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수강신청에 성공했다고 최소 B를 받는 것이 아니듯, 어둠의 문을 넘었다고 65레벨부터 시작이 아니다. 2개의 지역을 완료한 기자의 레벨은 64. 하지만 레벨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스토리를 맛보며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즐길 뿐이다.

습지대를 건너 테로카르 숲에 도착했다. 지역 남쪽은 어둠의 의회가 이곳에서 벌인 실험으로 울림이 소환되어 대폭발을 일으켜 주위 환경이 완전히 황폐화되었다고 한다. 북쪽은 숲을 배경으로 생물형 몬스터와 싸워야 하고 남쪽은 타락한 드레나이들과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구조였다. 서론이 길었으나, 새로운 지역에 처음 도착하면 늘 그렇듯 받을 수 있는 퀘스트를 모두 받았다. 기자의 테로카르 숲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 원화를 보면 비염이 있는 기자에게 치명적일 것 같은 분위기이다.

▲ 자, 이제 시작이야~


퀘스트 난이도는 습지대와 비슷하다
검은숲늑대,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

돌망치 요새의 여관을 귀환 장소로 등록하고 각종 음식 및 화살 등 정비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거점과 제일 가까히 있었던 '늑대 정령 예복'을 하기 위해 늑대를 잡으러 갔다. 지도 상으로 검은숲늑대는 넓게 분포되어 있었고, 그 수도 많아 보였다.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이 퀘스트를 테로카르 숲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완료할 수 있었다. 늑대의 모피가 장가르 습지대의 '투명한 날개' MK2 일 줄 몰랐던 것이다.

일단 예상과 다르게 늑대 자체도 씨가 말라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미 남들도 생각했던 것이다.'라는 격언이라면 격언처럼 남들도 같은 생각인듯 했다. 호드 거점과 가까이 있는 이 퀘스트를 먼저 처리하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몰렸고 '차원의 사냥꾼'과 '바실리스크'만 남긴 채 늑대만 쏙쏙 빼먹었다. 한 마리 치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 귀한 한 마리 마저도 모피를 안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해골 무덤으로 향했다.

해골무덤과 아킨둔 지역은 무슨 일인지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오히려 해골 무덤 주변에서는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그들에게서 도망쳐 다니는 일도 생겼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퀘스트를 할 수 있었다.

▲ 해골무덤 주변은 몹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테로카르 숲 지역의 첫 던전, 마나 무덤
무덤이길래 유령 몬스터인 줄 알았는데 도굴꾼밖에 안 보였다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새로운 던전에 자연스럽게 당도하게 되었다. 마나 무덤, 드레나이 선조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연합왕자 샤파르가 에테리얼들을 대동하여 무덤을 약탈하고 있었고, 그를 저지하는 스토리었다. 사실 마나 무덤에 가는 이유는 그들의 무덤이 더럽혀지고, 약탈 당하는 불의를 참지 못해서는 아니다. 많은 경험치 그리고 무역연합에 평판을 주기 때문이다. 무역 연합에 대한 평판 때문이라도 자주 가야 할 던전으로 보인다.

던전의 길이가 짧았고 몬스터가 밀집되어 있었다. 애드가 나기 쉬운 구조라 기자의 파티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천천히 몹을 풀링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파밍을 하고 와서는 고속으로 주회할 수 있는 좋은 구조의 던전으로 보인다. 던전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마지막 우두머리인 '연합왕자 샤파르'를 처리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패턴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에테리얼 봉화의 처리가 밀리면서 파티가 몇 번 전멸이 났다. 하지만 3번의 시도 끝에 잡을 수 있었고 샤파르의 붕대를 얻어 퀘스트를 처리할 수 있었다.

▲ 일방적으로 즐거운 시간인 듯 하다.


파티를 맺어 퀘스트를 하는 재미도 있다
조금의 인싸력이 필요한 부분일수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퀘스트들. 혼자서 할만한 것들은 대부분 끝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남아 있는 퀘스트 다수가 혼자 해내기 힘든 정예 몬스터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혼자서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같이할 수 있는 영웅들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이 던전으로 레벨업을 하러 간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을 모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우려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모였다.

파티를 모으는 과정, 그리고 그런 유저들 사이에서 어울리며 협동해 나가는 과정 하나까지 MMORPG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다 함께 퀘스트를 끝내고 마지막에 '수고했습니다' 한마디를 하는 것은 사소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 소환 과정부터 매우 귀찮았던 테리부스.

▲ 북을 두드리니 튀어나온 대왕 성충. 이렇게 클지 몰랐다.


테로카르 숲의 두 번째 던전, 세데크의 전당
힘들었지만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세데크의 전당. 1시간 20분의 대장정이었다. 분명 누군가에겐 어려운 던전은 아닐 것이다. 당시 대부분이 66레벨 이상의 유저로 파티를 꾸리고 있었다. 현재 레벨은 65. 빠르게 던전을 깨고 퀘스트를 완료하고 싶은 마음에 파티찾기로 '세데크의 전장 퀘팟 구합니다!'라는 모집을 썼고, 얼마 가지 않아 나와 비슷한 레벨과 아이템을 가진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다.

영웅들은 던전 잡졸들에겐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강인줄 알았는데 약이었다. 던전을 도는 내내 몬스터들에게 약자 멸시를 당하며 눈물겹게 플레이했다. 그렇게 입던 18분 만에 첫 번째 네임드 '흑마술사 시스'에 당도할 수 있었다. 먼저 말하자면 3번의 트라이 끝에 성공했다. 쫄을 포커싱 하며 잡아내는 과정이 법사가 없어서일까? 꽤 험난했다. 파티원들과 택틱을 맞춰가며 시도한 끝에 시스를 잡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 몬스터를 적절하게 묶어주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 흑마술사 시스, 쫄을 처리하지 않으면 전멸이다.


시스를 처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험난했다. 무섭게 날아다니는 새들과 공포를 거는 예언자들. 방심하는 순간 촘촘하게 뭉쳐있는 무리에 애드를 내고 파티가 전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파티원들은 와우 그때 그 시절 기분으로 던전 도는 것 같다 말씀하시며 회상에 잠기시기도 했다. 군단 유저였던 기자는 이렇게 불타는 성전 클래식을 하며 그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낀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것이 클래식을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서로 회상에 잠겨 이러저러한 얘기도 하고 전멸도 하기를 반복하며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우두머리 '갈퀴대왕 이키스' 에 당도했다. 장신구에 강한 집착을 보이던 이 녀석은 의외로 쉽게 잡았다. 어둠땅 저편에서 드릴의 '통제불능' 스킬의 원조를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키스까지 잡아내고 모두가 고생했다, 수고했다, 감사했다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면 만나서 게임하면 좋겠다 다짐하며 헤어졌다.

▲ 죽은 척 연기를 했더니 불쌍해서 살려주셨다.

▲ 오늘따라 애틋했던 파티원들


테로카르 숲의 여정을 마무리 하며
클래식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유저들과 교류를 했다. 와이프가 불렀을 때 바로 가지 않으면 혼나는 법사님의 넋두리도 들으면서 던전을 공략했고, 불성은 원래 이렇게 힘들었다고 하지만 지겹다며 툴툴대시며 퀘스트 하시던 냥꾼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인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기자도 테로카르 숲을 졸업하며 아이템이 꽤 좋아졌다. 적중도가 8%가 넘었고 전투력도 1천을 넘겼다.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만랩까지 앞으로 4걸음, 다음 지역에서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나그란드로 향한다.

▲ 호오? 이건 대단하군요. 전투력이 상승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