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에서 '인생은 잠입'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아이디로 사용하는 선수를 만났다. 미국에서는 'Infiltration'로 불리고 있는 잠입 이선우 선수이다. 매드캣츠의 초청을 받고 온 그는 스트리트파이터 이벤트 매치 및 우메하라 다이고 선수와의 10승 매치를 위해 도쿄게임쇼를 방문한 것.

그는 어린 시절 형들 사이에서 '스트리트파이터2'를 구경하면서 격투 게임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고, '스트리트파이터4'가 한글판으로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출전한 2010년 7월 세계 격투게임 대회인 '에볼루션'에서 그는 3등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라면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스포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과 프로선수가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 물어보았다.

[▲ 잠입(Infiltration) 이선우 선수]


'잠입' 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미국 쪽에서는 infiltration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잠입 형식의 게임을 좋아해서 '인생은 잠입'이라는 닉네임을 쓰게 되었고, 이를 줄여서 잠입이라고 통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니 머리 속에 잡입할거다"라는 의미로 쓰고도 있습니다. 아마 제가 마리오를 좋아했다면 '인생은 마리오'라는 닉네임을 쓰지 않았을까요?(웃음)


어떠한 잠입액션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메탈기어솔리드 게임을 좋아합니다. 메탈기어 시리즈 뿐만 아니라 '스플린터셀'이나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도 좋아합니다. 잠입과 침투 컨셉의 게임이면 대부분 즐겨 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형들 손을 잡고 오락실에서 '스트리트파이터2'를 주로 구경했습니다. 그 이후 패미콤을 접하게 되었고, 마리오를 하다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알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요. 비단 격투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즐겨왔습니다.


평소에 모바일 게임도 즐기시나요?

모바일 게임의 경우 평소에 사람들이 하도 초대를 보내서 지겨워서 안합니다.(웃음) 요새는 '모두의 마블' 초대가 많더군요. 저의 경우에는 해외에서도 이메일이 많이 오다보니 알람이 울리도록 했는데, 메시지가 도착해서 확인해보면 게임 초대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이제는 아예 확인을 안합니다. 그러다보니 모바일 게임과는 다소 멀어지게 되었네요.


많은 격투 게임 중에 왜 '스트리트파이터'를 선택하셨나요?

스트리트파이터를 처음 접한건 7~8살 때입니다. 그 당시 '스트리트파이터2'를 처음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게임도 잘 만들었고 여튼 저에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타이틀이었죠. 그런 어릴 때의 추억이 있는데 2009년에 '스트리트파이터4'가 한글판으로 한국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꼭 해야겠다 싶었죠.

신작에 한글화 타이틀이니 다른 이유가 필요했을까요? 그래서 2009년 2월에 게임을 구매했고, 열심히 플레이하게 되었죠. 그 당시 온라인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플레이하기 정말 좋았죠. 랙도 많지 않아서 사람들하고 온라인으로 격투실력을 겨뤘고, 이 때 진정한 격투게임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선수로 활동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 인가요?

현재는 스폰서가 없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약 1년 동안은 '매드캣츠 웨스턴 울브즈' 팀 소속으로 프로게이머로써 활동했습니다. 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고 싶어서 해당 팀에서 나오게 되었죠.

지금은 다른 기회를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많이 오가고 있습니다만, 확정된 바는 없기 때문에 프로라고 부르기는 어렵겠네요.


새로운 기회라는건 스폰서 측면을 말하는 것인가요? 혹은 스파가 아닌 다른 게임으로 종목을 바꾼다는 의미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저는 격투 프로게이머이지 스트리트파이터 프로게이머가 아닙니다. 주로 활동하는 분야가 스트리트파이터와 스파X철권인거죠. 근데 만약 철권이 마음에 든다 하면 철권을 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격투게이머들 중에 여러 개의 타이틀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격투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하고 싶은 걸 다 하는거죠.


어릴 때 스파 처음 접했다고 했는데요. 그 당시 어떤 캐릭터에 가장 끌렸나요?

사실 '스트리트파이터2'를 접할 시절에는 게임을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 오락실을 가면 기본적으로 약 20대 이상의 기기가 있었는데, 모든 기계에 동전이 4~5줄이 기본으로 쌓여 있었습니다. 거기다 4~50명 가량의 큰 형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린 제가 그 속에 낄 틈이 없었죠. 그래서 맨날 구경만 하는 신세였죠.

