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오픈 월드라는 개념이 대형 흥행 게임의 기준이 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후 출발점이 된 액션 어드벤처를 넘어 장르 가리지 않고 오픈 월드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죠. 레이싱 게임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억지스러운 장르 확장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그동안 제한된 트랙을 넘어 자유롭게 세계를 달린다는 개념은 오히려 기존의 아쉬움을 달랠 요소였죠.

그런 오픈 월드 레이싱의 대표 타이틀이 Xbox 진영의 얼굴인 레이싱 프랜차이즈, 포르자의 포르자 호라이즌입니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그에 걸맞은 게임 볼륨과 플레이 요소의 확장으로 오픈 월드 레이싱 게임이 보여주어야 할 지향점을 제대로 제시하고, 또 달성해버렸죠.

하지만 포르자라는 이름을 먼저 알리고, 그 시작이 된 타이틀은 '포르자 모터스포츠'입니다. 오픈 월드 도입 이전의 게임이었던 만큼 전통적인 서킷 레이싱이고, 특징도 아케이드 성향이 강한 호라이즌과 달리 시뮬레이션에 중심을 잡은 하드코어 레이싱이죠. 그만큼 이제는 호라이즌보다 가볍게 즐기기 어려운 타이틀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더 짧은 간격으로 선보인 호라이즌의 출시 상황을 부러워하며 신작을 기다린 정통 레이싱 팬들의 목마름을 가시게 할 타이틀이기도 하고요.

그런 기다림 속에 약 6년 만에 출시되는 신작. 그래서 이번 타이틀이 포르자 시리즈 전체에 가지는 의미도 남다를 겁니다. 넘버링마저 떼버리고 포르자 모터스포츠라는 타이틀만으로 선보일 정도죠. 10월 출시를 앞두고 먼저 진행된 프리뷰 빌드를 통해 과연 게임의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또 새롭게 즐길 수 있는지 먼저 살펴봤습니다.


이번 타이틀의 가장 큰 변화는 게임의 큰 특징인 시뮬레이션 요소의 강화를 달성하기 위한 게임 엔진의 변화와 강화에 있습니다. 실제로 개발진 역시 꾸준히 이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아쉽게도 이 부분 중 많은 요소를 실제 프리뷰 빌드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게임의 초반부 제한된 부분만 담겨있는 게 가장 큰 이유였죠.

초반 튜토리얼, 커리어 모드 초반 캠페인인 빌더스 컵 인트로 시리즈의 레이스가 이번 프리뷰 빌드에 포함되어 있는데 레이스 길이도 짧은 편이고 차량 커스텀에도 어느 정도 제한이 있습니다. 실제 주행에서 연료 보유량에 따라 차량 조작에 차이가 생기는데 이걸 긴 주행에서 피트인까지 고려할 상황이 없었죠. 또 기어링, 서스펜션 같은 차량 튜닝 부분이 실제 레이싱 경험에 많은 변화를 주도록 물리 엔진이 크게 상향됐음을 꾸준히 알렸는데 공기압 외에는 튜닝이 안돼 그 부분도 직접 경험할 수 없었고요.

대신 이러한 몇몇 부분을 빼면 꽤 많은 부분을 이 몇 안 되는 레이스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학습 AI이자 플레이어와 함께 달리는 레이서들의 AI인 드라이바타는 확실히 더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작품의 드라이바타는 플레이어의 드라이빙이 아니라 머신러닝을 통해 사전 훈련했고, 눈속임보다는 진짜 개별 레이서에 가까운 형태로 구현되는 게 강조됐죠. 덕분에 적당히 실력 맞춰주는 AI 대신 조금만 실수해 트랙 밖으로 나가면 저 멀리 앞서 나가는 AI들을 따라잡기 더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게임 전 직접 조정해 더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렵게 할수록 크레딧을 더 높게 책정해 플레이어 수준에 맞는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크레딧 배율 책정을 통한 더 도전적인 난이도는 게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유의 되돌리기도 실수한 구간을 다시 플레이할 수도 있지만, 시뮬레이션 요소를 강화하면 되돌리기도 끄고, 충돌 판정에 따른 페널티도 더 크게 받게 됩니다. 대신 이렇게 어려워진 게임 플레이 보상을 크레딧으로 주는 거죠. 레이싱 전에 자신의 출발선을 직접 정해 더 높은 크레딧 보상을 받을 수도 있고요. 출발선을 뒤로 옮기면 그만큼 최종 순위가 밀려날 확률이 높지만, 그걸 이겨내고 시상대에 오를 3위 안에 들면 더 높은 보상을 받는 거고요.


