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거래] 실전근육팡선생: 학현중짱재민<<<<<쐐기 1도 모르면서 성격만 있는 넘 꼭 차단하세용;
 [2.거래] 래즐: 거래창 혼자쓰냐
 [2.거래] 클래식하다옴: 사사게에 올려주심 안댈까여 오늘말고 월욜에
 [2.거래] 심치먹어요: 힐러 첨해보셧구낭 ㅎ... 하다보면 다 익듁해짐...
 [2.거래] 실전근육팡선생: 학현중짱재민<<<<<겜도 못하고 나이도 어린데 성격만 있는 개잡눔시기에요 차단하세용;
 [2.거래] 뷰산우유: 닉넴 둘다 또이또인데
 [2.거래] 수지니힐행: 71 사제 딜힐 무작가요
 [2.거래] 끼룩끼룩꺄룩꺄룩: <얼 첩 처 단> 길드에서 어둠땅 같이 하실 복귀유저, 와린이 분 모십니다!
 [2.거래] 죽기보단살기: 야야 중딩이 와우한다는데 잘좀 해줘라 왜 싸우냐
 [2.거래] 멍미: 여러분 저 화장실 갔다가 귀신 봐써요..













복원삼디님,
저는 거기 못감니다

소설, 소진시 쫑















 사트 씨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어글 튀는 일이 많은 딜러였기에, 투명화는 언제나 누르기 쉬운 키에 뒀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살기에 바로 누른 습관성 투명화는 허수아비방에서 그의 자취를 숨겨주었다. 저편에서 나누는 대화가 들려온다.

 "안녕."
 "안녕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꽤나 오랜 고민 끝에 입 밖으로 꺼내놓은 인사는, 어떻게든 너의 와생을 망가뜨리겠다는 일념으로 일그러진 팡선생의 표정을 조금도 풀어주지 못했다. 틀어져버린 관계는 달라란에서의 추억으로도 메울 수 없는 듯 싶다. 팡선생은 쉴새없이 타자를 치며 거래창에 재민 군을 욕보이는 말들을 써댔다. 하지말라는 말도 없이, 재민 군은 팡선생이 하는 걸 그저 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고양이가 한 마디 조심스럽게 얹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래창에 그렇게 막-"
 "모르면 빠져요. 저놈은 당해 싸."
 "네."

 그런갑다, 고양이는 매서운 눈초리에 기가 확 죽어 재민 군의 뒤로 물러나 숨었다. 화창한 잔달라 햇볕은 입구로 쏟아져 역광으로 재민 군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지만, 소년의 표정을 모두 가리진 못했다. 서러울 것도 없이 만나서 그저 좋았다.

 "팡저씨, 내가 미안."

 파도는 예고라도 있지, 확 밀려든 사과말에 팡선생의 타자는 아주 잠깐 갈피를 못 잡았다. 하지만 이내 더욱 지핀 불꽃처럼 박차를 가해 음해하는 말들을 적어갔다. 학현중 일찐은 뭐하냐, 이런 찐따 하나 관리 제대로 못하냐.

 "잘못했어."
 "이제 와서? 왜, 매장당할까봐 무서워? 넌 끝났어. 너 이 새끼 내가 겜 못하게 할 거야. 너 와우가 얼마나 무서운 겜인지 모르지? 한 번 찍히면 너 암데도 못가. 공찾도 못 가게 만들어줄게."
 "내가 모지리라 그랬어."

 와 나, 어이가 없네, 팡선생은 타자도 때려치고 재민 군의 명치를 밀어붙였다. 묵직한 팬더주먹이 몇 번이나 꽂힌다. 수련장 이편에서부터 저편까지 재민 군의 몸둥이를 맥없이 밀려다니기만 했다. 큰 북에 등판이 붙은 다음부턴 둥, 둥 칠 때마다 소리가 났다.

 "니가 이렇게 사과를 하면 안 되지, 넌 임마. 양심이 있으면 이렇게 사과를 하면 안 되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하는질 모르겠어. 알려주면 그대로 할게."
 "어린 게 치트키야? 야, 나도 어려. 그래도 그따위로, 그따위로 행동하진 않아."

 둥, 둥.

 "사과를 박아버리네, 분풀이도 못하게, 너는, 진짜 나쁜 새끼다, 와."

 늑대정령은 때리다 말고 목에 뭐가 걸린 표정이 되더니 돌아서 그대로 떠나버렸다. 거래창엔 더 이상 팡선생의 말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잼민이가 대체 뭘 했는데, 물어보는 사람은 십수 명인데 대꾸는 없었다. 수련장에 남은 재민 군은 맞은 가슴팍을 두어 번 꾹꾹 눌렀다. 은신하고 숨어 있던 고양이가 나와서 앞발을 그의 허벅지에 올리며 위로했다.

