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클래스를 대표하는 네임드로 기억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수많은 클래스, 수많은 네임드가 존재하는 와우 세계에서 한 클래스를 대표하는 네임드가 된다는 것은 곧 해당 클래스의 정점에 섰다는 뜻이고,

 네임드가 되고픈 모든 유저들이 꿈꾸는 최고의 이상향일 것이다.
 
 국내에는 그런 최고의 반열에 오른 네임드 유저가 두명이 있다.

 흑마 [Drakedog]과 전사 [Laintime]. 

 [Drakedog]이야 설명이 필요없는 와우계의 슈퍼스타이고, 와우저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네임드이지만,

 [Laintime]의 경우 불타는 성전 때부터 와우를 시작한 유저라면 다소 생소할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Laintime]에 대한 언급이 워낙에 많은 까닭에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만 실상 그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 무엇때문에 지금까지도 최고의 전사 플레이어로 손꼽히며 회자되는지, 오리지널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유저들은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Laintime]에 관한 유저들의 설명이 거의 전설, 신화급이다보니 고작해야 오리지널 유저 그것도 전사 클래스에게 그만한 극찬이 쏟아진다는걸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시절 [Laintime]이 전사계에 끼친 영향과 그가 보여준 플레이의 난이도가 어느 수준인지 깨닫게 되고 나면, 왜 수많은 올드하드유저들이 전사 하면 '이상한 눈알이 달린 도끼를 둘러맨 대장군 언데드 전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

 비록 [Laintime 2010] 이후 다소 가라앉기는 했으나,

 불과 몇달전에도 중국에서는 [Laintime]의 카피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해외에서는 그의 아이디에 여전히 Legend 혹은 神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붙여 부를 정도니 월드클래스 네임드로서 [Laintime]의 명성과 파워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하겠다.



 이번에 리뷰할 영상은 바로 그런 전사 [Laintime]의 최고 전성기 때 제작된 영상으로서,

 수많은 전사 유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사 컨트롤의 종결판이라고 불린 전사 PvP의 명작,

 Laintime-D편이다.



▲ PvP영상 역대 최고의 포스를 자랑하는 오프닝




- 전사의 PvP를 대표하는 명작 시리즈 -
 
 필자가 간혹 방송 도중 영상 신청을 받을 때, 영상이 여러 편인 네임드가 많다보니 보통 보고 싶은 편수를 같이 물어본다.

 하지만 유독 그러기 힘든 영상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Laintime] 시리즈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Laintime]의 영상은 다른 네임드들의 영상들과 달리 1편, 2편 이런식으로 불리지가 않는다.

 [Laintime]은 영상을 공개할때 그저 '전사의 PvP영상' 이런식으로만 소개할 뿐, 자신의 영상에 한번도 정식 넘버링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Laintime] 시리즈는 올드팬조차도 그 순서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시리즈 전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들도 드물다.

 [Pat]이나 [Maydie]와 동시절, 아니 영상으로 따지면 [Laintime]이 먼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후발주자라는 인식도 이런것 때문에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먼저 [Laintime] 시리즈의 계보부터 잠깐 정리해 보자.

 일단 [Laintime]의 최초 PvP영상은 2005년 4월경에 등장했다.

 최초의 영상인만큼 다듬어지지 않은 엉성한 컨트롤과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고 (뒷걸음질 하는 Laintime이 상상이 가는가?), 런닝타임은 26분인데 용량이 100MB가 채 안되는 엄청난 저퀄리티의 영상이었다.

 여러 클래스와의 깃발전과 필드전을 담아냈는데, 특이하게도 양손보다 검방상태로 싸우는 장면이 더 많다.

 후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낸 [Laintime]의 화려한 검방스왑 플레이의 기본은 이때부터 다져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 용맹셋도 갖춰입지 못한 Laintime의 모습이 이채롭다.


 [Laintime]의 두번째 영상은 외국유저들이 흔히 [Laintime-0](제로)라고 부르는 대규모 필드쟁 영상이다.

 용맹셋+아케이나이트 도끼를 든 [Laintime]이 등장하며 화면 하단에 재미있는 코멘트가 일품인 영상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Laintime]의 첫번째 영상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영상이기도 하다.

 첫작품과 비교해 훨씬 원숙한 플레이를 펼치며, 지금은 사라진 필드쟁의 재미가 잘 느껴지는 영상이었다.


▲ 같은 진영 유저들에 대한 Laintime의 믿음이 느껴지는 명대사


 그 다음에 나온 것이 그가 대장군 전사의 전투를 처음으로 보여준 영상이자, [Laintime]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Laintime-A]다.

 사실 [Laintime]은 이 영상에도 원래 아무런 넘버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공개한 다른 영상들의 원본파일이 [LaintimeC,D]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그 영상들을 기준으로 사람들이 편수를 구분하다보니 초기에 공개된 이 영상이 순서상 A로 설정되었다.

 대장군 전사 [Laintime]이 등장하는 첫영상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는 A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전작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깔끔해진 영상미에, 그 유명한 히트&런 컨트롤이 최초로 등장하는 영상.


▲ WCM에 업로드된 Laintime의 첫영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달 뒤 대장군 전사로서 [Laintime]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크게 일조한 [Laintime-B]가 나온다.

 이것도 [Laintime-A]처럼 정식 넘버를 부여받지는 않았지만 시리즈 순서상 B로 설정되었다.