'스트리트파이터4'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한글화 타이틀로 발매되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플레이 했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2'와 4사이에 출시되었던 스트리트파이터3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는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세계 적으로는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당시 한국에서는 킹오브파이터나 철권으로 시대가 바뀌던 때였죠. 그래서 '스트리트파이터3'는 인기가 높지 않았고, 저 역시 4 때부터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단연 고우키이죠. 주인공인 '류'의 넘어야 할 벽으로써 등장하는 존재입니다. 일종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류'는 정직한 성격의 캐릭터이며, 강함을 위해서 항상 수련하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고 하죠.

고우키는 그런거 없습니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버릴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스토리 상에서도 류와 고우키는 대립하는 컨셉으로 나옵니다. 고우키는 류가 자신을 뛰어넘기를 바라고, 류도 자신이 고우키를 뛰어넘기를 바라는 그런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다른 캐릭터도 플레이는 하나, 고우키가 주력입니다. 선수들마다 자신을 상장하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고우키가 저의 주력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스트리트파이터의 '고우키(Gouki)']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나는 이렇게 실력을 키웠다" 라고 말할 만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누구나 비슷한거 같아요. 일단 부딪히고 보는거죠. 제가 처음 '스트리트파이터4'를 할 당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통상 9시에 퇴근하고 10시에 집에 가면 새벽 6시까지 게임만 했어요. 한 두시간만 잠을 자고 일하고를 몇 달동안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친해졌습니다. 그러다 어떠한 오락실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을 즐기는 지 알게되었죠. 그렇게 교류를 하고 새로운 재미를 찾다보니 단순한 즐거움 그 이상으로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생각에서 사람들마다 갈리는 것 같아요. 캐주얼하게 즐기는 유저가 될 것인지, 힘들지만 좀 더 강해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을 것인지에 따라 프로급 실력을 가지느냐 아니느냐가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죠.

저의 경우 보다 강해져야 겠다고 생각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플레이어마다 쓰는 캐릭터도 다르다 보니 정보 교환도 재미있었고요. 그 중 한 사람이 격투 게임계에서 가장 이름 높은 대회인 '에볼루션'에 출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게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2010년 7월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 대회가 저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2010년에 출전한 에볼루션 대회 성적은 어떠했나요?

처음으로 나간 해외 대회였는데요. 3등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고우키를 주력으로 연습하던 때라 고우키로 대회에 참전했고, 우연찮게 3등을 하게 됐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이 나와 저 역시 매우 기뻤습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셨고,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와서 이를 계기로 열심히 연습을 했고 이후 프로 활동도 하게 되었죠.


이번에 매드캣츠 측에서 초청한 유일한 한국 선수인데요. 한국 대표로 초청 받은 기분은 어떤가요?

영광스럽죠. 저보다 강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은데, 제가 최근에 많은 활동을 해서 불러주지 않았나 싶네요.


이선우 선수가 본 올해의 TGS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요?

TGS를 방문한 건 두번째입니다. 아쉬운 점은 올해는 TGS에 와서 구경을 많이 못했다는 겁니다. 비즈니스 데이 때 많은 게임들을 해보고 봤어야 했는데, 스케줄 때문에 매드캣츠 부스에 계속 있었죠.

전반적으로는 일본 특유의 게임들이 많이 보였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었죠. 예를 들면, 한국의 경우 모바일 게임이나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요새 많이 하고, 미국의 경우 각종 액션게임이나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형 게임이 대세라면, 일본은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이 많다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PS4나 Xbox One을 많이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넉넉지 못해 구경할 여유가 많지 않았다는게 아쉽네요.


혹시 이선우 선수도 미연시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일본 게임이 강세인 시절에는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도 하긴 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취향으로 그리 선호하는 타입의 게임은 아닙니다. 저는 현실 속의 여자가 더 좋습니다. 이른바 3D파라고 할 수 있겠죠?(웃음)


차세대 콘솔 관심있다고 했는데요. PS4와 Xbox One 중 개인적으로 더 기대되는게 있나요?

솔직히 초창기 정보만 들었을 때는 PS4가 더 끌렸습니다. 그 당시 Xbox One은 100달러 더 비싸게 나왔었고, 헤드셋도 기본적으로 미포함이었거든요. 첫 공개할 당시에 Xbox One은 키넥트와 모션 센서 위주의 홍보가 메인이어서 게이머로써는 그닥 안 끌렸죠.

그런데 그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정책을 바꿨고,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죠. 그래서 지금은 어느 쪽이 더 좋아보인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굳이 한 가지만 말해야 한다면 PS4 쪽이 약간 더 끌리네요.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타이틀로는 메탈기어 신작인 '메탈기어 솔리드5'입니다. Xbox One 타이틀로는 '타이탄폴'이 기대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격투게임이 차세대 콘솔로 나오면 어떤 느낌일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TGS2013에서 스파 신작이 공개되지는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기존작의 업데이트 버전인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만 나왔습니다.


