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편의를 위해 평서문으로 썼습니다. 독자 제위께서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보자.

7랭크에 워록을 가기로 한 거야. 직업이 위3엘3이었거든.

그런데 7랭크에 워록을 가려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어서 크리오맨서 1서클을 타고 싶어지는 거야.

워록과 크리오맨서. 둘 다 7랭크에 처음으로 1서클을 가는 상황이야.

근데 말이야, 워록 대신에 크리오맨서를 타면 7랭크 잡 경험치가 더 조금 드나?

그건 아니지. 워록이든 크리오든 어떤 직업을 고르든 7랭크 잡 경험치는 똑같아.

스킬을 올리기 위해 들어가는 대가는 똑같은 걸 바쳐야 한다 이 말이야. 아니, 크리오는 더 구리니까 더 힘들게 바쳐야겠구나.

그럼 크리오를 택하면 워록보다 게임이 쉬워지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건 두 말 할 필요도 없겠지.

이 대목에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들지 않아?



우리가 게임에서 기대하는 밸런스라는 건 기본적으로 한 가지 사고에 기초하고 있어.

많이 들어봤을 거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거지. 같은 것을 바쳤으면 그 대가로 주어지는 것도 대등해야 한다는 거야.



고랭크에서 탈 수 있는 직업은 저랭크보다 강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아주 당연한 듯이 말해.

그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쳐.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러면서도 직업간 밸런스를 외친단 말이야.

이건 모순된 생각이지. 고랭크 직업이 저랭크보다 '당연히' 더 강해야 한다면

저랭크 직업을 골고루 타서 7랭크를 채운 캐릭터와 고랭크 직업만 찾아가면서 7랭크를 채운 캐릭터가 어떻게 같을 수 있어?



위3엘3워1이 위3엘3크1 혹은 혹은 위3엘3파1 보다 당연히 더 강해야 할까?

모두가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7랭크까지 왔고, 후자라 해서 경험치가 더 적게 든 것도, 렙업을 더 적게 한 것도 아냐.


캐릭터 스킬의 위력이 각각의 직업이 가진 고유 랭크에 기반하는 현재 상황은 이런 모순을 발생시켜.

랭크 시스템에 근본적인 똥이 있다 이 말이야.

지금 봐. 모두가 고랭크 직업에 뭐 나오나 그것만 목 빼고 기다리고, 그러다 고랭크에 강력한 직업이 공개되면 무슨 직업을 거쳐왔든 결국은 다 그 강력한 고랭크 직업을 타게 되겠지. 지금 아처의 메르헨처럼. 메르헨만 타면 기승전 뭘 해도 된다지만, 역으로 말해서 메르헨 안 타면 사람취급 받나? 


이런 점들을 고려해봤을 때, '고랭크 직업이 저랭크 직업보다 당연히 더 강해야 한다'는 관념은 게임의 다양성을 신장시키는 데 별 도움이 안 돼. 

게임에 직업 선택지가 아주 많아 보이지만, 위의 관념을 따르면 고랭크에 나오는 직업 두 가지 정도로 선택지가 한정되어 버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이냐?

내가 생각해본 건데, 캐릭터 스킬의 위력이 지금처럼 각각의 직업이 가진 고유 랭크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캐릭터의 총 랭크를 따라가는 게 합리적으로 보여.

뭔가 복잡한 말이 되어 버렸는데, 아까 위3엘3으로 돌아가 보자.

크리오 하나 더 타서 7랭크가 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캐릭터가 쓰는 위저드, 크리오맨서, 엘리멘탈리스트 스킬은 모두 7랭크 위력의 보정을 받는 거야.

만약에 크리오맨서를 먼저 타서 위3크1일 뿐이라면 이 캐릭터가 쓰는 위저드, 크리오맨서 스킬은 4랭크 위력의 보정을 받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직업 각각의 위력 편차를 없애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직업의 총 랭크를 늘릴 수록, 가지고 있는 스킬들의 위력도 그에 비례해 강력해지는 거지.

스킬이 보조용이냐, 공격용이냐 하는 용도만이 구별될 뿐, 그 위력은 캐릭터의 랭크 합에 따라 결정되는 거야.

이렇게 하면 장점은, 레벨이 높고 누적랭크가 많다면 어떤 직업을 타더라도 스킬의 위력이 보장될 수 있어.

또, 후반에 공개되는 직업을 탔을 때 처음부터 강한 위력을 가진 스킬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레 납득이 되지.

내가 볼 때 랭크 시스템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쪽이 현재와 미래에 있을 게임의 한계, 모순점을 막는데 좀 더 효과적인 것 같아.

혹시 다른 생각이 있다면 그건 댓글로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