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먼저 제 소개를 올리자면, 카르가스에서 최근 데스윙으로 이주한 도적 Finisher입니다. 대단히 반갑습니다. 이미 라덴 파밍까지 마치신 분들도 많으실 터인지라 이제 겨우 레이션 하드 들어가는 도적이 논하기엔 조금 부끄러운 주제이긴 하지만 레이드에서 도적 유저는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하는가에 대해 잡설을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편의상 경어를 생략하오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1. 당신이 공대장이라면 어떤 도적을 선호하겠는가?
 (1) 일단 25인이든 10인이든 대부분 공략 여건 상 밀리의 자리는 한정이 될 수 밖에 없다. 템 분배 문제까지 감안하게 되면 도적은 10인에선 2명 이상, 25인에선 4명 이상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 도적이 레이드를 즐기기 위한 최고의 경쟁상대는 바로 다른 클래스들이 아니라 같은 도적이 되는 것이다.

 (2) 같은 도적끼리 비교 대상이 되었을 때, 과연 어떤 도적이 우위에 있는 도적일까? 우리는 여기서 '당연히 도적이라면 딜킹아니겠어요?'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기왕이면 딜 잘하는 도적 데려가는게 공장 입장에서는 좋으니까... but 엥간한 상위공대 가면 딜 센스는 다들 쩔어주신다. 딜 잘하고 무빙쩔고, 암흑원령하드 10% 탱사망시 회피맘가회피 30초탱의 위엄을 보여주는 퍼펙트 도적이 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는 진화하지 못한 비교적 평범한 필자와 같은(ㅠ0ㅠ) 도적이라면, 어느 정도 데미지 딜링에 자신이 붙은 후에 다른 쪽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상위공대 가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3) 결국 상위권 레이드 공대에 잘 취업하고 싶은 도적이라면 ▲ 템렙만큼 딜을 하되, ▲ 다른 클래스에 비해 맞는 데미지를 충분히 줄여주는 플레이가 몸에 잘 배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잘 해내기 위해서는 ▲ 각 네임드의 공략 숙지가 기본이 될 것이다.

 (4) 아래의 예시를 보자(제가 있는 반고정막공의 이번 주 1하드부터 8하드까지 진행한 전체 로그입니다.). 사실 10인 공대에서 도적 둘을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 딜과 이정도 뎀감을 유지할 수 있는 도적이라면 충분히 두 명 데려다 써도 공략엔 지장이 없다. 물론 특정 네임드에 따라 더 어려워지는 부분과 더 쉬워지는 부분의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교란과 그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도적 둘이 받는 데미지의 합은 다른 클래스로 치면 1.5인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딜도 이만하면 준수하지 않은가...(라고 우기고 싶다. >ㅅ<;)

   1) 천둥왕좌 1하드~8하드, WOL Damage Taken 로그

   2) 천둥왕좌 1하드~8하드, WOL Damage Done 로그



2. 말은 쉽지. 어떻게 해야 딜 잘하는데?
 (1) 딜 세팅의 기본은 아이템 세팅이다. 적절한 아이템의 조합과 재연마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출발부터 에러. 아이템 세팅에 있어서만큼은 쉐도우 크래프트(http://shadowcraft.mmo-mumble.com/)가 좋다. 도게지기님의 가이드(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42&query=view&p=1&my=&category=&sort=PID&orderby=&where=&name=&subject=&content=&keyword=&sterm=&iskin=&l=38987)를 통해 사용법을 숙지하기 바란다.
   

 (3) 파밍과 딜링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들 있으리라는 전제 하에, 간단히 말하자면 템 먹을 때마다 쉐크나 심크(http://www.simulationcraft.org/)로, 자기 장비로 나올 수 있는 최대 DPS를 확인하고 매 레이드마다 그에 근접한 DPS가 나오고 있는 지 확인해 보라. 특히 메가이라, 두루무, 쌍둥이왕비 같은 준 말뚝딜 네임드에서는 최대 DPS 정도가 나오거나 가끔은 넘겨보기도 해야 한다. 

 (4) 매 레이드에서 템을 먹게 되면, 최대한 빨리 세팅을 완료하고 쉐크를 참조하여 재연마부터 하고 다른 일을 해라. 조금 더 재연마를 정교하게 하고 싶다면, 심크 옵션 중에 많은 재계산을 통해 EP값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번거롭긴 해도 이 쪽이 조금 더 정확하다.

 (5) 딱 여기까지가 기본이다. 이 다음은 응용과 경험이다. 매 네임드마다 허수아비를 칠 때와 비교하여 불편한 부분들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된다. 전투시간에 맞춰 쿨기 돌리는 타이밍을 디자인하고, 무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끌어쓰기를 한 번이라도 더 미리 해둘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이건 남들이 올려둔 팁을 찾아 해결할 수 있긴 하지만, 매 트라이마다 본인 스스로가 고민하는 습관을 들여두는게 좋다. 라덴 잡았다고 와우 접을거 아니라면...

