한 계산을 하기가 싫어요.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하고 싶은 것(레이드가기)만 하고 접종하고 싶어요.
부분하드팟, 올일반팟, 썰자팟이 마구마구 올라와서 그 중 어디를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싶어요.
행여 저녁 파티가 출발했을까 맘졸이는 대신, 편하게 야근하고 오더라도 파티창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지난 몇 년간 지인도 없이 라이트한 일반 막공만 고집하던 저였지만
판다 들어와서 리니님네 채널에서 반고정으로 게임하게 되면서 많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대격변 초기때 하드팟이라고는 할리온 1하드팟만 겨우 다녔고,
시네스트라는 커녕 네파리안 일반조차 한번도 잡아보지 못했고,
네바람의 왕좌 2넴은 구경해 보지 못했고,
불땅 들어와서도 후반 되어서야 겨우 샤즈라 1하드만 겨우 잡아봤고
타렉고사 따위 만들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그 때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파티가 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제가 파티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죠.
(더불어 헤딩팟에서 힐킹하는 재미도!)

이런 저런 이유로 12만원의 거금을 들여 스톰레이지로 온지 4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다시 거금을 들여 듀로탄에 갑니다.
정든 서버를 떠나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게 잘한 선택인지는 모르겠어요.
설령 실수한 것이라고 해도, 이것으로 인해 와우에 흥미를 완전히 잃게 된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수많은 캐릭터(?!!) 중에
일단은 두세개만 이전해 봅니다.
나머지는 스톰에 남아 왔다갔다 하면서 게임할 겁니다.
언젠가 서버통합이 된다면 다시 돌아올 테니까요.
그때까지 모두들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