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파리만 날리던 공격대 마지막 네임드가 있었을까. 모처럼 새 옷과 무기를 장만하고 화려한 레이저쇼까지 준비했지만, 아무도 간수를 찾아주지 않고 있다. 물론 후반부 네임드의 오픈 첫 주 차이고 공격대 던전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높아 간수까지 도달하지 못한 유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 명전을 노리는 상위 길드에서도 간수를 제외하고 파밍을 하고 있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

무슨 이유로 위용을 떨쳐야 할 확장팩 최종 빌런이 의도치 않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게 됐을까. 그 근간에는 템 테이블의 부실함 때문이다. 티어 부위를 드랍하지 않는다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시즌 초반 1부위라도 더 많은 티어를 모아 DPS를 끌어올려야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정말 구미가 당기지 않는 네임드인 것이다. 당연히 간수에서 BIS 장비가 나오는 클래스도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20명 이상의 인원이 협력하는 게임인 만큼 투자시간 대비 효율이 좋지 못하니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 티어 세트 여부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이를 주지 않는다면 가야 할 동기와 목적이 없다

티어 세트의 부재가 첫 번째라면 이와 비슷한 연장선상에 놓인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위대한 금고의 주간 보상이다. 티어 장비의 경우 해당 부위를 드랍하는 네임드를 잡지 않아도 주간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다. 이는 블리자드가 쐐기돌 혹은 PvP로도 티어를 얻을 수 있게 한 만큼 의도한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소 8킬을 했다면 레이드 보상으로 열리는 금고의 칸은 3개이고 이 중 티어 부위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간수를 잡게 된다면? 물 떠놓고 티어 부위가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상황에 자기 손으로 확률을 더 낮추는 꼴이 돼버리는 것이다. 금고 칸 하나를 간수 템 테이블 중 하나가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이 칸은 원래 티어가 나올 곳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 위대한 금고의 칸은 한정적인 만큼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많은 이들이 간수를 건너뛰고 있다. WFK 레이스 팀들은 영웅 간수를 건너뛰고 티어 획득을 위한 배수 파밍에 더욱 집중하고 대부분의 일반 유저들은 일반 간수를 건너뛰고 영웅 안두인과 그 이후 네임드 트라이에 더욱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애당초 블리자드가 의도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을 먹으며 강해지는 게임에서 충분한 보상을 얻지 못하는 네임드가 버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유저 대부분이 티어 4세트를 완성하지 못한 시즌 초반인 만큼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세기말이 되어도 '막넴 제외 팟'이 더 많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유저들에게 간수가 버려지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핫픽스를 통해 간수 템 테이블에 대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티어 5부위 중 1개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이고 강력한 토큰이 드랍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동안 빌드업 해온 과정과 노력에 비해 너무 작고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간수다. 어둠땅 최종 빌런인 만큼 그에 맞는 위용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