 (6) 참... 혹시 파열 타이밍 잡으려고 장신구 뜨는 것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면 이 애드온을 한 번 써보시라.
   - StatusInfo( http://wow.inven.co.kr/dataninfo/addonpds/detail.php?idx=8191&rurl=%2Fdataninfo%2Faddonpds%2Flist.php%3FsearchField%3Dsubj_cont%26searchString%3D%25EC%25A0%2584%25ED%2588%25AC%25EB%25A0%25A5 ) : 실시간으로 전투력 치명타 가속 특화의 변동상황을 보기좋게 뿌려준다. 보다보면 언제 파열을 넣을지, 선견을 킵해서 독살2연참을 날려야 하는지 감이 올거다. 하지만 댓글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첫 딜 시작하면서 블러드타임 때 장신구 두 개의 발동에 따라 딜 차이가 상당히 나게 되는 건 사실 오브 트루. 이 부분은 운에 일정 이상 맡겨야 한다. (연막셔틀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_ _) )


3. 덜 맞는 도적이란?
 (1) 간단하다. 적절한 무빙을 기본으로 교란과 그망을 적절한 때에 칼같이 돌려주는 도적이다. 메가이라 하드에서 우왕ㅋ굳ㅋ 딜킹 도적이지만 광란 타이밍과 잿불, 독폭탄 타이밍에 교란이 안돌아가고 있다면, 그리고 그 딜만을 위한 고집을 꺾지 않는 도적이라면 공장들은 같이 오래할 동료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요새 새로 나온 인벤 레이드프레임에서는 도적이 교란을 돌리고 있는지 아닌지 아주 잘~~~ 보인다. -_-;

 (2) 도적에게 있어 교란은 양날의 검이다. 밀리 딜러 중 제일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뎀감기인 동시에, 여러모로 딜링에 방해가 되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잉여도적의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란(과 그망)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 어찌 해야 할까? 교란은 반드시 써야 하는 스킬이지만, 많이 쓰면 딜이 안나온다. 결론은 간단하다. 꼭 필요한 타이밍에 정확하게 교란(과 그망)을 돌려야만 한다. 

 (3) 그리고 타이밍은 결국 본인이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가령 퀀 하드 뎀렌 페이즈에서 로샤크가 공중에서 지원사격을 한다. 밀리가 이걸 맞아주는 택틱인 경우, 도적은 언제 교란을 돌려야 하는가? 시도 때도 없이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슬림 디버프가 끝나기 직전에 딱 한 번만 돌리면 된다. 

 (4) 일정 이상의 딜을 항상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면, 가끔 한 번씩은 레이드에서 리카운트나 스카다 세팅을 받는 피해로 두고 플레이해봐라. 그리고 거기서 최고의 뎀감딜러가 누구인지 확인해보라. 만약 본인이 아니라면 좀더 노력할 여지가 있는 것이니 정진해야 할 것이다.



4. 좀 쉽게 공대에 취직하는 방법은 없나?
 (1) 그런거 없...지는 않다. 인맥으로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무지막지한 현질로 폭풍 아이템 쇼핑 후 본인 스펙에 맞게 손가락 스킬을 증진시켜 화려하게 데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2) 하지만 결국 결론은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더 우수한 도적, 쉽게 공대에 들어갈 수 있는 도적이 되고 싶다면,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며, 그리고 그 결과물대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부단히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다.

 (3) 자. 다음 그림을 보자. 둘 중 누가 더 공대에 필요하고 중요한 도적일까?(실명으로 등장시킨 타조에겐 조금 미안!)
   
 (4) 원령하드 로그인데, 얼핏 보면 동물왕타조라는 도적에 비해 Finisher라는 도적이 엄청 대단해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딜러들에 비교해서도 대단히 우수한 딜러로 보일 수도 있다. 무려 이 Finisher라는 도적은 대단히 높지도 않은 템렙으로 WOL에 올라온 암살 도적 중에 5위의 기록을 세운거니까...

 (5) 하지만 이거 다 허당이다. 내가 공대장이라면 Finisher라는 도적보다는 다른 딜러의 임무수행 능력을, 특히 동물왕타조의 능력을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물왕타조는 트라이 내내 령의 고리를 지워가며, 상당히 많은 시간 동안 앞딜을 하면서 저만큼의 DPS를 기록했으니까. 게다가 다른 딜러들이 작골들을 처리하고 암흑원령 딜을 할 동안, Finisher는 동물왕타조의 속거까지 혼자 받아가며 원령만 죽어라 팼으니까... 저 정도도 못 빼주면 곤란한거다. 하는 일이라곤 령의 원천 가끔 피해가며 허수아비같은 원령 패는 것 밖에 안했는데!

 (6)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 하믄... 도적에게 있어 딜도 뎀감도 무척 중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점이다. 이 기본을 마스터한 후에는, 어떠한 임무를 맡게 되더라도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에 있어, 일정 이하로 딜이 떨어진다거나 일정 이상 데미지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바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이다.



5. 나가며
 훌륭하신 도적님들이 즐비한 인벤 도게에 이런 뻘글을 투척하게 되어 대단히 부끄럽습니다만, 몇 년 만에 와우를 다시 하게 되고 도적으로 레이드를 즐기다보니 한 번 쯤 제가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지향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해 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특히 좋은 정보를 많이 나누어 주셨던 인벤의 도적 유저분들과 이 화두를 함께 공유해보고 싶어, 감히 이런 글을 올리게 됐네요. 앞으로도 질높은 정보와 훌륭한 견해를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but! 도적딜의 핵심은 아이! 티! 이! 엠! 아이템이졈! 이 글을 주의깊게 읽어봐주신 모든 분들께 주사위 신이 강림하사, 졸업단검이 이번 주 레이드에서 주사위로 뿅~하고 굴러들어오게 되길 간절히 바라나이다. 아울러 모두모두 즐거운 레이드, 행복한 전장, 신나는 투기장, 재밌는 필드쟁과 함께 하길 기원드리며, 도적 Finisher는 어둠 속으로 물러가옵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