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양념 코너 시식대에서 일하는 중




퇴근길.. 내일 우리 아들 고등어조림 해줘야겠다..



우리 아들 이제 그만 취직해야 할텐데..
고등어 사들고 별을 바라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별빛을 받은 머리가 덧없이 희게 새어버린 세월의 한켠을 빛바랜 색을 발하고 있었다..



불 꺼진 집, 직사각형 테두리에 은은한 은색으로 빛나는 형광등빛.
내 세월같이 빛바랜 색이다.
아들은 그 색채 속에 너무 오래 있던 나머지, 안으로 침잠하며 점점 생명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조용히 부얶으로 가서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한다.



방금 정돈을 끝낸 그릇들을 바라보며
이 그릇들처럼 정돈되고, 깨끗한 빛을 발하는 내일을 덧없이 기대해본다.
그래서 오늘 밤도 되뇌인다.
"우리 아들 믿어"


머리 : 바쁘고 피곤해서 염색 못 한 희게 새어버린 머리
어깨 : 가정
가슴 : 가족에 대한 사랑
손목 : 염주
허리 : 시프론 파스
다리 : 로이히 츠보코 파스
손 : 빨간 고무장갑
발 : 구멍난 양말
무기 : 부엌칼
방패 : 책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