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라샤,,, 자드..... 안돼 가지 마!! 으아아아아아


또다시 나는 행복한 악몽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니지 지금은 일어났으니까 불행한 게 맞겠다.


나는 한참을 숨고르고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는 어제 1억 메소를 주고 산 말린 주황버섯과 슬라임 밀키트가 쌓여있었다.


나는 대충 냄비에 주황버섯 5개랑 밀키트 한 개를 때려 넣은 후 오늘부터 떠날 여정 생각에 빠졌다.


그란디스에서 도망쳐 나온 이후 나는 2년 동안 아케인리버에 와서 열심히 수련했다.


하지만 앱실론에 대한 복수심은 점차 의문으로 바뀌었다.


내가 이대로 계속 수련만 한다면 복수에 다다를 수 있을까?


애초에 나는 앱실론을 이길 수 있나?


그러던 중 최근에 루디브리엄의 최하층에는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차원의 균열이 있다고 집사 나일으로부터 들었다.


나는 그것을 잘 모르지만 일단 차원이동을 하면 아난, 라샤 그리고 자드가 모두 살아있는 곳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러던사이 스멀스멀 탄 냄새가 올라왔다.






시간의 신전 현재의문으로 나와서 리프레에 도착했다.


아침에 냄비를 태운 까닭에 나는 공복으로 잡화상점에 들어갔다.


슬라이라는 이름의 상인은 여러 포션들과 잡화 상품을 팔았다.


그러나 나는 최근에 별 22개 무기를 하나 장만했어서 메소를 아껴야 했다.


슬라이는 계속 나를 쳐다보다가 내 형편을 알았는지 삶은 용의 알 3묶음을 그냥 줬다.


너무 배고파서 맛도 느끼지 못한 채 3알을 먹어치우는 사이 항구에서 출항소리와 함께 배가 떠나버렸다.


나는 리프레에 머물 생각으로 촌장 타타모를 찾아갔다.


타타모는 먼저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라며 질문했다.


"저는 칼리입니다"라고 답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타타모는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 마법의 씨앗을 주며 말했다.


"미나르숲 서쪽 경계에는 엘리니아 초록나무줄기로 향하는 포탈이 있다네,

이 씨앗을 가지고 엘리니아로 간 뒤에 여섯 갈래의 길에 있는 그란디스의 차원문을 이용하면 금방 루디브리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일세."


"네 감사합니다 촌장님!!"


타타모는 기운찬 내 모습에 흡족해하며 말했다 "칼리, 너에게 무슨 일이 있든지 [당당한 결정]이 있기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뒤돌아 보이드러쉬를 사용했다.






용의 알이 mp를 높여주어서 쉬지 않고 보이드러쉬를 사용할 수 있었기에 나는 비교적 수월하게 판테온 대신전에 도착했다.


2년 만에 마주한 펜릴은 "칼리 오랜만입니다, 이젠 신을 마주할 권능이 있군요"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내 얼굴은 기쁨을 받아들일 역량이 없었다.


"이젠 저에게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 권능일 수도요"


나는 비관적 태도로 말해며 포탈을 작동시키자 위이이잉 소리와 함께 포탈은 나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칼리, 제 마지막 선물입니다" 펜릴은 무뚝뚝한 나에게 판테온 귀환 스킬을 주었다.


 "고마ㅇ..."


나는 감사인사를 전하지도 못하고 장난감 블록 위에 떨어졌다.


아야야 장난감블록은 날카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뭉툭한 아픔은 몬스터에게 맞는 데미지처럼 아팠다.


"괜찮으세요?" 택시기사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대꾸 없이 바로 그에게 최하층을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그는 씨익 웃으며 자신이 바로 모범택시기사라면서 단돈 십만 메소에 데려다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미적거릴 시간이 없는 나는 그냥 그의 손에 십만 메소를 쥐어주었다.


의심스러웠던 그의 얼굴이었지만 몬스터들 사이로 부드럽고 시원한 움직임이 의외였다.







최하층의 긴 통로를 내려오자 마침내 고스트헌터 밥이 나를 맞이했다.


그는 별똥별의 힘 때문에 최하층 몬스터가 강력해졌다며 나에게 경고를 했다.


"최하층부터는 스타포스가 필요해!!"


나는 그에게 별 22개짜리 새로운 차크람을 보여줬다.