 [Laintime]이 컨트롤러로서의 명성을 얻게된 계기가 된 영상으로서, 지금도 누누이 회자되는 체력1 상태에서 만피 성기사에게 역전승한 희대의 명전투가 이 영상에 등장한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Pat]이나 [Maydie]보다 월등한 개인 컨트롤을 보여주어 실력파 전사로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 언데드 전사의 멋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영상


 이어서 나온 것은 약간 외전격으로 영상으로, [Laintime]과 같이 플레이 해오던 유저들이 군입대로 게임을 접게 되자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Laintime-Bye]편이다.

 팀원들과 함께 아라시와 힐스브래드에서 펼치는 소규모 필드쟁이 주된 내용인데, 촬영 프레임을 높인 건지 몰라도 이때부터 [Laintime] 영상의 화면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러워진다.


▲ 교란의 보주를 이때부터 쓰기 시작한다.


 그 뒤 다시 본편으로 돌아와 [Laintime-C]가 공개되는데, 이것은 [Laintime] 시리즈 중 영문넘버링을 부여받은 최초의 영상이다.

 [Laintime]의 컨트롤은 이 시점에서 정점을 찍으며, 기존의 전사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컨트롤을 보여준다.


▲ 얼라 1공대를 멘탈붕괴시킨 광역 위협의 외침


 그리고 꽤 오랜 공백 타임 뒤에 바로 오늘 소개할 영상인 [Laintime-D], 국내 유저들이 흔히 [Laintime 2006]이라고 부르는 영상이 공개되었고, 

 오리지널 시절이 막바지로 접어들때 쯤 [Laintime]의 오리지널 마지막 영상인 [Laintime-F](Final)이 나온 뒤 [Laintime]은 군입대로 오랫동안 잠수를 타게 된다.


▲ 말 그대로 잠수다.

 
 그리고 제대 이후 리치왕의 분노 시절에 복귀하여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린 [Laintime-2010]을 공개했는데, 생각만큼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 전에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투기장에 큰 관심을 보이며 투기장 영상을 내놓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지독한(?) 투기장 영상을 만들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오랜 기다림 끝에 공개된 [Laintime 2010]

그러나 팬들이 Laintime에게 바란 것은 투기장이 아니었다.


 마무리가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 시절 [Laintime]의 영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사 PvP영상의 최고봉이었다.

 수많은 전사 유저들, 그리고 전사가 아닌 이들조차 그의 영상을 보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실상 오리지널 이후로는 변변찮은 활동이 없는 그가 여전히 와우의 전사라는 클래스를 대표하고 [전사의 신]이라고 불리며 추앙받는 것을 보면, 오리지널 [Laintime] 시리즈의 임팩트와 파급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리고 그러한 [Laintime]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Laintime-D] 였다.



 - 트렌트를 거부하다 -

 [Laintime-D]는 당시 전사들의 PvP영상, 그리고 [Laintime] 본인의 이전 시리즈들과 비교해도 여러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는 영상이다.

 일단 가장 놀라운 점은 영상에 사용된 소스가 전장 전투가 단 한씬도 없는 순수한 1:1 필드전뿐이라는 것이다.

 당시 전사들의 PvP영상은 역대 최고의 썰자플레이어들인 [Pat]과 [Maydie]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힐러를 동반한 다대다 썰자영상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대인 컨트롤 위주의 영상은 극히 적었던 시절이었다.

 집단 전투에서의 힐 받는 전사의 위력과 대규모 전투에서 탱커이자 딜러로서의 역활이 중요시 돼던 시절인 탓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사가 단독 전투로 PvP에서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의 한계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조로운 PvP를 펼치던 오리지널 시절의 전사는, 아무리 열심히 컨트롤을 하고 멋진 플레이를 보여줘도 데미지로 밀어 붙인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셀프 프로모션이 주목적인 PvP영상에서 플레이어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썰자플레이가 유독 전사들의 영상에만 많은 것은, 높은 크리티컬과 강력한 데미지 중점의 전투가 그러한 전사들의 PvP성향과 잘 부합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크게 히트한 [Pat]과 [Maydie]의 영상은 다대다 썰자플레이의 유행에 도화선이 되었고, 많은 전사유저들이 그에 호응해 이후 썰자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스타일의 전사 PvP영상은 하나의 트렌드가 된다.  


▲ 분무 썰자영상의 대표작 Hulksmash


 바로 그런한 때 공개된 [Laintime-D]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완전히 역행하는 PvP영상이었다.

 물론 [Laintime]은 예전부터 계속 단독 전투를 위주로 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지만, 소규모의 팀플전 정도는 영상에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었고, 바로 전작인 [Laintime-C]의 경우 영상 구성의 절반이 다대다 전투일 정도였다.

 허나 [Laintime-C] 이후 근 10개월만에 공개된 [Laintime-D]는 순수한 1:1 대인전 PvP, 그것도 온리 필드전으로만 채워진 완벽한 월드PvP영상으로 제작되었다.

 PvP의 흐름이 거의 전장으로 넘어갔던 시기에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투인 필드전으로만 런닝타임 30분을 꽉 채운, 그것도 전사의 PvP영상인 [Laintime-D]는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단순한 데미쇼가 아닌 컨트롤러로서 최고 수준의 전투를 보여주어 공개되자마자 많은 이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장이나 깃발전과 달리 무제한의 자유도를 자랑하는 필드전은 [Laintime]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PvP를 보여주는데 가장 적합했고, 역대 [Laintime]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멋진 PvP를 보여준 영상으로 기억되게 된다.

 
▲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Laintime-D]의 전투 


 또한 [Laintime-D]는 [Laintime] 시리즈를 비롯해 다른 전사들의 영상에도 고질적으로 따라붙던 양민학살이란 꼬리표를 떼어낸 영상이기도 했다.

