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에 출시된 카트라이더가 오는 3월 31일 서비스 종료된다.

카트라이더는 약 2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넥슨의 대표 게임이다. 현재도 많은 유저들이 해당 게임을 즐기고, e스포츠 리그로 보는 재미도 탁월하다. 하지만, 서비스가 장기화되면서 IP의 미래, 방향성에 많은 논의를 거쳤고, 그 결과 3월 31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출시 이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카트라이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기가 식어 e스포츠로서도 매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도 있었으나 2018년 역주행을 시작하더니 당시 경기장이었던 강남 넥슨 아레나 인근에 엄청난 팬이 모여들 정도의 인기를 구사했다. 코로나19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주춤했음에도 현재 카트라이더 리그는 자신만의 울타리를 구축해 국내 e스포츠 종목의 자존심으로 여전히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라는 이름으로 e스포츠가 이어져 사실상 2022 시즌이 카트라이더로 펼쳐진 마지막 불꽃과 같은 리그였다. 그런 만큼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들도 많았으며, 새로운 얼굴들이 활약했고, '닐'이라는 해외 용병 선수도 볼 수 있었던 재미를 줬던 시즌이다.



■ 2022 시즌1 괴물 신인 등장



2022 시즌1은 팀적인 변화도 상당했던 시즌이다. 카트 리그 전통의 강호 리브 샌드박스와 DFI 블레이즈에 큰 변화가 있던 건 아니지만, 살짝 밑으로 평가를 받았던 광동 프릭스가 이를 갈고 이재혁, 송용준을 영입하며 단숨에 리브 샌드박스, DFI 블레이즈와 함께 3강 구도를 결성했다.

지금도 최고의 선수지만 당시 이재혁의 스피드 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에 오히려 광동 프릭스가 다른 두 팀보다 강하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 뚜껑이 열리고 광동 프릭스의 경기력을 뛰어났다.

풀리그를 1위로 마감한 광동 프릭스는 승승장구하며 PO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먼저 올라섰다. 하지만, 발목을 잡은 건 '경험'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은 DFI 블레이즈와 결승전을 펼쳤는데, 결승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광동 프릭스는 패배하며 DFI 블레이즈가 시즌1의 챔피언이 된다.


팀전 우승을 차지한 건 DFI 블레이즈였지만, 시즌1에서 누가 제일 인상 깊었냐고 한다면 신예 김다원이다. 김다원은 정말 혜성처럼 등장했다. 악셀즈라는 아마추어 팀에서 압도적인 주행 능력으로 팀을 캐리했던 김다원은 신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에이스 결정전도 잘 소화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줬고, 그 진가는 개인전에서 더 발휘됐다.

과거 문호준이 떠오를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뽐내며 차세대 스피드 스타가 탄생했음을 알린 김다원이었다. 문호준-유영혁, 박인수-유창현-이재혁 다음 세대를 이끌만한 인재가 나타난 것이었기에 김다원의 등장은 꽤나 충격이었다.



■ 2022 시즌2, 광동의 준우승...그리고 해외 용병 '닐'


시즌2에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았다. 꾸준히 개인전 결승에 오르며 롱런하고 있는 박인수가 과연 이번에는 개인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나 시즌1 박인수를 잡고 로열로더로 등극한 김다원이 DFI 블레이즈에 합류하며 더욱 치열해진 팀전 구도 등,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았던 시즌2다.

그런 가운데 더 시선이 갔던 건 바로 리브 샌드박스에서 영입한 대만 선수. '닐'의 경기력이었다. 대만에서 가장 유명하고 실력있는 선수로 알려진 '닐'은 과거 초청을 통해 한국에서 경기를 했던 적도 있고, 문호준 시대에 함께했던 베테랑 선수인데, 돌연 2022년에 리브 샌드박스에 합류한 것이다.

문호준은 은퇴하고 없지만, 이재혁이나 유창현, 박인수 등 여전히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지금 '닐'이 어디까지 통할지가 많은 카트 팬들의 관심사였다. 한국 적응도 필요했기 때문에 '닐'은 일단 개인전에 집중했다.

그리고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무리 팀전을 제외하고 개인전에만 몰두한다고 해도 이렇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계속 1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진출할거라는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결승 진출전은 물론 결승 풀리그에서도 2위와 압도적인 포인트 차이로 1위를 차지한 '닐'은 광동 프릭스 이재혁과 개인전 우승을 놓고 다퉈 이마저도 승리해 '닐'의 클라스를 증명했다.

또한, 소속팀인 리브 샌드박스 역시 시즌1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을 한 번에 풀어내듯 극적으로 팀전 우승까지 차지하며 시즌2를 리브 샌드박스의 축제로 만들었다. 반대로 광동 프릭스는 이재혁이 개인전 준우승, 팀전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해 시즌1, 2 연속 준우승으로 우승의 짜릿함을 느끼지 못하며 시즌2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겨울에 열린 수퍼컵, 여전히 뛰어난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치며 리그가 진행되던 가운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리그가 진행중인 시기에 카트라이더가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는 결승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카트라이더 리그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었던 2022 수퍼컵, 접전 끝에 팀전은 리브 샌드박스, 개인전은 이재혁이 박인수를 잡고 우승을 차지하며 마무리됐다. 박인수는 이번에도 개인전 준우승으로 결국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에서 수없이 많은 결승 진출을 달성했지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진 못했다.


■ 굿바이 카트라이더, 이제는 드리프트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제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다. 바로 어제(5일) 조재윤 디렉터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e스포츠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작인 카트라이더의 역사를 계승하고, 건전한 리그 환경 마련과 장기적인 참가 의지 및 재정 안정성을 가진 기업팀을 선정하고 지원, 선수들의 처우까지 개선을 언급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e스포츠는 올해 총 4회의 공식 대회가 개최되며, 6억 이상의 상금, 3월에 열리는 두 차례 프리시즌 토너먼트를 시작으로 8월에 공식 리그를 출범, 연말에는 세계 각지의 선수들을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연다고 밝혔다.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로 인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e스포츠의 시작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선수와 팬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가져오는지가 올해 넥슨 e스포츠에 있어 가장 큰 과제가 됐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에 잔뼈가 굵은 리브 샌드박스 김승태는 "카트라이더는 나에게 인생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오랜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했고, 청춘을 바친 게임"이라 말했고, 박인수는 "카트라이더는 하루 종일 해도 질리지 않고, 지금까지도 정말 사랑하는 게임이다. 박인수라는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나 같은 존재", 광동 프릭스 이재혁은 "내 인생을 바꾼 게임"이라고 말할 정도로 선수들 역시 카트라이더에 대한 애정이 컸다.

또한, 서비스 종료 소식에 대해서도 김승태는 "너무 아쉽다"는 말을 전했고, 특히 박인수의 경우는 "가족이 사라지는 기분, 될 수만 있다면 서비스 종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리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드리프트로 바뀜과 동시에 카트 e스포츠에 대해 볼거리가 많아지고, 더 많은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으며, 계속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젠 정말 끝이다. 3월이면 약 20년의 역사의 마침표가 찍히고, 드리프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그 시작을 얼마나 잘해내는지가 앞으로 있을 카트라이더 e스포츠의 향후 10년, 20년의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 순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