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없는 초등학생 하나가 감히 부모님께 소리를 지른다.

“엄마! 전깃줄 주세요! 네?! 제발요!!!”

부모는 아들 녀석이 하던 게임이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도저히 할 만한 게임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컴퓨터 전원 케이블을 뽑아들고 아들과 실랑이 중이었다.

“엄마! 제가 다음 시험에서 성적 꼭 올릴게요! 네?! 제발 하루 1시간만요~”

요즘 시대 부모자식 지간에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성적이 걸린 거래를 한 후에야 부모는 마지못해 전원 케이블을 아들에게 넘겨준다.


다시금 신나게 게임을 하는 아들 녀석의 뒤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던 부모는 여전히 탐탁치가 않다. 나치 문양이 그려진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해골이며, 방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고 죽여야지만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그 게임을 그 어느 부모가 좋아하겠는가...


[ 이런 게임을 부모님이 좋아할리 없지... ]



어지러운 화면으로 인해 울렁증을 호소하면서도 눈을 부릅뜨고 하다가 급기야 두통을 호소. “엄마 저 두통약 한 알만 주세요~”라고 했다가 전원 케이블을 도로 뺏김은 물론이고 두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던 그 게임.


나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울펜슈타인 3D (Wolfenstein 3D)’라는 게임이었다.





[ 음~ 잠깐만 봐도 멀미가... ]



긴장잠이 넘쳤던 게임으로 기억이 남는데, ‘바이오하자드’를 해 보았던 유저들이라면 로딩 시 문이 삐걱~ 하고 열릴 때의 그 떨림과 공포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문을 열었을 때 좀비견이 튀어나오는 것과 나치의 경비견이 달려오는 것은, 시대적 차이를 감안할 때 충분히 동급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의 존 카맥이 개발한 울펜슈타인 3D는 현존하는 모든 1인칭 FPS 장르의 시초가 된 게임으로 Doom, 퀘이크와 함께 존 카맥을 전설의 개발자로 등극시켰다.


[ 존 카맥 (출처 : 위키백과) ]



이렇게 90년대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들이라면 향수에 젖을만한 그 게임이 2009년 8월 20일 당당하게 울펜슈타인(Wolfenstei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 깔끔한 로고. 진정한 울펜슈타인이 되고 싶었던 것인가? ]



‘울펜슈타인 3D’로부터 17년.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으로 부터 8년 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등장한 울펜슈타인 시리즈. 얼마나 멋지게 만들었기에 앞뒤로 부제 하나 달지 않고 ‘울펜슈타인(Wolfenstein)’이라는 이름 그대로 등장했을까? 그간의 후속 타이틀이지만 원작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던 그 약속을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울펜슈타인은 액티비전 산하의 레이븐 소프트웨어(Raven Software)와 존 카맥의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가 함께 개발했고, PC, PS3, Xbox360의 멀티 플랫폼으로 8월 18일 출시되었다.


[ ID와 레이븐이 공동 제작했다. ID는 울펜슈타인의 고증과 프로듀싱을 주로 맡았다. ]



주인공은 3D와 리턴 투 캐슬에서도 등장했던 비밀 정보국(OSA, Office of Secret Actions)의 장교 B.J. 블라즈 코위츠가 그대로 등장한다. 길고 긴 세월 동안 늙지 않고, 훨씬 멋지고 세련된 그래픽으로 돌아왔다. 시작 전부터 B.J.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영상으로 시작된다.


[ B.J. 블라즈 코위츠 돌아오다! ]






OSA는 나치가 베일(Veil)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힘을 얻었다는 첩보를 입수하였고, B.J.를 독일의 중심부로 급파. 베일의 정체를 파악하기에 이른다.


[ 한 장의 도안을 건내 주는데... ]



[ 이 것이 베일 장치(Veil Device) ]




■ 게임 기본 흐름. 마을에서 임무 선택 → 작전지 투입

캠페인 모드에서의 진행 방식은 여타 FPS의 싱글 모드와 큰 차이는 없다.


Midtown East, Midtown West, Down town의 마을에서 임무를 받아 수행하는 형식이며, 미션은 여러 오브젝트를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임무 수행 지역은 지하 고대 유적, 교회, 병원, 성, 체펠린 비행정을 비롯하여 현실과의 평행 이동 공간 등, 여러 지역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 강제적 진행이 아닌 미션을 선택해서 수행할 수 있다. ]



미션은 여러개의 오브젝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 지역으로 무작정 로딩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새로운 지역까지 이동하는 것도 임무의 일부분으로 간주되기 (적들도 매번 등장한다.) 때문에 새로운 미션 지역이 아닌 이상, 같은 맵에서 플레이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미션 완료 시 간략하게 수행 정도를 보여준다. ]


[ 미션을 성공하면 강화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 ]




■ 게임의 특징


ㅁ 정보를 수집하고 암거래를 통해 B.J.를 강화시키자.