 [Laintime]이 처음 대장군 전사의 영상을 내놓을 때만 해도 아직 레이드가 그다지 활성화 되지 못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일반 유저들의 장비 수준은 최상위 명예템과 비교해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Laintime]이 비록 뛰어난 컨트롤이 돋보이는 전투를 하긴 했지만 그 역시 이전 시리즈까지는 장비의 압도적인 우위라는 평가를 부정 할 수 없었다.

 그러한 주위의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 오리지널 최후의 레이드 던전인 낙스라마스의 등장 이후 공개된 [Laintime-D]는, 최하 검은날개둥지에서 최대 낙스라마스에 이르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템빨을 자랑하는 상대들만이 등장한다. 

 들고나오는 무기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우레폭풍], [암흑 불길의 지팡이], [아쉬칸디], [칼림도어의 복수], [로크아미르] 등등 거의 오리지널 최종병기급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다.

 물론 [Laintime]도 전작에 비해 확실한 장비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 (쑨도끼 ㅎㄷㄷ), 모두가 최상위 레이드템으로 무장한 상대들이 결코 그에 밀리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당시의 PvP영상에서는 보기 힘든 '최상위 유저들끼리의 1:1필드전'이라는 최고의 전투 소스가 [Laintime-D]를 구성하게 된다.

 그것도 한두씬이 아니라 모든 전투파트가 전부 그러하다는 것은 [Laintime-D]가 흥행에 성공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필드에서 검투사 유저가 다른 검투사급 유저들만 골라 1:1로 전투를 펼친 것만을 모아놓은 것과 같은데, 당시 [Laintime]의 켈타스 서버는 인구수가 현저히 낮은 서버에 속했기 때문에, 필드에서 이만한 소스를 모으기 위해 [Laintime]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실 레이드 준비하러 필드에 나갔더니 역시 레이드 준비 때문에 필드에 나온 다른 레게들이 널려있더라...라는게 정설이긴 하다 -_-)


▲ 만만치 않은 장비를 갖춘 상대들


 그리고 당시 많은 PvP영상이 화려하고 다양한 편집을 동반해 영상미를 뽐내던 것에 비해 [Laintime-D]는 편집의 비율이 꽤 적었다.

 물론 [Laintime-D]가 시리즈의 중에서는 가장 편집효과가 많이 들어간 영상이고 편집력 자체도 당대 유명한 영상들과 비교해 매우 뛰어난 편이지만, 전투씬 자체는 이전 시리즈처럼 편집을 배제해 [Laintime] 시리즈 특유의 리얼한 PvP의 진행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당시 유행하던 썰자영상들의 경우 전투씬 내에 너무나 많은 편집이 가해져 시원시원하고 통쾌한 맛은 있었으나 긴장감 넘치는 실제 PvP의 느낌은 거의 나지 않았기 때문에, PvP의 느낌이 확 살아 있는 [Laintime-D]의 전투씬은 골수 PvP유저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또한 [Laintime-D]는 전투씬이 아니라 전투파트의 도입부에만 이팩트를 가하는 편집을 함으로써, 곧바로 돌입하는 전투씬의 긴장감을 한층 업시키는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오프닝의 그 압도적인 스틸샷 편집은 [Laintime-D]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보는 것만으로도 전사들의 피를 끓어 오르게 만드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같은 켈타스 서버 출신의 한 대장군 전사가 온갓 편집효과로 떡칠한 영상을 들고 나왔다가 악평이란 악평은 다 받은걸 생각하면, 리얼 PvP에 초점을 맞춘 [Laintime-D]의 이런 간결한 편집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전투본능을 자극하는 [Laintime-D]의 오프닝



 - 전사 컨트롤의 혁신, 그리고 종결 -

 데미지 위주의 투박한 전투가 전사의 PvP를 대변하던 오리지널 당시, [Laintime]처럼 화려한 무빙과 컨트롤을 뽐내며 색다른 형태의 PvP를 펼치는 전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Drakkus], [Swifty], [Alonzo], [Intrepid], [로케] 등등 그 시절에도 뛰어나다고 할 만한 전사유저들은 여럿 있었지만, 최소한 영상에서 보여지는 컨트롤의 수준은 [Laintime]에 한참 못 미쳤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죽 독보적인 컨트롤러로서의 명성을 쌓고 있던 [Laintime]은 [Laintime-D]에 와서 더욱 발전된 컨트롤을 보여주며 그 명성을 공고이 한다.

 특히 [Laintime-D]는 [Laintime]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환상적인 히트&런 컨트롤이 가장 유감없이 발휘되는 영상이었다.

 [Laintime] PvP의 백미로 꼽히는 히트&런 컨트롤은, 무기의 공속 타이밍에 맞춰 한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공격방식으로서, 상대의 무기공속에 상관없이 자신의 무기공속만큼만 타격을 받기 위한 컨트롤이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예를 들어 자신의 무기공속이 3.8초이고 상대의 무기공속이 1.4초인 상태에서 양쪽이 서로 평타만 날린다고 가정할 경우, 동일한 시간 내에 자신이 평타 한번을 날릴 동안 상대는 평타 두번을 날리게 된다.

 교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공속 3.8초에 맞춰 한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고 하면, 상대도 결국 자신처럼 3.8초마다 한번씩만 평타를 날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됨으로, 상대는 평타딜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모든 밀리클래스전에 통용되는 이 히트&런은, 특히 상대의 공격스킬 사용 타이밍까지 꼬이게 만들 수 있는데다가 전사와 도적처럼 특수한 마나방식을 가지고 있는 클래스는 그 효율성을 극도로 떨어뜨릴 수가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히트&런 컨트롤을 가장 완벽하게 구사하고 널리 알린 유저가 바로 [Laintime]이기 때문에, 세간에는 [Laintime]이 고안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Laintime]이 최초로 보여준 컨트롤은 아니다.

