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2022년이 저물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지난 한 해 동안 LCK와 10개 팀은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며 팬들의 입맛을 채웠다. 누군가는 그토록 원하던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누군가는 씁쓸한 좌절을 맛봤으며, 또 누군가는 예측을 벗어난 반전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2023 시즌에도 LCK의 역사는 이어진다. 누가 울고 웃게 될지는 감히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뜨거운 열정으로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것이라는 거다.



■ LCK : 여전히 세계 최고의 지역 리그

2022 시즌 LCK를 아주 짧게 요약하면 '봄의 T1, 여름의 젠지, 가을의 DRX'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스프링 스플릿을 차지한 T1, 압도적인 기량으로 서머 우승을 손에 넣은 젠지, 영화 같은 스토리와 함께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린 DRX. 꼭대기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드라마틱한 한 해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언더독의 분전도 LCK에 큰 재미를 더했다. 스프링에는 프레딧 브리온이 있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프레딧 브리온은 하위권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끈끈한 팀워크와 개개인의 성장을 통해 자신보다 몸집이 큰 여러 팀을 제치고 플레이오프 입성에 성공했다.


서머의 또다른 주인공은 리브 샌드박스였다. 리브 샌드박스의 스프링 성적은 꼴찌를 겨우 면한 9위였다. 그런데, 단 하나의 선택이 팀을 180도 바꿨다. 키잡이 '프린스'의 영입이었다. '프린스'를 필두로 팀 컬러를 완벽히 칠한 리브 샌드박스는 정규 시즌 3위로 크게 반등한다. 낭만의 바람은 선발전에서 멈췄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였다.

또한, LCK는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여전히 우리가 세계 최고의 지역 리그임을 전세계에 알렸다. MSI 우승 타이틀을 LPL의 RNG에 내준 건 아쉽긴 하나, LCK는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젠지, T1, 담원 기아, DRX 네 팀 모두 그룹 스테이지를 뚫고 8강에 올랐고(그 중 세 팀이 1위다), 내전으로 탈락한 담원 기아를 제외한 세 팀이 4강 대진에 이름을 올렸다. 4강에서는 T1이 유일한 LPL팀 JDG를 떨어뜨리며 LCK 내전 결승을 성사시켰다. 2022 월드 챔피언십 녹아웃 스테이지는 말 그대로 LCK 대잔치였다.



■ DRX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DRX가 2022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꺾이지 않는 마음'이 e스포츠를 넘어 대한민국을 제대로 강타했다.

이 문구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2022 시즌 최고의 밈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마저 완벽하기 때문이다. 언더독 DRX의 월드 챔피언십 우승, 그리고 10년 동안 바라던 꿈을 7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데프트'.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사실 DRX가 우승을 하기 직전까지도, DRX의 우승을 확신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DRX는 서머 내내 고전하다 선발전을 간신히 통과한 LCK 4시드 팀이었고, 월드 챔피언십에는 그보다 훨씬 막강한 우승 후보가 여럿 있었다. 당장 LCK 팀만 봐도 서머 패왕 젠지와 독기 오른 T1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DRX는 자신들 앞에 주어진 난관을 차근차근 헤쳐나갔다. 라운드를 거듭할 때마다 강해지는 적을 어떻게든 잡아냈다. 플레이-인에서 RNG를, 그룹 스테이지에서 TES를, 8강에서 EDG를, 4강에서 젠지를, 그리고 결승에서 T1을 꺾었다. 쉽게 풀어간 시리즈는 결코 단 하나도 없었지만, 마지막에 웃는 팀은 언제나 DRX였다.

그리고, '데프트'는 10년 만에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소환사의 컵을 품에 안았다. 개인 통산 7번째 월드 챔피언십에서 이룬 성과였다. 연이은 실패, 쌓이는 부상, 전성기답지 않은 피지컬 등 '데프트'를 좌절하게 만들만한 장애물은 많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갈망하던 것을 손에 넣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 스토브 리그 : 기대할 수밖에 없는 2023 시즌

거대 자본과 S급 선수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렸던 지난 스토브 리그와 다르게 이번 스토브 리그는 얼어 붙은 시장 상황 속에서 팀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진가를 인정 받는 선수가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상위권 순위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월드 챔피언 DRX는 우승의 기쁨도 잠시, 팀이 공중분해 되며 차가운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느끼게 했다.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선수 개개인의 몸값이 크게 뛰어 올랐고,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입장의 게임단은 선수단을 지키기 못했다. 모두 떠나고 '베릴'만 DRX에 남았다.

▲ 출처 : 한화생명e스포츠 SNS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건 한화생명e스포츠였다. 자의든 타의든 예년에 한 번 숨을 골랐던 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되어 돌아왔다. 덕분에 명실상부한 세계 최상위권 원딜 '바이퍼', 월드 챔피언 '제카'와 '킹겐'을 품었다. T1은 '페이커'와 무려 3년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유일하게 주전을 유지, 막강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담원 기아는 '칸나-데프트'로 탑-원딜을 보강하며 대권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프랜차이즈 스타 '룰러'를 떠나보낸 젠지는 상체 라인업은 유지한 채 봇에 새로운 얼굴을 세웠다. 중학생 시절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페이즈'와 프레딧 브리온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했던 '딜라이트'다. 전력이 약해진 것은 맞으나, '도비쵸'의 존재감은 꽤 위협적이다.

'베릴'을 지킨 DRX는 신인왕 출신 '크로코'와 베테랑 중의 베테랑 '라스칼', 담원을 나온 '덕담', 한때 인간계 최강자였던 '페이트'로 로스터를 채웠다. 가장 늦게 주전 로스터를 완성한 팀 중 하나인데, 급한 불은 잘 껐다는 평가를 듣는다. kt 롤스터는 '기인-비디디-리헨즈'를 영입, 단단한 베테랑이 잔뜩 모인 팀이 됐다.

프레딧 브리온은 힘든 한 해를 보낸 '카리스'와 '에포트'로 빈 자리를 채웠다. 농심 레드포스와 광동 프릭스는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농심 레드포스는 2군 전원을 콜업해 주전으로 세웠다. LCK CL 서머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 일단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광동 프릭스는 신인급 선수로 로스터를 꾸렸다. 무대 경험이 제일 많은 선수가 '두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