▲ 도전적인 난이도, 그에 따라 더 높은 보상을 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보상 배율이 꽤 중요한 이유는 서킷을 달리는 시뮬레이션 게임 특징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분명 다양한 룰, 보다 가벼운 아케이드 게임인 호라이즌 라인업과 달리 모터스포츠는 분명 레이싱 한 번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죠. 아무리 짧은 랩의 트랙이 이번 프리뷰 빌드에 포함되어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본 서킷 레이싱 전 연습 구간도 있고 시뮬레이션 요소를 높이면 그만큼 한 번 레이싱의 피로도가 높은 건 분명하니까요. 또 분명 한 번의 시리즈 안에 여러 레이스 순위가 함께 영향을 미치니 이 여러 레이스가 연속된 이벤트 하나라는 느낌이 강하고요.

자연히 '이번에 돈 못 벌면 다른 게임 모드 하면 돼'라는 호라이즌 식 마음가짐 보다는 여러 개의 레이스가 합쳐진 시리즈 하나를 잘 끝내는 데 목표를 두게 됩니다. 결국, 자잘한 레이스의 반복보다는 긴 시리즈에서 CP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게 더 효율적인 편인 거죠.

레이스에 집중하게 하는 또하나의 요소는 트랙 이탈과 충돌, 그리고 그에 따른 벌점 등의 규정 시스템입니다.

▲ 상황에 따라 벌점을 책정하는 규정 시스템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서킷 레이싱이지만, 많은 차량이 함께 출발하는 만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차량의 블로킹이 있을 수 있고 코스 아웃 후 다른 차가 있을 때 어떻게 복귀해야 하는지도 상황마다 다르죠. 혼자 달릴 때도 라인을 얼마나 벗어나고,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해 그걸 수행하지 않았을 때의 판정도 모두 다릅니다.

사실 이렇게 적어놓고 읽는 것도 복잡하지만, 실제 레이스에서는 더 복잡합니다.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판단하고 감안해 판정해야 하니까요. 단순히 규정집에 있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레이스의 돌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죠.

포르자 모터스포츠는 이걸 알아서 식별하고 잡아냅니다. 이번에도 드라이바타처럼 머신러닝이 강조됐는데 실제 게임에서도 꽤 그럴듯하게 구현됐습니다. 똑같이 라인 밖으로 빠져나가도 혼자 달릴 때, 혹은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블로킹이나 라인 밖으로 밀리는 상황 등 벌점 판정이 모두 똑같이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벌점은 0.00X초 단위로 결과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고의적 충돌 같은 경우 0.5초 정도는 가볍게 벌점 먹고 시작하니 아케이드 게임처럼 다 밀고 나가는 플레이는 지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렇게 달리면 차량 충격에 제대로 달리기 어려워지겠지만요.

차량 충돌은 그래픽으로 꽤 그럴듯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번아웃 같이 많이 부딛힌다고 차가 반파되고, 덜렁거리는 정도의 파괴보다는 긁히고,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지는 외형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이미 포르자 호라이즌5에서 수준 높은 수준으로 구현됐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것마저 부족했다는 판단에 더욱 강화된 요소 중 하나고요.


사실 그래픽 부분에서는 대개 트랙 레이싱 게임이 오픈 월드 레이싱 게임보다 더 한정된 공간을 다루는 만큼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 주곤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Xbox One 라인업까지 고려해 만든 포르자 호라이즌5와 달리 Xbox Series X|S 기반에 출시도 2년이나 지난 만큼 더 높은 최적화를 달성하기도 했죠.