 필자가 예전 [전사의 계보]때 설명 한 적이 있지만, 히트&런 컨트롤을 최초로 보여준 것은 국내 달라란 서버 출신의 오크전사 [아가토]라는 유저다.

 지금은 사라진 와우 팬사이트 [와우자드]의 전사 게시판 지기였던 [아가토]는 와우 초창기 시절부터 전사에 관한 여러가지 팁과 메뉴얼을 내놓은 유저인데, 히트&런 컨트롤도 바로 그 중 하나였다.


 

▲ 아가토의 히트&런



 사실 [아가토] 본인은 애초에 히트&런이란 개념으로 플레이를 한게 아니라 단순히 무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로 보여준 컨트롤이었지만,

 [Laintime]은 이것을 전사의 PvP에 맞춰 그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컨트롤로 발전시켰고, 그때까지 빅크리와 데미지 위주의 단순무식한 전투만을 펼치던 전사의 PvP를 좀더 복잡하고 섬세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아가토]와 [Laintime]의 히트&런의 차이라면 [아가토]는 주로 평타 위주의 히트&런을 하는 반면, [Laintime]은 죽격과 소용돌이의 쿨타임까지 계산한 좀더 공격적인 히트&런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Laintime]의 히트&런은 [아가토]보다 치고 빠지는 간격이 훨씬 짧다.


 

▲ Laintime의 히트&런


 히트&런 컨트롤은 한번 상대에게 붙으면 둘 중 하나가 쓰러질때까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사 PvP의 고정관념을 깬 혁신적인 컨트롤이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수준을 넘어, 너 죽고 나죽자 식의 막무가내 전투가 전사 PvP의 전부라고 여겨지던 시절에, 평타 한방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Laintime]의 이런 정교하고 계획적인 PvP컨트롤은 '전사의 PvP는 단순하다'라는 오랜 이미지를 탈피시켰다.

 특히 히트&런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선 뛰어난 무빙과 무기의 공속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감각이 모두 필요했기 때문에, 구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고급 컨트롤로 분류됐다.

 묵직하고 느릿느릿했던 전사의 이미지를 날렵하고 다이나믹하게 만든 [Laintime]의 이런 히트&런을 카피하려는 전사들은 많았지만, 오리지널은 물론 그 후 등장한 어떤 전사들의 영상에서도 [Laintime]만큼 완벽한 히트&런을 구사하는 유저는 없었다.

 불타는 성전 시절에 등장한 [Getz]정도가 그나마 낫다고 평가할만 하지만, 무기공속 타이머의 도움을 받았다는게 아쉬운 점이랄까.


▲ 불성판 Laintime이라는 평가를 받은 Getz

 
 히트&런 외에도 [Laintime]은 전사의 모든 PvP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컨트롤을 보여주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칼같은 분노관리, 그와 연계되어 쿨타임의 낭비없이 즉각즉각 들어가는 스킬 사용,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전환되는 태세와 검방 스왑, 직선형태가 아닌 사이드로 비껴들어가며 뒤를 잡아내는 무빙,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무시무시한 반응속도와 전투상황을 꿰뚫어 보는 정확한 판단력까지.

 매크로와 마이크로 컨트롤 양쪽을 모두 섭렵해 전사로 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를 한계 수준까지 끌어올린게 바로 [Laintime]이었다.

 또한 전투 중간중간 발휘되는 즉흥적인 플레이와 [Laintime] 특유의 감각적인 센스는, 그가 왜 동급 네임드들 중에서도 [Vurtne]와 함께 최고의 컨트롤러로 손꼽히며, 전사가 아닌 뉴타입 클래스로 취급받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 상대의 평타를 피해 중거리에서 들어가는 소용돌이



 - 최고의 전투씬, 최고의 플레이로 무장하다 -

 [Laintime]의 전성기 시절에 제작된 [Laintime-D]는 위에서도 언급한 [Laintime]의 PvP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영상이다.

 [Laintime]의 압도적인 포스와 달리 어떤 전투 하나도 [Laintime]이 쉽게 이긴 씬이 없을만큼 공방이 치열한 [Laintime-D]의 전투씬은, 단순한 학살이나 썰자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1:1대결, 결투로써 PvP영상 본연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너무나 멋진 전투씬이 많아서 제대로 설명하려면 전투파트 하나하나를 따로 분류해 파고들어야 할 정도다.

 [Laintime-D]에는 도적, 전사, 성기사전을 위주로 마법사, 사냥꾼, 드루이드와의 대결이 등장하는데, 캐스터 클래스의 비중이 너무 적은게 다소 아쉽지만, 도적과 성기사 같이 전사에게 상성상 우위를 점하는 클래스와의 전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할만 하다.

 그리고 다른 클래스도 아니고 초레게냉기법사에게 승리하는 전투씬이 있건만 굳이 다른 천클래스와의 전투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Laintime-D]의 전투씬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전투로 꼽는 냉기법사와의 전투는, 사실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전투씬이다.

