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와우 인벤에 글을 씁니다.
와우를 마지막으로 한게 몇년전인지도 기억이 안나네요.
대학시절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면서 했던 와우,
그 후로는 저혼자 가끔 깨작 깨작 하다가 늘 접었네요.

그러다가 최근 대학동기녀석이 전화가 와서(이하 친구놈)
"와우 하드 코어라는 말도안되는 서버가 나왔다"
친구놈은 하드 게이머 입니다만 옛날부터
"와우같은 반복퀘 덩어리 mmo는 못하겠다!"
라며 와우를 거부하던 녀석이였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하드코어 모드가 나오자 와우를 하자고
먼저 연락 온 이 상황이 참 낯설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일단 좋다. 그런데 우리 둘로는 어렵다.
믿을만한 파티원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은 파티원이
저, 우리와이프, 친구놈, 친구와이프, 와이프회사개발자(?)
이렇게 5인으로 파티가 꾸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중, 친구놈, 친구와이프, 개발자 이 세사람이 와린이 입니다.

그런데 역시 초반부터 쉽지가 않습니다.
와이프는 나엘드루가 아니면 안된다 하여 나엘드루로 시작,
저는 인간이 아니면 안되기에 인간으로 시작,
나머지는 드워프 입니다.
저는 불성 이후 경험만 있던터라 나엘과 인간이 이렇게나
만나기 어려운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결국 와이프와 저는 따로 사냥을 하고,
친구놈 팟은 3인 사냥을 시작했죠.

그러나 역시나, 와린이 3인팟이 무난히 굴러갈 리가 없습니다.
와린이 3인팟은 "동굴"에서 결국 첫 전멸을 맞이합니다.
8~9랩 정도네요.
하지만 멘탈 잡고 다시 시작하네요.

한편 저와 와이프는 따로 랩업을 해서 어느덧 12에 달했고
이제는 따로 육성은 좀 아니다 싶은 시기가 왔습니다.
(와이프께서 혼자 사냥하는게 너무 재미없다고 항의하기 시작)
결국 저는 아이언포지 산을 넘어 아포뒷해안 -> 메네실
강을 건너가기로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여기에는 멀록 한마리와 악어 두마리가 있습니다.
와이프는 다르나서스에서 메네실로 배를타고 건너와서
제가 건너갈 강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위험하면 힐이라도 한번 써주려구요.

타이밍을 보던 그때!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 세명이 더 옵니다.
그분들이 능숙하게 강을 건너시는걸 보면서 저도 따라 건넙니다.
긴장된 순간이죠.
중간쯤 건너 이제는 거의 다 왔을 무렵,
"전투 시작"
악어 한마리가 따라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물약을 먹으며
헤엄을 쳤습니다.
그러나...
와이프를 만나기 10미터 전에 저는 죽고 말았습니다.
같이 길을 건넜던 분들 옆에서 진심으로 같이 애도해주셨네요.
참... 최근들어 이렇게 억울하고 안타까운 감정은
코인으로 1억 날린 이후 처음입니다.

이렇게 첫 죽음을 맞이 하고 마음을 추스리며
2트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2트를 시작하자마자 와이프가
드루이드 직업퀴를 하다가 사망하고 맙니다.
레벨 13.

차라리 잘됐다고 했습니다. 같이 1랩부터 키우자.
그렇게 저는 그 뒤로 1랩으로 메네실을 가기위해
2시간동안 3번의 악어밥이 된 후 다르나서스에
도착했습니다.
상급마법사가 없어서 1랩화염구로 12랩까지 키운건
대수롭지 않은 역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와이프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렙업을 하다가
이제는 드워프3인방과 합류하기 위해
메네실에서 비교적 안전한 루트로 헤엄을 쳐서
던모로 북쪽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인간 출신이라 메네실 그리핀이 아포, 스톰과
이어져서 날아올 수 있었으나 나엘은 방법이 없으니
유튜브에서 본것처럼 던모로 북쪽에서
고립탈출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따 재접을 하려고 보니 위치가 놈리건?
이거 뭔가 느낌이 안좋더라구요.
접속해보니 와이프는 놈리건 후문으로 가있네요.
아니 이게 진정 고립탈출이 맞는건가요?
진정한 고립이 되었습니다.

귀환석은 뿌수고 왔기에 이제 방법은
달의 숲으로 귀환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
너무 맥이 빠지더라구요.
하지만 그때! 30랩 흑마법사분께서 소환이 가능하다는
귓을 보내오셨고, 소환을 통해 극적으로 놈리건에서
탈출하여 아이언포지로 나엘(와이프)은 도착하게됩니다.
정말 이순간이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웠는지...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그렇게 5인 팟이 완성되려는 찰나!!!
12랩이된 드워프 3인방 중, 친구놈(사제)이
엘윈숲 북쪽 호숫가 멀록 마을 시체조사퀘를 하다가
사망하고 맙니다.

지금은 친구 멘탈 나가있는 상황이구요.
저희도 다같이 어이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드코어를 플레이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점이 있습니다.

"하드코어는 우리 인생과 같다"

하드코어는 mmo에 있어서 정말 엽기적인 컨텐츠입니다.
어마어마한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캐릭터가
한번 죽으면 모든걸 잃는다니요.

그러나, 그렇기에 우리의 플레이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진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것은
그 플레이에 "우리"가 있었다는 겁니다.

혼자가 아닌, 우리 였기에 힘든 순간도 기쁜 순간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건너기 직전 악어에게 죽은건 너무 아쉬웠어!"
"맞아 맞아! 진짜 어떻게 그렇게 간발의 차이로!"

"흑마님 소환으로 놈리건 탈출한건 정말 대박이야!"
"맞아! 30랩 흑마님도 진짜 몇명 없었는데!"

아마 하드코어가 아니였다면
이러한 경험들은 그저 귀찮은 과정의 일부였을겁니다.
하드코어 였기에 이러한 경험들이 극대화 되고
그 속에서 "살아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되는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그 죽음이 오기전까지는
가장 빛나는 순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게 하드코어든 우리 삶이든 말이죠^^

(던모로 북부해안 고립탈출 시 놈리건 위치 아래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