매드캣츠 부스에서 일반인과의 이벤트 매치가 있었는데요. 소감이 어떠했나요?

좋았어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대회를 나가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플레이를 즐겨서 잘 안보이는 것일 뿐, 그들 중에서도 고수급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 고수들과 만나서 격투 한 판을 벌이다 보면, 새로운 재미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됩니다.

반대로 일반인 입장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해외 선수들을 만나 게임하는 기회이니 이벤트 매치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 PC게임의 경우 프로게이머들과 매치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PC와 모니터 등 모든 기반이 갖추어 져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게임기 한 대와 모니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할 수 있는게 격투 게임입니다.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것이 콘솔 격투 게임의 장점인데, 이러한 특성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죠.



이벤트 매치 당시 인상 깊었던 사람이 있었나요? 혹은 기억에 남는 경기라던가?

특별하게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일반인은 아닌데 일반인 이벤트 매치에 지난 2011년 에볼루션 대회 우승자인 '후도(Fuudo)' 선수가 무대로 올라와 놀랬었죠. MC들도 당황하고 그래서 처음에는 장난으로 올라온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게임을 했습니다. 스코어는 2:0으로 이기기는 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올라와서 놀랬고, 그게 기억에 남네요.


일반인 이벤트 매치 외에 10승 매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매드캣츠 부스에서 우메하라 다이고 선수와의 10승 매치가 있었죠. 우메하라 다이고 선수는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임요환 급 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격투 게임의 아이콘이며, 책도 출간했죠. 만화책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그런 유명한 선수입니다. 아마 이 사람이 팀 매드캣츠에 가장 먼저 들어간 선수일 겁니다.

[▲ 격투게임의 대표 아이콘 '우메하라 다이고' 선수]


그렇군요.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결과는 10:2로 졌습니다. 지금까지 우메하라 선수와 정말 많이 붙었었는데, 최근에 있었던 3~4번의 매치에서는 제가 모두 우승 했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잘 이겨왔는데 이번 10승 매치에서는 졌네요.

제가 듣기로 우메하라 선수가 이번 10승 매치 때문에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말로만 듣던 터라 열심히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실제 붙어보니 달라졌다는게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여기저기서 준비한 흔적들을 느낄 수 있었죠.

우메하라 선수가 저를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노력하고 경쟁해서 같이 발전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메하라 선수와의 10승 매치에서 어떠한 캐릭터로 붙었나요?

격투게임 매치는 2라운드를 먼저 이기면 1승이 되는겁니다. 그렇게 해서 10승을 먼저 따내는 쪽이 승리를 거머쥐게 되죠. 캐릭터를 바꾸는 것은 플레이어 자유입니다만, 갑자기 바꾸면 그것도 좀 그렇지 않나요?

그 선수도 저의 고우키와 붙을 거라 예상했을거고, 뜬금없는 다른 캐릭터와 매치를 벌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 역시 제 주력 캐릭터와 우메하라 선수의 주력 캐릭터와의 매치를 기대했고요.


어떤 부분에서 우메하라 선수가 많은 준비를 했다고 느꼈나요?

다른 게임들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격투 게임에서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지배하는 운영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메하라 선수가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다음 수로 무엇을 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고, 이러한 페이스에 휘말린 감이 있네요.

이전에는 어떠한 부분에서 어떠한 플레이가 나오겠다는 것이 일정 부분 예측됐는데, 확실히 제가 어떻게 할 건지를 파악하고 대비했다는게 보였죠. 이와 동시에 자기 약점은 많이 줄였더라고요.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치가 종료되고 우메하라 선수는 뭐라고 했나요?

매치 이후 간단한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일본어 통역해 주시는 분을 통해 내용을 전달 받았습니다. 우메하라 선수가 이번 10승 매치를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상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이전 영상을 돌려보면서 연구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이번 10승 매치에서도 졌다면 고우키와의 대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스킬을 처음부터 엎어버리고 다시 새로 연습하려고 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는군요. 저로서는 영광이죠. 저한테 있어서도 중요한 선수고,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한데 저를 그렇게 생각했다는게 기쁜거죠.


일본은 격투게임의 본고장인데, 한국에서 대회를 할 때와는 분위기나 여러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듯 합니다.