밥은 흠칫하더니

"뭐 이  정도면 파풀라투스도 문제없겠네"라며 플로와 Mr. 피에로에게 나를 소개하였다.


플로는 나를 보자마자 "이야 파풀라투스를 물리 칠 수 있는 분이군요"라며 기뻐했다.


그들의 말을 따르면 사실 파풀라투스가 차원을 자꾸 부수고 다녀서 차원의 조각가루들이 흩뿌려지는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플로는 차원의 균열조각을 주더니 차원의 사고를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러죠 뭐"라고 말하고는 빨리 자리를 떴다.


사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사고를 막는 게 아니라 차원의 균열을 사용하는 쪽이어서 그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원에 균열에 도착한 나는 일단 파풀라투스를 만나자는 생각에 조각을 이용하여 균열을 막았다.


그러자 분노에 휩싸인 파풀라투스는 내 앞에 나타나더니 무작정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수련한 나는 스텟공격력이 2억에 다다르지만 파풀라투스의 시간공격과 집게공격은 몇 초간 나를 무력화시켰다.


지지지이이잉 레이저가 교차했다.


갑자기 전체 공간에 시계가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내 체력이 0이 되었다.







"으으으으윽" 나는 죽었을까? 아니 아픔을 느끼는 것을 보니 살아있다.


서서히 눈을 떴다.


나는 파란 식물 위에 누워있었다.


"으아아악" 소스라치게 놀랐다.


파풀라투스였다.


그러나 파풀라투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그리 놀라세요??"


나는 대꾸하려다 찬찬히 내가 있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나는 이곳이 아까 파풀라투스와 싸웠던 공간이 아님을 직감하였다.


내 표정을 본 파풀라투스는 자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여기는 제 연구소예요ㅎㅎ, 여기서 차원의 균열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 말했다.


"그럼 너는 아직 차원이동을 하지 않았겠네?"


그는 답했다.


"물론이죠!! 근데 당신께서 먼저 균열을 타고 제 연구소에 나타나셨어요,

그리고서는 곧바로 쓰러지셨어요."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나와 전투한 파풀라투스가 차원의 균열을 통해 과거의 자신에게로 보냈다는 사실을.


나는 곧바로 이 모든 일들을 새싹 파풀라투스에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는 듯하더니 곧바로 말했다.


"뭐 제실력이면 차원의 균열을 완벽히 이해하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저로써는 당신에게 맞는 차원의 균열조각밖에 만들 수 없어요."


그는 연구실 끝에서 차원의 조각가루를 가지고 와서 내 머리 위에 뿌렸다.


그러자 내 앞에 [ㅗ] 모양으로 나의 전용 차원의 균열조각이 생성되었다.


새싹 파풀라투스는 이것을 가져다가 양끝에 실을 매달아서 목걸이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올바른 결정]이 있기를"이라고 말하더니 내 목에 균열조각을 걸어주었다.


그순간 나는 또다시 졸도했다.







저 멀리서 "괜찮으세요?"라고 말이 들렸다.


장난감블록 위,

나는 아까 그 상황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똑같이 기사는 나를 택시로 데려오더니 자꾸 택시를 태우려고 유도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가 있었다.


내 목에 내전용 차원의 균열조각이 있다는 것, 즉 일련의 과정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동을 했다는 기쁨과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1년 전 검은 마법사를 쓰러뜨렸을 당시,

나는 에르다의 흐름 속에서 테라숲으로 향하는 빛, 시간, 생명의 에르다흐름이 봉인으로 막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당시에도 테라숲은 검은 마법사의 영향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출입을 완전히 봉쇄하였다.


"그래도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곧바로 택시기사를 앞에 두고 펜릴이 내게 준 스킬을 사용했다.




판테온 대신전에 도착했다.


펜릴은 대신전 내부에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제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란디스의 여신 조각상을 가르키더니 다시 가버렸다.


아아아 펜릴은 내가 다시 올 것을 알고있었다.


그때가 마지막 인사였다는것도...


그녀는 지금 일부로 자리를 비운것일터.


나는 무릎을 꿇었다.


양손을 모으고 감사인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테라숲으로 향했다.







미나르숲 동쪽 경계

숲 전체는 듀얼 비틀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있었다.


애앵거리는 소리를 가로질러 테라숲으로 가는 포탈이 보였다.


