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힐러의 역량 혹은 실력이라고 부르는게 결국에는 파티원, 특히 탱커를 안죽게 하는 거죠.

근데 이 목적에 관여하는 조건이 (당연한 거지만) 딜러/탱커와 또 다르다는 겁니다.
힐러의 경우 보스/전투기믹 이라는 조건 외에 파티원이라는 또다른 조건이 있어요.
파티원이 정해진 스펙의 AI라면 해당 전투에 최적화된 힐링 택틱이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럴 리가 없잖아요. 특히 막공에서는 말이죠.

탱커가 피통 11,000일 수도 있고, 15,000일수도 있죠. 전탱일수도 있고 곰탱일 수도 있잖아요.
딜러도 바닥 잘 피하고 생석,붕대질 잘하는 딜러일 수도 있고, 툭하면 장판 밟아서 딸피가 되는 딜러일 수도 있어요.
레이드 DPS가 높아서 전투가 3분만에 끝날 수도 있고, 딜이 딸려서 5분이 지나야 끝날 수도 있어요.
다른 힐러 중에 신기가 많아서 맨탱 힐샤워에 부족함이 없을 수도 있고, 복술이 많아서 공대원 전체적인 피 복구가 수월한 경우도 있죠.

이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서 자신의 힐 택틱을 조율하는게 힐사제가 막공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위급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탱커가 안정적인데 레이드 DPS가 모자라면 마나 효율이 높은 스킬을 위주로 최대한 마나를 아껴서 장기전을 대비하고
딜은 좋은데 탱커 피가 출렁거린다면 맨탱 보호를 최우선으로 힐샤워를 하는 등으로 말이죠.

이런 힐 택틱의 유연함을 위해서 사제의 힐 스킬 종류가 제일 많은거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순치, 상치, 소생, 회기, 치기, 치마, 결속, 보막 등 다양한 스킬들이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 이걸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큰 효과를 보죠.

이런 힐 택틱 조율을 못하면 그냥 인던이나 막공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제가 되는거고,
이걸 잘 하는게 어느 공대장 눈에 띄이면 정공에서 힐링하는 맛 한번 찍먹만 해보라면서 츄라이츄라이를 받는거죠.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맨탱 소생vs계시 문제도 결국엔 힐 택틱의 갈래 중 하나라고 봅니다.
파티원 및 전투의 상황에 따라서 힐러가 판단을 해야 할 문제이고, 이게 곧 힐러의 역량이라고 봅니다.
물론 많은 상황에서 검증된 택틱이 있기는 하지만, 이게 무조건 좋다라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리고 오리지널 때도 이런 토론이 있었기에 해당 직업의 잠재력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토론 과정에서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공격적인 언행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토론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다들 해당 직업에 대한 견식이 있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수위 적정선을 잘 조절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예전에 불성 오리지널때는 친구따라 바쉬까지는 따라다녔지만,
지금은 소심해져서 아직 카라잔도 못가본 동네 힐러라서 지금 서버의 레이드가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몰라요.
지금 서버의 레이드 상황과 맞지 않는 글이라고 하시면 조용히 삭제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