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사는 투구 보이기를 한 타우렌 무쌍풀셋 전사였다
그 칠흑같이 어둡고 견고한 갑주가 아직도 기억난다


10여년전 와우에서 처음 키운 캐릭은 전사였다.
와우 전사가 단순히 무기를 들고 싸우는 클래스가
아니라는것도 모르고 별다른 이유없이 전사를 골랐지만
아마도 OOO나라 라는 게임을 처음으로 MMORPG를
했을때 주술사였던 나보다 대검을 휘둘러대는 전사가
터프해 보였던게 아니었던가 싶다.

그 결과 가시우리에서 소용돌이검으로 양손탱킹을 하다가
파티원의 조언을 듣고서야, 검과 방패를 들고 수행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걸 알게 되었고 나는 방패를 들게 되었다

그당시 내가 원하는 형태의 전사는 워3의 무라딘처럼
한손에는 망치, 또한손에는 도끼를 든 묵직한 느낌의
분무전사였는데,
언젠간 내 두손에 그런 굵직굵직한 무기를 들고
상대방을 썰어제끼는 희망을 가지고
인던에서 무던히도 탭방가 탭복수를 눌러제껴가며
만렙을 찍었다


당시 돌발톱 산맥에서 정예퀘를 하며 사귄 드루이드
친구는 만렙 이후에 같이4대인던을 가자고
귓말을 속삭이려고 하면
늘 친구창에 화산 심장부 라고 나와있어 같이 가지 못했다.

나중에 귓말이 닿아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를 물으니
하루 4시간 내내 레이드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만을 들었다

용돈의 전부를 피씨방에서 와우를 하는데 사용했던 나는
레이드란 것이 나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과
분무쌍수전사는 카라잔 앵벌이 빼고는 써먹을 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닳게 되고 현실에 가로막혀
줄구룹, 안퀴페허에서 투지셋 맨탱 뒤에 부탱으로 서는게
고작이었다.
행여나 학카르 메인탱 정배에 어글잡고 탱하다가
내 정배 차례에 포세이큰 의지로 풀어버리고 계속
탱을 하면 메인탱커한테 눈초리까지 받아야 했다.


비록 먹보 부루의 방패에 잔달라 부적이지만
그래도 내가 학카르, 오시리안 같이 매우 키가 큰
네임드들을 탱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늘 레게탱들이 메인탱커였고 나는 그것이 슬펐었다.


그당시 무적의 오시리안은 오픈당시부터 매우 까다로워서
레게들도 와서 삐똥싸고 가는 네임드였는데,

기본적으로 무빙하면서 어글먹고 수정 위치까지 탱커가
드리블해 가야 약화를 넣고 딜이 가능한 네임드였기에
수정찾는 도적이 말탄채로 대기하고 있었으며 탱커는 도적이 미니맵에 찍어주는 핑을 보고 무빙탱을 하며 버텨야 했던
것이다.

종종 메인탱이 죽어서 부탱으로 드리블을 했을때가 있었는데
그당시 즐거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도 그랬었다.
길어지는 오시리안 트리라이에 메인탱이 시간이 없어 나가게
되었고, 나는 내가 활약을 할 시간이라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러나 공장의 지인으로 탱지원으로 온 전사가 있었고
그 전사는.....무쌍 풀셋이었다.

당시 나는 오그리마 지붕에서 간혹 정복자 풀셋이나
보곤 했었지 그 소문의 낙스라마스의 무쌍셋을,
그것도 풀셋으로 차고 있는 실물을 보는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충격이었다.
그 무적의 오시리안을, 소 한마리가 개터프하게 끌고 다니는데
도무지 피통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도저히 소의 움직임으로 보이지 않는 기민한 무빙,
오시리안의 주먹이 허공을 휘젓기만 하는 느낌이었고
격렬한 모래바람 속에서, 내 눈에는 그저 춤추는 소 한마리만이
또렷이 보였다.

그 이후에 나는 전사를 접고 법사를 키웠다

그때의 무쌍풀셋 전사는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클래식에 들어와서 내 와우인생의 전부였던 법사를 버리고
전사를 키운건 그때의 기억때문인듯 하다
물론 이제 임팩트 있는 방특전사의 시대는
갔고, 반대로 그당시 내가 꿈꿨던 분무쌍수의 시대가 왔지만

내 마음속에는 개츠비가 믿어왔던 푸른 불빛처럼,
그 견고해 보이던 칠흑같은 갑주에 대한 선망이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