이번 작품도 Xbox 거치 콘솔은 물론 윈도우11(MS 스토어), 스팀과 함께 콘솔, PC 게임 패스를 통해 출시되는데 브리뷰 빌드는 Xbox Series X|S 기기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빌드 체험도 Xbox Series X로 진행했고요. 그럼에도 성능 모드에서 4K 60fps를 지원합니다. 나아가 마침내 실시간 레이트레이싱이 트랙에도 이루어진 기념비적인 레이싱 게임임에도 60fps를 지원합니다. 물론 이쪽은 가변 프레임이고 더 높은 그래픽 연출을 선보이는 레이트레이싱 모드는 30fps으로 프레임이 제한되지만, 분명 전작보다 높은 수준의 그래픽 최적화를 이룬 건 분명합니다.

관건은 이게 전작의 아쉬움인 PC 최적화로까지 이어지냐겠네요.

▲ 이번 작품에 들어서 실시간 트랙 레이트레이싱이 적용됐습니다

출시 이후를 바라봐야 하는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시네마틱 모드의 경우 프리뷰 빌드에서는 해상도가 꽤 낮게 구현된듯했고 그래픽도 아쉬운 부분이 간혹 보였습니다. 한국어 자막 번역도 일부 나레이션과 딱 맞지는 않는다고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고요.

제작진은 이번 프리뷰 빌드가 아직 개발 중인 빌드인 만큼 실제 출시 버전에서는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래도 이게 마냥 말로만 나아질 거다라는 의심보다는 그대로 기대 쪽으로 기우는 게 딱 2년 전 진행된 포르자 호라이즌5의 경험이 있어서입니다. 그때도 프리뷰 빌드와 리뷰 빌드, 모두 플레이했는데 실제 프리뷰 빌드에서 문제가 있다 싶은 그래픽이나 플레이 오류 부분이 리뷰 빌드에서는 많이 개선됐었습니다. 이번에도 폴리싱, 추가 작업을 통해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해봄 직한 거고요.


실제 플레이에서 기대감이 들면서도 우려 역시 큰 또 다른 부분은 레벨 시스템입니다. 게임 보상인 크레딧을 착실히 모아 다양한 차종을 구매할 수 있지만, 새로 구매한 차량이 완전무결한 성능을 내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차를 몰고 레이스를 경험하며 목표한 랩타임을 끊거나 훌륭한 코너윅, 혹은 레이스를 안정적으로 끝내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경험치를 얻습니다. 그리고 경험치로 올린 레벨에 따라 차량 강화 요소가 해금되고 보상인 카 포인트(CP)를 받게 됩니다. 튜닝과는 다른 성능 옵션으로 따로 구분되는 요소고요.

CP를 통해 구매한 부품 장착은 자동차를 강화는 직접 성능을 올리는 부분이지만, 여기에 맞춰 성능 수준을 나타내는 PI가 올라갑니다. 시리즈마다 PI 최대 제한이 있어 차를 무한정 강화할 수는 없는 거죠.


▲ 많이 플레이 해 레벨을 올리고, 그걸로 강화하는 성능 부문은 튜닝과는 별개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레벨 시스템은 분명 차량에 애정을 갖게 하는 동시에 반복 플레이 요소가 되고, 또 단순히 실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AI를 상대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차량 자체 성능보다는 강화에 초점을 맞춰 플레이 시간 대비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반대로 차마다 레벨이 존재하니 새로운 차를 구매해도 기대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따로 레벨 올려주는 번거로움도 있고요. 실제 출시 버전에서 이 둘 사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잡느냐가 플레이 만족도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출시 후 확인할 여러 부분을 제외하면 확실히 서킷 레이스가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어 보입니다. 여전히 시뮬레이션 레이싱 강자로 군림하는 그란 투리스모가 PS 독점 타이틀인 만큼 오랜만에 출시된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 그리고 시뮬레이션 레이싱을 다른 플랫폼에서 즐기고자 하는 팬들에게는 이만한 선택지도 없고요. 이제 그 기대를 많은 플레이 요소로 채워줄 수 있을지는 정식 출시된 게임이 답을 알려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