격투게임의 경우 국내에서는 철권을 제외하고는 대회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 어느새 철권 강국이 되어버렸고, 철권 위주로 국내 격투게임 시장이 굳어져 가고 있죠. 스트리트파이터 종목으로 대회가 열리는 건 대부분이 해외입니다. 한국에서는 가뭄에 콩나듯 이벤트가 열리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스트리트파이터 대회를 나갈 때는 매번 다른 나라로 가서 참여하기 때문에, 언제나 저는 away고 적진에서 플레이를 하는 '적'이죠. 이번 TGS2013에서도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 면에서 다소 밀리는 감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할 때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대회에 임할 수 있다는게 차이점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한국 선수들과의 매치와 일본 선수들과의 매치를 함에 있어 차이가 있나요?

실력적인 측면에서는 한국 사람들도 잘하고 미국 선수, 유럽 선수, 일본 선수 모두 다 잘합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오랫동안 쌓아온 오락실 문화나 격투게임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있죠. 플레이하는 캐릭터도 다양하고, 플레이 스타일도 여러 타입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본선수들이 상대적으로 강했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전 세계에서 오락실 문화가 발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 일본은 나라 안에서 다양한 정보가 돌고 돌았습니다. 일본처럼 아케이드 게임 문화가 활성화 된 곳도 흔치 않았기 때문에, 일본을 따라잡기가 어려웠죠.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가 오가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지식이 공유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의 차이점은 없어졌죠. 다만, 한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며, 최고의 공략이 뜨면 그것을 정석으로 삼고 연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이 한 쪽에 치우치는 경향이 다소 있습니다. 그 외에 별다른 차이점은 없는 것 같네요.


업데이트 버전 및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다른 공략을 연구하나요?

물론입니다. 예를 들면 '스트리트파이터2'가 있고 '스트리트파이터2 터보', '스트리트파이터2 하이퍼' 등 다양한 업데이트 버전이 있었는데요.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생기거나 밸런스 조정이 있습니다. 업데이트 사항에 따라 캐릭터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선수도 있고, 캐릭터의 변경점을 파악하고 연습하여 익숙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수들도 있죠.

저는 '고우키를 메인으로 하되 여러 캐릭터를 추가한다'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4'가 나오고 그 이후에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아케이드 에디션', '슈퍼 스파4 아케이드 에디션 2012', 그리고 이번에 5번째로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가 나옵니다.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에서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캡콤에서 출시한 '파이널 파이트'라는 액션게임에 등장했던 보스 '로렌토(Rolento)'가 이번 타이틀에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수류탄과 칼 등을 던지는 보스 캐릭터로 이번 스트리트파이터 버전에 추가되는 것이죠.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는 12월에 일본 오락실에 발매되며, 콘솔 버전으로는 내년 2~3월 경에 출시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에서 새로이 추가되는 '로렌토(Rolento)']


이선우 선수도 신 캐릭터인 '로렌토'를 연습할 생각인가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정말 너무 못 써먹을 정도로 약하지 않은 이상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키울겁니다. 이전에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가 나왔을 당시, 처음으로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한주리'이며, 외모가 연예인 한예슬을 닮은 캐릭터이죠. 실제 개발자가 이 캐릭터를 만들 때 한예슬을 모델로 삼고 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캐릭터가 약하더라도 한국 캐릭터니까 이걸로 대회 하나는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실제 대회에서 사용해서 우승했죠. 다만 저에게 있어 메인 캐릭터는 고우키이기 때문에 고우키를 주력으로 연습하고 사용하는 것 뿐이에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만의 캐릭터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하라고 만들어 놓은 캐릭터는 수 십가지가 되는데 실제 하는 캐릭터가 한 두개인건 아깝자나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연습량도 대폭 증가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캐릭터 연습을 꾸준히 하려면 개발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하루 종일 플레이 해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단순히 연습 시간을 늘려서 하기 보다는, 컨디션을 조절하고 건강관리에 힘쓰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몇 십시간씩 게임만 하면 힘들기에, 운동도 하고 이것 저것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취미 생활도 하면서 하루에 평균 3~4시간씩 꾸준히 하는 것 같네요.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와 같은 방식의 격투게임도 좋아하나요?

팬이 많은 게임이죠. 스트리트파이터의 경우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우락부락하게 생기다보니 여성팬들이 많지 않은데,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는 미형 캐릭터가 많다 보니 여성분들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좋아합니다. 길티기어 신작인 '길티기어 Xrd 사인'이 나오면 게임을 할 겁니다. 스트리트파이터4 느낌의 엔진으로 바뀌어서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콘솔 버전은 아직 출시가 안된 상태인데 나오면 해봐야죠. 길티기어에서는 '솔배드가이'와 '엑슬로우'를 즐겨 했었죠.


스트리트파이터가 다른 격투게임에 비해 조작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껴지는데요.

