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사다함은 날이 저문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난 후 어둑한 하늘에 별빛들이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회상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그는 프리드의 말에 의구심을 가졌다.

"확실해, 곧 있으면 몬스터들이 마을로 쳐들어올꺼야. 그것도 대규모로 말이야."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거지?"

그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느끼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엄청난 어둠이 닥쳐오리라는 것을...

"요즘따라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이상하진 않았어?"

그의 말이 맞았다. 최근따라 요물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 이상한 건 그들에게서 저번에는 못느꼈던 어두운 기운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곧 큰 사단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는 네가 그 몬스터들을 막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 너 혼자서 막기는 버거울 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모르는 게 이상하지. 숲 주변에 온통 널 욕하는 흔적이 남아있던데. 안 그래 사.다.함?"

실수다. 자신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란 걸 미처 생각치 못했다.

"뭐,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얼른 마을 사람들을 피신시켜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이상하군... 대체 나한테 왜 이 이야기를 해주는 거지?"

프리드는 그 말을 듣고 숨을 한 번 내쉬더니 그에게 걸어와 그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너한텐 이 마을을 수호할 임무가 있잖아. 그리고..."

"그리고...?"

"너한테 개인적으로 부탁할 게 있거든. 그러니 그 전에 미리 점수좀 따놔야지."

"부탁이라니?"

"그건 비밀이야. 나중에 이 일이 끝나고 나면 알려줄게."

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곧장 마을 쪽으로 앞질러 갔다.

"뭐해? 나 연행한다며? 빨리 안 와?"

'희한한 녀석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다시 현재

군사들은 숲으로 가는 길목에 배치되어있었다. 그들은 갑작스런 소집 명령에 당황한 듯 보였다.

"아니 오밤중에 이게 왠 날벼락이야?"

"갑자기 왠 소집이여?"

그들이 웅성대는 사이 사다함은 구군복을 갖춘 채 군사들 앞으로 걸어갔다.

"자, 주목하라!"

옆에 종사관이 군사들에게 외쳤다. 그들의 시선은 곧바로 사다함에게 옮겨졌다.

"지금부터 수령님께서 너희들에게 해야할 일을 알려주실 거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사다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사다함은 곧바로 군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지금부터 잘 들어라. 곧 있으면 이쪽으로 요물들이 떼로 몰려올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군사들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주목!"

그는 다시 한번 군사들에게 외쳤다.

"다른 길목에도 군사들을 배치하였다. 그 쪽 군사들도 내 명령을 들었을 것이다."

잠시동안 침묵이 쭉 이어졌다. 사다함은 말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말했다.

"마을사람들은 전부 옆마을로 피신시켰다. 이제 이 마을에 남은 건 너희들 밖에 없다."

군사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의 명에 따라 굳게 서있었다.

"이건 훈련이 아니다. 실제상황이다. 이제 너희들이 이 마을을 지켜야 할 것이다. 너희들의 가족, 집, 고향을 너희의 힘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네!!"

그들은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사다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이제부터 이 길목을 사수해야 한다. 모두 전투 태세를 갖춰라!"

그들은 곧바로 숲쪽으로 진열을 돌려 숲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전투 준비를 갖추었다.

한편 감옥에선...

"이보게 이제 여기서 나가야... 잉, 어디갔어?"

감옥에는 아무도 없었다. 프리드는 이미 탈출한 것이었다.

"아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이 자가 하늘로 사라졌나 땅으로 꺼졌나?"

종사관은 사라진 프리드가 내내 앉아있던 자리에 무언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쪽지였다.

"아니 이게 대체 뭐여?"

그는 쪽지를 펼쳐 읽어보기 시작했다.

아까 내가 왜 여기에 왔냐고 물었죠?
두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는 글을 계속 쭉 읽었다.

첫번째 이유는 이 마을이 곧 위험해질거 같아서 경고하러 온 거에요.
일부러 감옥에 갇힌 이유는 이런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과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 였어요.
만약에 내가 그냥 평범하게 마을로 왔다면 내가 이 마을이 위험하다고 해도 그냥 흘려들을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일부로 요란하게 들어와 주목을 이끌려고 감옥에 들어가길 청한거에요.

그리고 두번째는...

그는 두번째 이유를 보고 놀랐다. 서둘러 수령님께 가야만 했다. 이 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에게 알려야만 했다.

-5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