 암만 법사의 컨트롤이 부족했다손 치더라도 극강의 템빨을 자랑하는 냉기법사를 전사가 잡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격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양한 유틸기 덕분에 최소한 꿈틀거리며 저항이라도 해본 다음 눕는다지만, 오리지널 시절의 전사vs법사의 상성이야 뭐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물론 마법사를 잡아낸 전사가 [Laintime]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당시 다른 전사들의 영상에도 마법사를 상대하는 전투씬은 적지 않았지만,

 유독 [Laintime]의 vs냉기법사전이 돋보였던 이유는 단순히 크리티컬 운에 의한 끔살이 아니라 수류탄과 냉기반사기,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의 계급장과 위협의 외침을 통한 택틱의 우위로써 냉기법사를 잡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비록 상대 냉기법사가 좀 고지식하게 싸운 것도 있고, 무력화 연마가 제대로 터져준 행운도 분명히 작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Laintime]의 플레이를 운빨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운의 유불리를 따진다면 동상 발동이 두번만 덜 터졌어도 [Laintime]이 압승할 전투였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vs법사전의 완벽한 택틱을 보여준 Laintime
 

 그리고 마법사와 함께 PvP클래스의 양대 산맥이자 [Laintime-D]의 첫파트를 담당한 도적전.

 사실 오리지널 초중반까지만 해도 도적은 그나마 전사가 상대하기 쉬운 클래스로 분류되고 있었다.

 도적들의 낮은 체력에 비해 전사들의 데미지 비율이 무척 높았기 때문에, 몇대만 정타가 들어가도 순식간에 도적의 체력을 확 깍아내릴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케이나이트 도끼의 전성기 시절에)

 또한 도적의 콤보가 그다지 정교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그런 찬스를 얼마든지 만들수 있었고, 무엇보다 도적의 극상성인 [제압] 스킬의 존재가 vs도적전을 매우 쉽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레이드의 활성화와 도적계의 대부 [Niar]의 등장 이후, 도적들의 장비 수준과 PvP능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상황이 역전된다.

 상대를 꼼작 못하게 만드는 스턴콤보와 극강의 유틸기만으로도 로그크레프트를 찍는게 가능했는데, 거기에 최상급 장비와 PvP의 개념까지 갖추게 된 도적들은 완전히 필드의 무법자로 군림하게 된다.


▲ 도적 PvP의 개념을 바꾸어 놓은 Niar


 특히 오리지널 후반 절정기를 달리던 단검도적들의 데미지는 그야말로 공포 수준이었다.

 최상급 레이드템으로 무장한 단검도적들의 매복과 기습의 크리율은 50~60%를 육박했고, 왠만한 천클레스는 매복-후려-기습-냉혈절개라는 간단한 콤보만으로도 영혼의 치유사를 만나게 해 줄 수 있었다.

 판금이라고 예외가 없어서 스턴콤보에 이은 무자비한 기습질에 판금 클래스조차 녹아내리던 시절이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도적들에 데미지에 맞서 [Laintime]이 내놓은 해법은 양손이 아닌 검방 상태로 싸우는 것으로, 이런 모습은 [Laintime-B]에서부터 잠깐씩 등장하긴 했는데, 양손무기를 든 상태로는 도저히 도적의 콤보를 버텨낼 수 없는 상황까지 오자 아예 이 방식을 고착화시킨다.

 당시 많은 전사들이 예전 스타일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양손을 고집하며 도적전에 한방만을 기대하던 것에 반해, [Laintime]은 다소 공격력을 포기하더라도 안정적인 운영을 통한 전투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각종 회복아이템과 다양한 장신구를 활용해 생존력을 끌어올리고, 기민하게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Laintime]은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형태로 전투를 끌고 갔다.

 특히 이감기가 걸린 상태에서도 노련하게 상대의 뒤를 잡아내는 [Laintime]의 무빙 실력은 도적전에서 특히 돋보였다.

 물론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Laintime-D]의 도적전은 [Laintime]의 체력이 아슬아슬한 상태로 간신히 이긴 전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워낙에 도적들이 강세를 보이던 시기였기에, 상대를 빨리 쓰러뜨린다기보다 자신이 늦게 쓰러진다는 개념의 이런 vs도적전의 대응방식은 많은 전사들에게 공감을 얻어 이후 꽤 오랫 동안 도적전의 파해법으로 애용되었다.


▲ 고정데미지를 주기 위해 한손무기에 [불타는 무기] 마부를 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그리고 이 당시 전사의 vs도적전이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라면 바로 [봉쇄 버그] 때문이었다.

 오리지널 전사 유저라면 치를 떨고도 남을 만큼 악명 높은 봉쇄 버그는, 전사가 이속감소에 걸려있는 상태에서 돌진이나 봉쇄를 사용할 경우, 타겟이 아닌 완전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나가게 되는 버그였다.

 (돌진도 이와 같은 버그가 있는데 통틀어 그냥 봉쇄 버그라고 불렀다.)

 무엇보다 끔찍한건 이 버그가 랜덤으로 발생하는게 아니라 상대 플레이어가 버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방법도 너무나 간단해서, 그냥 전사에게 이속감소 디버프를 하나 걸어두고 봉쇄 거리 안에서 좌우로 왔다갔다 하기만 하면 됐다.

 게다가 이 당시 돌진이나 봉쇄는 이속감소가 걸린 상태에서 사용하면 이속이 감소된 만큼 느리게 움직였는데, 스턴 디버프 자체는 보통 상황과 동일하게 적용되서, 상대에게 도달 하기도 전에 스턴 시간이 먼저 끝나버리는 황당한 상황도 자주 연출됐다.

 상대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유일한 스킬이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버리는걸 보면 전사들은 전투의 의욕마저 상실할 정도였다.

 (게다가 블리자드는 불타는 성전이 나올때까지 이 버그를 수정하지 않았다.)

 봉쇄를 너무나 쉽게 무력화 시키는 이런 버그를 다른 클래스 유저들은 노골적으로 사용했다.