B.J.는 OSA의 특수 요원이기에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단순하게 정보를 모으는 것만이 아닌 미션 공략에 필요한 사전 정보를 입수할 수 있고, 심지어는 무기 개조 도면이나 베일 파워에 대한 고대 지식을 습득하여 B.J.를 강화 시킬 수 있다.


[ 무기 개조 도안을 입수해야만 강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



[ 각 미션의 중요 정보들이 들어있기도 하다. ]



나치가 숨겨놓은 금화 자루, 금괴, 유물을 찾으면 달러를 얻을 수 있으며 각 미션 수행이나 정보의 획득에 정도에 따라 무기나 베일 파워를 블랙 마켓에서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강화한 무기들은 성능이 올라감은 물론 각 파츠별로 외형이 변경되게 된다.


[ 블랙마켓. 돈만 있다면 언제든지 강해질 수 있다. ]



[ 장물을 융통하는 능력도 가진 B.J. ]



[ 지금까지 모아둔 달러로 쇼핑! ]



[ 개조에 따라 무기 룩이 바뀌기도 한다. ]




ㅁ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무기에 가상의 최첨단 무기까지

B.J.는 독일군이 사용하는 기본 무기류와 함께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치의 신무기들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등장하는 무기는 화기류 8종, 투척류 1종 그리고 4가지의 베일 파워로 구성되어 있다.


- MP40 - 기관단총




- Kar98 - 볼트액션 단발 소총




- MP40 - 돌격 소총




- Panzerschreck - 펜저 슈렉 로켓 런처




- Flammenwerfer - 화염 방사기



[ 불에 타죽는 걸 보고 싶다면... ]



- Mld. 24 Grenade




- Particle Cannon - 베일 파워 빔







- Tesla Gun - 전류 충격기




[ 테슬라 건을 사용할 때마다 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바쁘다. "테슬라 건이다! 도망쳐~"라며... ]



- Leichenfaust44 - 베일 파워 런처




[ 최강의 무기답게 적을 공중 분해 시켜버린다. ]




ㅁ 베일 파워를 이용하여 평행이동을 하자

진행하다 보면 베일 디바이스를 획득하면서 베일 파워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힘을 이용하면 현실과 또 다른 현실의 평행 공간을 볼 수 있게 된다.


[ 이것이 바로 베일 디바이스 ]



[ 베일 디바이스에 블루 시질을 박으면 특정한 힘(베일 시야)가 발동 된다. ]



[ 벽으로 막혀있는데... ]



[ 베일 시야를 이용하면 평행 공간을 볼 수 있다! ]



또한 베일 디바이스를 통해 새로운 시질을 얻게되면 시간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는 Mire, 보호막을 칠 수 있는 Shield, 무기에 베일의 힘을 부여할 수 있는 Empower를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 단순히 적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퍼즐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며, 베일 파워를 적절하게 사용해야만 진행할 수 있는 지역이 등장한다. Mire로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 빠르게 날라오는 포탄을 피하거나, Shield를 강화하게 되면 적들이 쏘는 총탄을 튕겨내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쓰러지는 적을 보는 쾌감을 느낄 수 있기도...



ㅁ 세계관에 충실한 독일군에 더해 최첨단 독일군까지 등장

기본적으로 2차 세계 대전의 독일 중심부에 침투한 특수 요원의 활약을 그렸기에 건물 기본 양식 및 게임 내 존재하는 각종 오브젝트들도 현시대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섬세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루머로 남아있는 나치와 히틀러의 오컬트를 게임 내 설정인 베일의 힘과 절묘하게 조화시킨 점인데, 마지막의 검은 태양의 공간을 여는 것도 바로 오컬트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 오컬트는 이제 울펜슈타인에서 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



엘리트 가드를 비롯해 베일의 힘을 사용한 강력한 나치들도 등장한다. 일반 몬스터와는 다르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상대하기가 까다롭고 특히, 베일 어쌔신의 경우 빠른 속도로 다가와 슥~ 긋고 지나가면 바로 누워버리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을 정도.


