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시즌에 전설이 업그레이드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나서, 전설 무기가 화두에 많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2시즌에는 '나스주로 - 해방된 유산' 착용이 가능했던 증강이, 3시즌에는 '피랄라스 - 꿈 절단기' 착용이 가능했던 징벌이 각 시즌 상위권에 위치했었다보니, 전설 장비의 위상이 과도하게 커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0
물론 전설 장비가 안좋다는 게 아닙니다. 낄 수 있으면 껴야죠. 그렇지만 전설 장비에 관한 담론들을 살펴보면 "전설 장비가 있으므로 해당 클래스가 1등 조합에 낄 것이다." "전설 장비에 맞게 전문화의 밸런스가 조정된다." 와 같은 마치 전문화가 장비에 귀속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해석이 장비에 대한 과도한 평가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였고, 정말 그러한지를 살펴보고자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많은 분이 이용하시는 Archon.gg에서 장비별 DPS 통계를 제공하고 있기에, 이를 통해서 보다 객관적인 관찰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글 또한 엄밀하다고 볼 순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담론이 더욱 오가기를 기대합니다.
먼저 징벌의 통계를 살펴봅시다.
이거를 보신 여러분은 "뭐야, 피랄라스가 최고 맞네. 이 와알못 새끼, 개소리 좀 그만 씨부려라"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설 무기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설 무기에 대한 평가가 조금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을 던지고 싶은 거죠. 2등으로 높은 값을 보여주고 있는 '백열의 영혼절단검'의 경우, '피랄라스 - 꿈 절단기'와 23,176의 DPS 차이를 나타냅니다. 8% 차이면 큰 거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백열의 영혼절단검'과 다른 장비에서 DPS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장비의 문제라기보다 어떤 사람이 플레이했냐, 조합이 어떻게 구성되었느냐 등에 요소가 훨씬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참고로 위 통계는 Archon.gg의 "High keys" 카테고리의 것으로, 상위 5% "단수"의 데이터입니다. 상위 5%의 전문화 유저가 아닙니다.
제가 결정적으로 "전설 장비가 그렇게 필수적일까"라는 의문이 든 것은 조드의 통계를 보고난 뒤입니다. 같이 살펴보시죠.

네, 징기보다 편차가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특히 1등인 '흰 순록의 낫'은 저게 진짜 전설무기 아닌건가 싶은 값을 보여주고 있죠. 이것만 보면 신화 버스를 타서라도 흰 순록의 낫을 획득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 값이 피랄라스 제작비보다 쌀 수도 있구요. 하지만 우리 모두 객관적으로 저 무기 자체가 엄청난 효능을 가져다 주진 않았을 것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상술했듯이 장비의 차이보다 상황의 차이 또는 체급의 차이가 가져오는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설 장비가 쓸모없거나 최고가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장비가 전문화의 티어를 결정하거나 전설이 없으면 해당 전문화를 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과도한 해석이지 않느냐는 겁니다. 물론 두 시즌 동안 전설을 제작하시는 분들이 많은 재화를 소모하셨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그에 따른 보상 심리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효능이나 위상 자체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필요 또한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전설 들 생각 없으면 할 생각도 하지 마셈" 이런 얘기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리 모두 템탓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플레이가 미숙하지 않았나 뒤돌아보면서 더 연습하면 더욱 재밌으면서도 발전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