 그 대표적인 유저가 [Laintime]과 같은 켈타스 서버 출신의 나이트엘프 도적 [모노]라는 유저인데, 영상도 두 편을 내놓은 경력이 있는 유저로 그는 "봉쇄 버그가 있는 한 도적이 전사에게 절대 질수 없다"라고 자신하던 유저였다.

 실제로 [모노]는 자신의 2편 영상에서 방어구를 다 벗은채 무기만 들고 무수히 많은 전사들을 때려잡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봉쇄 버그를 이용한 재은신 플레이를 정말 잘 활용했다.



 

▲ 모노 2편의 봉쇄버그를 활용한 vs전사전


 [Laintime-D]에는 이 [모노]와의 대결도 등장하는데, 나름 네임드라는 걸 의식했는지 [Laintime]은 [모노]와의 전투를 아예 한 파트 통째로 구성한다.

 결과는 [Laintime]의 3:0 완승. 

 (영상에 다 나오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더 많이 이겼다고 한다.)

 모노는 역시 봉쇄 버그를 활용했고, [Laintime]은 역시 봉쇄 버그를 당했지만, 도적전에 대한 [Laintime]의 대응력이나 반응속도는 [모노]가 그전까지 상대해본 전사들과 차원이 달랐다.

 [모노]의 전략은 봉쇄 버그로 거리를 벌린 뒤 재은신을 통해 무한콤보를 가하는 형태인데, [Laintime]은 수류탄과 장신구, 외침을 활용해 [모노]의 재은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으며, [모노]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생존력을 보여주며 [모노]의 페이스를 꼬이게 만들었다.

 특히 [Laintime]은 봉쇄 버그나 예측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응한 반면, [모노]는 자신의 전략과 택틱이 빗나가는 순간부터 컨트롤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침착함과 노련미라는 점에서 [Laintime]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비록 [모노]가 실수한 부분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봉쇄 버그의 불리함조차 씹어버리는 [Laintime]의 이런 PvP능력은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으며, 수많은 전투경험으로 다져진 대장군 전사가 어떤 존재인지, 최정상급 네임드로서 클래스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참고로 [Laintime-D]가 인벤에 공개되자 [모노]는 리플로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며 [Laintime]을 최고의 네임드라고 공언했고, 같은 진영의 모 담배법사와는 달리 뒤끝 없는 깔끔함을 보여줌으로써 개념 유저라는 이미를 심어주었다.


▲ 나름 네임드조차 질려버리게 만드는 Laintime의 포스


 도적전 외에 [Laintime-D]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전투씬은 바로 vs성기사전이다.

 올드 유저라면 다 알다시피 오리지널 성기사는 법사 다음으로 전사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클래스였다.

 뭐, 깊게 파고들 것도 없이 판금힐러라고 불리는 성기사와 체력회복 스킬이 아무것도 없던 전사, 어느쪽이 유리한지 대충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동급템일 경우 성기사는 전사로서 넘기 힘든 큰 벽이었다.

 그나마 성기사의 뎀딜 능력이 떨어졌던 와우 초창기에는 잡을수는 없을망정 잡히지도 않았지만 (물론 필드전 이야기다. 깃발전은 백전백패 하던 시절), 성기사의 특성이 리뉴얼 되고 최상위 아이템으로 무장한 성기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젠 힐에 말려 죽는게 아니라 딜에 밀려 죽는 상황이 발생한다.

 보호기사의 징벌폭탄, 징벌기사의 지휘크리, 심지어 신성기사조차 심판과 신충으로 전사를 때려잡았다.

 무엇보다 오리지널은 지금처럼 특성이 전문적으로 한 분야에만 특화되는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각 특성끼리의 능력편차가 크지 않아 성기사는 어떤 트리를 타더라도 PvP에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예를 들어 징벌기사가 신성기사만큼의 힐량을 낼 수 있고, 신성기사가 징벌기사만큼의 심판데미지를 주는게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자생 기능을 가진 성기사가 딜링 능력까지 갖추게 되자, 가뜩이나 힘들었던 성기사전에 전사들의 불리함은 두배가 된다.

 [Laintime]이 오리지널 때 크게 명성을 떨쳤던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난적이라고 할 수 있는 vs성기사전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 아쉬칸디 징벌기사와 대결


 이전 시리즈까지는 역시 장비의 우위를 바탕으로 성기사의 힐량을 능가하는 딜을 쏟아부어 데미지로 눌러버리는 성향이 강했지만, 성기사의 딜링 능력이 무시못할 정도로 상향된 [Laintime-D]에 와서는 기존의 공격력+끈질긴 생존력까지 더해 성기사를 상대한다.

 [Laintime-D]에 등장하는 성기사들은 대부분이 신성기사들인데, 레이드에 최척화된 힐러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시나브로 딜링을 하던 예전과 달리 상위 레이드템을 갖춘 이 당시 신성기사들의 딜링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Laintime]과 성기사들이 펼치는 양측의 공방을 살펴보면 겉보기에는 [Laintime]이 압도적인 공세를 펼치며 전투를 주도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 성기사들의 신성데미지에 의해 [Laintime]의 체력이 엄청나게 깍여나가는 걸 볼 수 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한 성기사의 경우 단 10초만에 [Laintime]의 체력 2/3를 날려버리는 엄청난 딜링을 보여주기도 한다.

 얼마전 와우인벤에 [쇼크딘] 성기사에 대한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는데, 쇼크딘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공격형 신성기사는 이렇듯 오리지널 시절부터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 오리지널 쇼크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신성기사 Dernos


 강력한 힐링능력에 만만치 않은 딜링능력까지 보유한 이런 신성기사와의 전투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회복스킬이 전무한 전사에게 당연히 불리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다고 무적, 보축, 심지어 신축까지 활용하는 성기사와의 전투는 정말 운좋게 로또 크리가 터져 끔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단기전으로 끝낼 수가 없었다.

