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3 나이트엘프 캠페인의 마지막 퀘스트이자 불타는 성전의 페이즈 3 공격대 던전인 하이잘 정상 전투는 불타는 군단과의 최악이자 최대의 전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과거 영원의 샘을 노렸던 고대의 전쟁부터 계속해서 아제로스를 침공한 불타는 군단은 대체 무엇이고 무슨 목적으로 침공을 하는 걸까요.

불타는 군단은 본래 뒤틀린 황천으로부터 온 사악한 악마적 존재입니다. 이들은 수많은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고 혼돈으로 되돌리려 했고 종국에는 티탄들에게까지 도전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티탄은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판테온의 일원인 살게라스를 파견합니다.

오랜 전쟁 끝에 살게라스는 악마들을 무찌르고 우주의 평화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악마와의 싸움에서 공허의 군주라는 존재를 알아버리고는 잘못된 생각을 품게 됩니다. 공허의 군주에 의해 온 우주의 생명체가 타락할 것라 생각한 살게라스는 창조가 아닌 파괴만이 진정한 우주의 순리라고 생각하게 되죠. 결국 살게라스는 과거 자신이 마르둠에 가두었던 뒤틀린 황천의 악마들을 해방시키고 불타는 군단을 창설하게 됩니다.

불타는 군단을 창설한 궁극적인 목적은 공허의 군주들이 온 우주를 타락시키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그 우주를 파괴시키는 것입니다. 이들이 수많은 행성 중에서도 아제로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제로스에서 가장 강력한 티탄이 태어날 것이란 예언이 있었고 이 티탄이 공허의 군주에 의해 타락하기 전에 파괴하기 위함입니다.

▲ 아제로스를 침략하는 불타는 군단의 모습 (삽화가 - Alex Horley)


세계수 놀드랏실 - 하이잘 산을 침공한 목적

놀드랏실은 본디 영원의 샘이 파괴된 고대의 전쟁 이후, 마력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한 일리단이 하이잘 산 정상에 새롭게 만든 마력의 샘입니다. 하지만 용의 위상 알렉스트라자, 이세라, 노즈도르무는 강력한 마력의 샘이 아제로스에 남아 있는 한 불타는 군단의 침략이 계속될 것을 걱정했고, 이에 샘의 마력을 억누르기 위해 하이잘 산 정상에 세계수를 심게 합니다.

알렉스트라자는 놀드랏실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어 대지를 치유하고 오염을 정화하는 힘을 부여했고 이세라는 놀드랏실에 마법을 걸어 세계수를 에메랄드의 꿈과 연결하여 꿈의 그 힘으로 샘을 억제하는 동시에 드루이드들이 에메랄드의 꿈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노즈도르무는 시간의 축복을 내려 나이트엘프들에게 영생을 부여하죠.

세계수 놀드랏실은 용의 축복까지 받으며 강력한 힘을 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힘을 원한 불타는 군단의 아키몬드는 놀드랏실의 마력을 탐했고, 샘의 힘을 흡수하기 위해 하이잘 산을 침공하게 됩니다. 이 전투가 바로 하이잘 정상 전투입니다.

▲ 강력한 마력이 깃든 세계수 놀드랏실의 모습


인간, 오크, 나이트엘프 연합 - 불타는 군단을 막기 위한 메디브의 계획

불타는 군단의 아제로스 침공을 막기 위한 인간, 오크, 나이트엘프의 연합이 만들어집니다. 과거 만노로스의 피에 지배된 오크가 어둠의 문을 통해 스톰윈드와 로데론을 침공한 1차 대전쟁 이래 앙숙 관계던 오크와 인간, 잿빛 골짜기를 무차별적으로 벌목하여 나이트엘프의 원성을 샀던 이들은 어떻게 하여 손을 잡게 되었을까요. 심지어 오크는 대드루이드 세나리우스를 살해했는데도 말이죠.

각 종족의 지도자인 제이나, 스랄 그리고 말퓨리온의 인내와 대의를 위한 희생도 중요했겠지만 불타는 군단의 침공을 막기 위해 이들을 칼림도어로 부른 메디브의 중재가 가장 주요했습니다. 자칫 3종족 간의 전쟁으로 번질 수 있었지만 메디브가 불타는 군단을 막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맞설 것을 부탁합니다.