[ 여전히 요염함을 자랑하는 엘리트 가드 ]



[ 베일 어쌔신은 게임상 중요 요소로 등장한다. ]



[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두번 공격 당했는데, 바로 사망 ]






이외에도 생체 실험으로 등장한 괴 생명체들이 일반 몬스터 & 보스로 등장하여 게임의 엔딩을 보는 내내 새로운 패턴의 몬스터와의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 생체 병기까지 등장한다. ]




■ 느낌? - 터프한 인디아나존스가 된 것만 같은 기분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은 제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한 FPS가 워낙 많기에 지금까지의 게임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첫 베일 파워인 베일 시야를 획득하면서부터 재미있게 흘러가는데, 처음에 베일 파워를 얻기 전에 희미하게 아지랑이가 남는 사물들을 보면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바로 평행 이동 공간에 있는 사물들인 것.


이제 이 사물들을 이용하여 전투를 쉽게 이끌어 나갈 수 있고, 숨겨진 금괴, 정보들을 얻어 무기를 강화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베일 파워를 얻어감에 따라 닥치고 총만 쏘는 액션 게임이 아닌 어드벤처의 성향을 보이며, 고립된 공간에서 로켓 런처를 발사하는 적에게 Mire를 사용하여 로켓 런처를 회피해서 잡는다거나, 공습에 포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지역을 유유히 달려가는 등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 후반부에서는 일반 병사들도 베일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나도 베일의 Empower로 뚫어버리자! ]



각 보스들과의 전투 또한 화력만 퍼부으면 잡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닌,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거나 특정한 공략 패턴이 있는 것을 기본을 하고 있다.


[ 무지막지한 보스들과도 싸워야 한다. ]



[ 평행 이동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Queen Geist ]



이렇게 퍼즐과 어드벤처의 요소도 곳곳에 가미되어 있어서일까? 아니면 나치가 등장하고 고대 유물을 사용하는 컨셉 때문일까? 울펜슈타인을 하면서 영화 속의 인디아나존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인디아나존스는 살인을 남발하지는 않지만, 울펜슈타인의 B.J.는 임무 완수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현실적인 스파이의 모습이랄까?


마지막 보스는 울펜슈타인 3D의 에피소드 1에서 등장했던 한스 그로세. 나치의 신기술로 무장을 했음에도 무기는 역시나 게틀링을 들고 나온다. (원작에 충실하려 노력한 흔적을 보고 감동을 먹었다는...) 물론 게틀링은 기본 무기이며 강력한 베일 파워를 사용함과 동시에 B.J.를 끝없이 도발하는 훌륭한 언변도 겸비하고 있다.


[ 원작의 한스 그로세도 역시나 등장! ]


[ 지금까지 요긴하게 사용했던 시질을 빼내어 한스의 목에 박아 버린다. ]



한스 그로세를 처치하면 B.J.는 울펜슈타인 성으로 추락하는 체플린을 뒤로한 채 탈출하게되고, 그 동안 요긴하게 잘 써먹었던 베일 장치를 불속에 던져버리는 것으로 게임은 끝난다.




[ 베일의 힘은 부질 없는 것. ]



그렇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추가로 나오는 영상에서는 이번 울펜슈타인이 시작에 불과 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펼쳐지는데...


[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여전히 살아있는 장군.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였나... ]




■ 과거의 울펜슈타인이 현실로 평행 이동하다.

B.J.는 현실의 세계와 나치의 지배하에 놓인 세계를 베일의 힘으로 이동하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의 모든 사건들은 분기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로 재창조되고 있고 설령 그 곳에서 변화를 일으켰더라도 나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평행 이론의 한 예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지금의 세계와는 동일하면서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평행 이동 이론을 모티브로 제작한 2009년의 울펜슈타인.


개발자는 1992년의 울펜슈타인 3D를 체험해 보지 못한 2009년의 현시대를 살아가는 유저들을 위해 게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세계 최초의 FPS게임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더욱 많은 유저들이 즐기게 하고 싶다는 열정이 묻어있는 게임임에는 틀림 없다. (엔딩 크레딧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생각이 절로 든다.)


[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엔딩 크래딧, 그리고 QA 테스터 목록(극히 일부다) ]
[ 2009 울펜슈타인을 얼마나 정성들여 만든 것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정말로 평행 이동이 가능해 1992년의 나에게 2009년의 울펜슈타인을 경험 시켜 줄 수 있다면, 과연 그에게서 "형! 이거 그래픽이 엄청 좋아진 진짜 3D 울펜슈타인인데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 진다.


[ 여러분! 1992년의 울펜슈타인 3D를 최신 동향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블랙 선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