 [Laintime-D]의 성기사전 역시 모두가 장기전뿐인데, 그러나 [Laintime]은 언데드라는 종족의 이미지(?)에 걸맞는, 좀비 수준의 엄청난 생존력을 보여주며 성기사와의 전투를 모두 승리로 가져간다.

 물약과 무메론 등의 회복아이템은 물론이고 [최고검투사의 징표]-(보호막 생성)과 [생명의 보석]-(피뻥 장신구) 같은 고급 장신구의 활용, 거기에 언데드 종특 [시체먹기]를 포함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으며, 약간이라도 틈이 생기면 즉각 거리를 벌려 붕대와 음식으로 피를 채우는 등 무엇보다 체력회복에 중점을 두며 전투에 임했다.

 거기에 넓은 평지라는 지형적 이점과 이속감소 스킬이 없다는 성기사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 자신의 장기인 히트&런 컨트롤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주도권을 완전히 손에 쥔 채 전투를 리드했다.

 또 [Laintime]이 다른 전사들과 달리 vs성기사전에 유독 뛰어났던 것은, 도저히 전사 클래스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엄청난 캐스팅 차단 능력 때문이었다.

 오리지널 당시의 전사는 전투 상황에서 쓸만한 유틸기라는게 전무한데다, 차단 스킬 또한 [자루치기]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성기사가 대놓고 하는 힐조차 모두 막아 낸다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Laintime]의 vs성기사전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오리지널 시절을 다 겪어 본 필자조차 그게 과연 맞는 소리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Laintime-D]의 여덟번째 전투파트에 나오는 성기사전은 절정에 달한 [Laintime]의 차단 컨트롤이 등장하는 전투씬으로,

 자루치기 -> 분노 세이브 -> 위협의 외침 -> 자루치기 쿨타임을 기다렸다 공격 -> 자루치기 -> 해일의 부적으로 스턴 -> 자루치기 -> 수류탄 -> 봉쇄로 이어지는 경이적인 차단 컨트롤의 극치를 보여준다.

 게다가 단순히 힐 차단에만 신경 쓴게 아니라 중간중간 죽격을 적절히 집어넣으며 딜링에도 소흘히 않는, 정말 전사의 신이라고 불릴 만한 완벽한 분노 관리와 스킬 연계, 쿨타임 계산이 돋보이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 할말을 잃게 만드는 [Laintime]의 캐스팅 차단 플레이


 이런 전투들 외에도 [Laintime-D]에는 [Laintime]의 감각적인 전투센스와 노련미가 드러나는 멋진 장면이 여럿 있다.


▲ 사냥꾼에게 드리블 당하는 와중에도 사냥꾼의 백샷 컨트롤을 활용해

등 뒤에 달라붙은 펫에게 평타를 넣어 분노를 축적하는 플레이



▲ 전사와의 교전 중 [날카로운 고함] 디버프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상대를 수류탄으로 메즈하고 거리를 벌려 봉쇄 사용



마법데미지를 최소화 하기위해 양변 당하기 전 방태로 전환하는 센스도 돋보인다.



 특히, 필자는 다른 건 몰라도 [Laintime]의 전투 센스 하나만큼은 지금까지 등장한 역대 네임드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할 만큼 타고났다는 생각을 한다.

 오리지널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런 생각에 확신이 든 건 [Laintime]이 3년만에 복귀하여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와우인벤 2차 네임드 대회에서였다.

 주술사 [귤껍질]과의 경기 도중, 자루치기는 쿨이고 냉기충격을 맞아 이속까지 감소된 상황에서 [귤껍질]이 하급 치유를 시전하자, 캐스팅 시간 내에 봉쇄 거리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Laintime]은 니트로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거리를 벌린 뒤 봉쇄를 사용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도망가거나 쫓아가는 용도로만 쓰는 줄 알았던 니트로를 그 찰나의 타이밍에 그런식으로 응용하다니.

 정말 명불허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명장면이었다.


▲ 대포동 니트로 만큼이나(?) 멋졌던 니트로-봉쇄

  

- 다양한 아이템의 활용 -

 [Laintime]이 전투에 활용한 아이템은 정말 많다.

 시리즈를 통틀어 [Laintime]이 사용한 아이템의 종류는 아이템 활용의 대가로 유명한 [Vurtne]보다도 많은 수준인데, [Laintime-C]까지만 해도 별다른 아이템 활용이 없던 그는 전문기술을 연금술에서 기계공학으로 전환한 [Laintime-D]로 넘어오면서 기계공학 물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템을 전투에 활용했다.

 고급 장신구부터 1회용 아이템까지 [Laintime]은 PvP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면 가리지 않고 사용했으며, 이와 함께 [Trinket Menu] 애드온을 활용해 전투 도중에도 틈을 노려 여러가지 장신구를 스왑하며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Laintime]이 사용한 아이템 중에는 당시로선 구하기 꽤 어려운 아이템들도 상당했는데, 검은날개둥지 용기대장 드랍 [생명의 보석], 오리지널 노가다의 결정판인 나무구렁일족 평판 확고템 [나무구렁일족의 수호자], 드랍몹의 리젠시간이 3박4일 걸린다는 [해일의 부적],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제작비용이 들어가는 [3종 반사기]시리즈 등등

 구하기는 힘들어도 PvP 유저들이라면 군침을 흘린만한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이외에도 [바로브의 종], [노움 박치기 모자], [최고검투사의 징표], [노움 은폐장치]를 비롯해 여명의 설원 수집퀘로 얻을 수 있는 [회피의 부적]까지, 많은 아이템을 실제 전투에 적절히 활용했으며 그에 더해 물약과 무메론은 거의 중독자 수준으로 도핑했다.