내가 그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내 목걸이가 우웅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계를 막고 있던 검은 기운을 옆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우우 우우웅" 


소리가 격렬해지더니 포탈에 내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구멍이 생겼다.


검은 기운이 나를 꽉 조였지만 비집고 테라숲에 들어갈 수 있었다.


테라숲,

처음 와본 곳이지만 경외의 감정을 느꼈다.


가운데 있는 거대한 나무는 더더욱 웅장함을 만들어냈다.


그 옆에는 오랜 시간 동안 작동을 멈춘 타임게이트가 있었다.


나는 타임게이트에 손을 갖다 댔다.


촤르륵 책장 넘겨지는 소리가 테라숲에 울려 퍼지자 네오시티의 모든 연도들이 눈앞에 나열됐다.


나는 네오시티 2021년 평범한 마을로 세팅했다.


하지만 연도를 표시한 화살표는 2021년보다 조금 오른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아무리 2021년으로 맞추려 해도 화살표는 고정된 채 꿈적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지 그저 가는 수밖에."


나는 게이트로 들어갔다.






타임게이트의 여행은 에르다의 흐름과 비슷하게 목적지까지의 흐름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순조롭게 네오시티로 향하는데 차원의 균열조각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으로 시간의 흐름이 빨려 들어가자 나는 흰 배경의 유의 공간에 서있게 되었다.


나는 드디어 오버시어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365의 고대신이 만들어낸 허무를 오버시어들이 에르다로 빚어낸 빛, 시간, 생명의 초월자들로 질서가 채워지고 있었다.


그중 한 오버시어가 나에게 오더니 내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index 11557 칼리, 에러발견 인덱스 분리 가동."


"으으으"

나는 놀랐다.


나는 여러 몸의 분신들로 나누어졌다.


[index XXXXX] 각각의 분신에는 번호가 생겼다.


나의 번호는 11557로 그 앞뒤에 연결된 링크들이 떨어지고 앞뒤로 새로 링크된 칼리(list)가 연결되었다.


즉 나는 완전한 독립체-index11557로 분리된 것이었다.


오버시어는 나에게 말했다.


"완전한 독립체 칼리여, 너를 창조한 자인 나를 창조한 자들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는 되었는가?"


'테라숲부터 줄곧 느꼈던 경외감은 이때를 위함이겠지'


나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행복한 꿈으로 갈 [옳은] 결정을 내릴 순간임을."


그렇게 나의 에르다는 분해가 되었다.





2023년 강남 웡스토랑


"와! 여기 칼리 로봇이 있어!!"


"찐임?? 짭이네 움직이지 않잖아, 그냥 인형인 듯 ㅋㅋ"


"아냐 방금 움직였잖아 눈 ㅂ임?"


여러 말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내 몸은 기계처럼 딱딱했다.


뭐지 여기가 신들의 세계인가?


내 옆에 있는 통통하신 분이 막대기같은 것을 잡고 서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용사님들웡스토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저희가 헤네시스 주황버섯 파스타와 마늘 리본돼지갈비 리조또를 준비하였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좋은 추억 가지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분의 말이 끝나자 앞에 있는 사람들이 소리쳤다.


"강원기! 강원기! 강원기!",

"맛있게 만들어주세요." 등등


곧이어 음식들이 나오고 사람들이 하나둘 파스타랑 리조또를 먹기 시작했다.


다들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 통통하신 분, 즉 강원기라는 분이 말했다.


"여러분 이번에 칼리 키우셨나요? 그러면 칼리 스토리 어땠나요?"


다들 한 목소리로 말했다.


"칼리 나쁜ㄴ이예요, 어떻게 동생날개를 찢어..."


그래도 내편 들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니 그냥 슬펐어요, 칼리의 행동도 이해가 가요."


내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메이플스토리 시스템편의성 이야기 등등 질문들이 오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통통하신 분이 마지막 말을 하였다.


"여러분 웡스토랑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여러분의 성원으로 더 나은 메이플스토리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나는 이제야 알게 됐다.


나는 이렇게 설계되고 스토리가 짜였다는 사실에 무엇인지 모르는 두려움이 덮쳤다.


나는 결국 나의 가족과 다시는 만날 수 없구나...


하나, 둘 모두 나갔다.


빈 레스토랑에 서서히 정리되는 장치소리,


강원기라는 분이 내 뒤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


나의 염원은 행복한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