스트리트파이터는 타 게임과 비교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화려하지 않으면서 무거운 느낌의 그런 게임입니다. 간단히 눌러도 화려한 이펙트가 발동되면서 스킬이 나가는 타입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서 커맨더를 외우고 실력을 다져나가는 게임이죠. 그래도 그나마 '스트리트파이터4' 부터는 전작들에 비해서 초보자들을 배려해 다소 난이도 조정이 되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을겁니다.


조만간 세계 규모의 큰 대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2012년이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25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25주년 기념 대회가 있었고, 올해는 이와 비슷한 포맷으로 캡콤이 주최하는 글로벌 대회 '캡콤컵'이 열리죠. 최종 결승은 12월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됩니다.

전 세계 예선을 통해 총 8명을 뽑는데요. 현재 3명이 정해져 있고, 일본에서 하이타니 선수가 예선전에서 우승하면서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4명은 호주에서 1명, 영국서 1명, 그리고 한국과 싱가폴,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총 2명이 선발됩니다.

한국 예선은 10월 중반에 있으며, 물론 저도 나갑니다. 거기서 대표로 선발되면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지역 예선에 참가하게 되고요.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최종 2명에 들게 되면 12월에 있는 결승에 출전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조만간에 있을 한국 예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할 것입니다.



10월에 있을 캡콤컵 한국 예선을 앞두고 어떻게 준비하실 생각인가요?

한국 예선이긴 하나 제가 일본 예선전에 참여했던 것처럼 다른 나라 선수들이 참가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준비해야 합니다.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서 다양한 선수들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죠. 이번에 우메하라 선수와 10승 매치를 펼치면서 제가 다소 녹슬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제 자신을 다듬고 싶고,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누구를 의식해서라기 보다는 제 자신을 갈고 닦아서 누가 오더라도 상처내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남은 몇 달 동안은 운동하는 것 외에는 아마도 게임 연습만 할 것 같습니다. 10월 한국 예선 뿐만 아니라 11월, 12월에도 경기가 있기 때문에 아마 스트리트파이터만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입니다.캡콤컵 외에도 11월에 태국서 초청받은 경기가 있고, 중국 쿤산에서 열리는 WCG도 있기 때문에 남은 2013년은 스트리트파이터 연습만 해야겠지요.


프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스폰서도 알아봐야 할 듯 한데요?

그렇죠. 빡빡한 일정을 어느 정도 소화하고 나면 스폰서도 알아볼 생각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국내기업이었으면 좋겠네요. 11월에 있는 WCG가 삼성 주최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 우승하면 눈에 좀 띄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웃음) 요새 많은 분들이 리그오브레전드에 관심이 많은데요. 사실 격투게임도 나름 황금어장인데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튼 스폰서는 구할 거고, 차츰차츰 알아볼 생각입니다.


이선우 선수의 앞으로의 계획 및 포부에 대해 알려주세요.

29살인 상태에서 지금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스포츠 분야 전반에서 본다면 사실 서른이 되어가는 사람이 프로게이머를 한다는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10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있고, 어릴 수록 게임을 더 잘한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격투게임은 다소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격투게임 프로게이머는 나이를 먹을 수록 농익은 선수가 된다고 생각해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 동안 축적한 경험이 엄청난 재산이 되기 때문이죠. 저는 게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단순히 게임 실력이 좋은게 아니라 이스포츠 업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외국어 공부 등의 자기계발을 병행할 생각이에요.

우선은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위치를 다지는데 전념할 겁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잘 된다면 후배 양성을 위해 힘쓴다던가 하는 식의 활동을 전개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사실 재능이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노력파죠. 다들 똑같을 겁니다. 어렸을 때 오락실을 다니고 캐주얼 게이머로 동일하게 시작해서, 일부는 연습을 많이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대회를 나가면서 보다 전문적인 플레이어로 성장하죠.

프로게이머로의 미래를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단순히 게임만 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

오락실은 아니고 콘솔 기기와 타이틀을 모아두고 사람들끼리 게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카페 이드'라고 하는 곳과 '콩(CONG: Culture Of New Generation의 약자)'이라는 곳이 있죠. 일종의 격투게임 카페이고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죠.

저는 두 곳 모두 다 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고 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는 최신 버전 스트리트파이터 기기를 갖춘 곳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모여 대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오락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게임들, 스트리트파이터 최신 버전이나 킹오브파이터즈13 등을 즐기러 오십니다.

같이 플레이를 하다가 기회가 되면 대회도 나가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뜻이 있다면 프로게이머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프로게이머에 대해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함께 게임하면서 정보도 공유하고, 그러면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