하이잘 정상 전투 - 불타는 군단과의 전면전

인간, 오크, 나이트엘프 3종족 연합은 하이잘 산에 진지를 구축합니다. 산의 초입에는 인간, 중턱에는 오크, 놀드랏실 앞 정상 부근에는 나이트엘프가 자리 잡습니다. 또한 티란데는 기동력이 빠른 헌트리스와 라이더 부대와 함께 각 진영을 돌아다니며 지원과 보충을 담당했죠.

연합군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전투에서 패배해도 전쟁은 승리한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이들은 전투에서 패배해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시간을 벌 목적으로 싸우는 것입니다.



말퓨리온은 전면전을 통해 불타는 군단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승리하기 위해 한가지 계획을 생각해 냅니다. 말퓨리온은 세계수에 깃든 수많은 숲의 정령들을 깨운 뒤, 아키몬드가 세계수의 힘을 흡수하기 직전 달려들어 속박한 뒤 세계수의 마력을 한 번에 방출시켜 그를 폭사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대량의 정령들을 끌어내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불타는 군단을 상대로 인간과 오크가 버텨주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계획이었습니다. 워크래프트3 캠페인에서는 총 45분 동안 불타는 군단을 막아내야 하죠.

과거 고대의 전쟁에서 이미 불타는 군단을 생대해 본 적 있는 말퓨리온은 아키몬드가 오만에 가득 찬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제로스의 병력들을 깔보고 있는 아키몬드는 반드시 연합군의 작전에 말려들 것을 예상했습니다.

하이잘 초입 제 1방어선을 맡은 제이나와 인간 연합은 마치 한 몸이 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불타는 군단을 상대합니다. 격노한 윈터칠, 아네테론이 이끄는 불타는 군단의 병력들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왔지만 한쪽 방어선이 무너지면 신속하게 새로운 방어선으로 이동하며 시간을 끌었죠. 그리고 전투가 시작된 지 20분이 지나자 말퓨리온이 방어선 철수를 명했고, 제이나는 대규모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하여 전선에서 빠져나옵니다.

▲ 제 1방어선에서 티란데가 이끄는 게릴라 병력과 인간 연합이 힘을 합쳐 불타는 군단을 상대한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인간 연합의 전술에 아키몬드는 “말퓨리온, 이 비겁한 녀석! 언제까지 여자 꽁무니 뒤에 숨어 있을 테냐?” 라고 하며 분노를 표출합니다. 분노한 아키몬드는 스랄과 오크가 지키고 있는 제 2방어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죠.

제 2방어선은 하이잘 산 전투의 승패를 쥔 승부처가 돼버립니다. 카즈로갈과 아즈갈로가 이끄는 대규모 스컬지 군단이 육로뿐만 아니라 하늘을 통해서도 침공하기 시작했고, 둠가드와 인페르날 정예병까지 동원하여 방어선을 거침없이 몰아붙입니다. 하지만 말퓨리온의 계획이 준비되기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몰려드는 군단의 병력을 상대하기조차 버거운 와중에 설상가상 연합군의 자원마저 서서히 바닥을 보이게 됩니다. 아수라장이 된 방어선은 마지막 5분을 남기고 결국 후방으로 철수하게 됩니다. 이젠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나이트엘프의 방어선만 남았고, 연합군은 배수의 진을 치고 아키몬드가 놀드랏실에 당도하지 못하도록 결사의 항전을 펼쳐야 했습니다.

▲ 오크 연합은 티란데와 함께 수많은 스컬지 군단을 상대하게 된다

말퓨리온의 계획이 완수되기까지 5분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5분은 참으로 긴 시간이죠. 연합군의 자원은 모두 떨어졌고 남은 병력 또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 남은 연합군은 사력을 다해 불타는 군단의 진군을 막았고 많은 희생 끝에 결국 마지막 5분을 버텨내는데 성공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연합군은 패배 한 척 후퇴하며 아키몬드의 방심을 유도했고 그가 세계수에 도착할 때까지 숨죽인 채 때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아키몬드가 세계수에 당도하자 말퓨리온이 세나리우스의 뿔피리를 울렸고 숲의 정령들이 아키몬드를 둘러싸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세계수의 힘을 폭주시켰고 숲의 정령들에 의해 속박된 아키몬드는 강력한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게 되고 처절했던 하이잘 산 전투는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