 전사의 약점과 부족한 생존력을 보완하기 위한 당연한 플레이였지만, [Laintime]의 이런 광범위한 아이템 사용은 몇몇 유저들에게 좋은 까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월드클래스급 네임드로 유명한 모 나엘도적조차 [Laintime]의 이런 플레이를 비판했다.)  

 하지만 와우의 필드전에 무슨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유저가 능력치를 동일하게 맞추고 싸우는 것도 아니건만,

 자신의 불리함을 어떻게든 매꾸기 위해 노력하는 플레이가 왜 평가절하 되고 심지어 비겁하다는 말까지 들어야 하는지 필자는 도통 이해 할 수가 없다. 


▲ 재봉의 [거미줄 허리띠]를 활용하는 [Laintime-F]의 냉법전



- 무한전투본능, 포기를 모르는 전사 -

 영상에서 펼쳐지는 유저의 플레이에 투지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꽤 많은 유저들의 PvP영상을 보아왔고, 또 수집해 왔다고 자부하는 필자가 여지껏 그런 느낌을 받아 본 유저는 유일하게 한 명, 바로 [Laintime] 뿐이었다.

 동급으로 취급받는 다른 네임드들의 어느 영상에서도 [Laintime]만큼의 투지, 전투에 대한 집념을 보여준 이는 없었다.

 상대가 많건 적건, 자신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일단 적이 보이면 무조건 돌진하고 보는 그의 전투지향적인 성격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대를 쓰러뜨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묻어 나는 [Laintime]의 플레이는, 전문 PvP유저가 아닌 이들조차 흥분시키며 전투에 몰입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힘이 있다.
  
 누가봐도 죽을게 뻔한 상황에서 단 1%의 가능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대충 싸워도 이길것 같은 전투조차 99%의 승기를 100%로 만들기 위해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Laintime]의 프로적인 PvP 마인드는, 단순한 게임 캐릭터끼리의 전투라는 개념을 넘어 플레이어의 투지가 화면 밖에 그대로 전달된다.

 수많은 전사유저들이 [Laintime]을 우러르며 그를 닮고 싶어 했던 것도 전사다운 기백이 느껴지는 그의 이런 플레이와, 홀로 고독하게 사투를 벌이는 언데드 전사의 다크한 느낌이 어우러져 느와르 영화에나 나올 법한 간지 포스를 내보인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또 위에서 누차 언급한 [Laintime]의 끈질긴 생존력과 수많은 명장면들 역시 포기를 모르는 그의 이런 성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하겠다.

 요즘 유저들의 PvP를 보면서 한가지 아쉬운 것이 PvP의 개념이나 컨트롤 능력은 월등히 발전한 반면, 투지와 근성은 오히려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PvP가 너무나 전문적인 컨텐츠가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이라도 상성이 불리하다 싶으면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전투에 임하는 유저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뭐, 와우가 열혈과 근성만으로 파워업 할 수 있는 소년만화도 아니고, 오리지널 시절에도 극복하기 어려웠던 상성을 요즘처럼 고수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넘어선다는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짐작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그래도 먼저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유저보다, 끝까지 투지를 불태우며 마우스를 붙들고 있는 유저에게 조금이라도 더 일발역전의 빛이 보이는게 아닐까?
 

▲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 마치며 -
 
 리치왕 시절 [Laintime]이 복귀하고 그의 새로운 영상이 다시 공개된 뒤, 한 유저가 말했다.

 "그냥 전설로 남았어야 했다." 라고.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Laintime]은 더 이상 독보적인 컨트롤러가 아니었고, 예전만큼 압도적인 포스를 내뿜지도 않았다.

 여전히 정상급의 플레이와 노련미를 보여주긴 했지만, 누구와도 비교를 불허하던 오리지널 시절의 [Laintime]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오리지널 그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필자 역시 안타까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시대의 문제를 굳이 [Laintime] 본인에게 책임 지울 필요는 없을것 같다.

 설령 [Vurtne]나 [영구와레오형]이 다시 복귀하여 지금의 유저들과 겨룬다고 한들, 예전만큼 독보적인 네임드가 되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게다가 [Laintime]은 매번 PvP의 약체로 분류되어 왔던, 듀로타의 멧돼지에서 이제 거름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전사 클래스가 아닌가.

 클래스의 한계와 긴 공백의 시간은 [Laintime]조차도 어쩔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래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Laintime] 역시 [Drakedog]처럼 투기장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상으로 돌아왔더라면 오리지널의 명성을 좀 더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과거는 미화된다.

 하지만 전사의 PvP가 그토록 암울했던 시절에 등장하여

 과연 그만큼의 포스를 내뿜으며 한 시대를 휘어잡은 전사가 있었는가?

 한국, 북미, 유럽, 중국을 포함한 와우가 서비스 되는 모든 지역의 유저들이 이구동성으로 최고라 인정했던 전사가 또 있었는가?

 모든 전사 유저들의 이정표가 되고, 그 앞에 전설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Laintime]의 위명은, 분명 역대 최고의 전사 네임드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더 뛰어난 전사, 더 대단한 실력을 자랑하는 전사들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수많은 올드 유저들의 기억에 자리잡은 첫번째 전사,

 왕좌에 앉아 있는 전사의 신은

 역시 그가 아닐까.


▲ 결코 잊혀지지 않을 그 이름

 전사 Lain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