 "많이 아프죠? 무리의 수호자라도 켜줄 걸."
 "아뇨, 아뇨."

 110레벨이 때린 거라 별로 안 아파요, 제법 헤헤 거린다. 다시 만나기만 하면, 어쩌면 예전처럼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역시 한 번 밉상은 천년을 가도 밉상이다. 속상해, 속상해, 그동안은 의미도 모르고 뱉었던 말의 의미가 확 와닿았다. 괜히 약속 시간 다 됐는데, 사트 씨는 왜 이렇게 오질 않는 거냐며 말을 돌린다.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배틀넷 귓속말이 날아왔다.

 [사트]의 귓속말: 제가 바쁜 일이 생겨서 쐐기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푸른 글자를 읽으면서 표정이 확 핀 재민 군은 얼른 일어났다.

 "약속을, 했으면 좀 지키지, 그죠?"
 "그죠. 근데 그게 쉽나. 오늘은 출장 갔다 왔으니까 두 시간만 하라는데, 그게 여편네 말처럼 되냐고."
 "그니까요, 그니까. 이번만 봐줄까요?"

 재민 군은 고양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쌩하니 수련장을 박차고 내달렸다. 이제 막 복귀했을테니 날탈이 있을리도 없다. 느조스 쭈꾸미를 불러내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쫓아가면, 쫓아가서- 

 "근데 할 말이 없네."

 걸음이 멈췄다. 둥둥 떠선 벙찐다. 미안하다 했는데, 싫대잖아. 무슨 말을 더해.

 "내가 이 분야 전문가라 아는데, 사과라는 게 결국 용서해달라는 종주먹 같은 거거든요."

 다가온 고양이가 무슨 고민인지 아는 듯 수염을 비비며 입을 열었다.

 "왜 있잖아, 사사게 보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 사과도 뭐도 아닌 거 딱 해명이랍시고 적어놓고, 야 임마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용서 안 할거야, 엄포 놓는 친구들. 막 도리어 화내잖아요, 댓글로 싸우고. 그게 다 사과하는 법을 몰라서 그래."
 "사과하는 법이요?"
 "그, 이런 분야는, 일종의 보스 택틱과도 같은 거거든요. 뎀감 99퍼라 특정 조건 무조건 맞춰줘야 딜 들어가는 그런 보스. 그냥 미안하고 자시고 그런 말 하지 마요, 되게 거슬려 그거, 미안한 건 다 알아. 뭐 지금 용서라도 하라는 거야 뭐야. 그런 거 하지 말고, 주변에서 알짱거려요. 이거 표정 따라해봐, 입에 콜라 머금은 것처럼 어눌하게 입꼬리 내리고 입술 주기적으로 움찔, 어, 눈 절대 상방 보지 말아요. 하방 15도, 가장 불쌍해보이는 각도. 눈썹에 힘 풀고. 나 잘못했다, 따라해요, 나 잘못했다."
 "나 잘못했다."
 "근데 여기서 포인트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잘못했다, 가 아니야. 그런 군인정신에 입각한 까라면 까를 아가씨들은 이해 못해.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육하원칙에 의거해 설명할 수 있으며 모든 요소요소에서 죄스러움을 느낀다, 내 잘못에 대한 투철한 확신이 있다, 이런 뉘앙스여야 해요. 뭔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미안해한다? 그거 제일 싫어하거든요, 자기만 나쁜 사람 만드는 거니까."
 "아,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요."
 "그리고 뭐라고 말 시켜도 대답하지 마요. 눈만 되게 초롱초롱하게 뜨고 부르면 일단 봐, 예쁜 눈 해요, 예쁜 눈. 거울보고 연습해요, 빨리. 그리고 암말도 하지 마요. 아련해야 돼. 지금 날 불러준고야, 나 쪼끔 놀란고가타, 약간 그런 스탠스. 가끔씩 노려볼 때 있어요, 그럼 살짝 웃어요, 활짝 말고 베시시. 베시시가 중요해, 살짝 수줍어야 돼. 그리고 꺼지라고 하면, 일단 꺼져요. 딱 마음 속으로 오백을 세. 이쯤이면 살짝 잊거든, 그때 멀찍이서 뭐 도와줄 거 없나 노리는 거야. 이걸 계속 반복하면-"
 "반복하면?"
 "웃어요. 어. 웃지. 그럼 끝난 거에요,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해처먹을 수 있어요, 한동안."

 재민 군은 고양이를 멀뚱히 바라봤다.

 "사실은, 애초부터 용서해줄 용의가 있는 사람한테나 통하는 거긴 해요. 우리 집사람처럼. 근데 뭐, 어린 친구들끼리 투닥이는 거야, 늘상 있는 일인데다가. 짱재민 님은 귀여우니까, 통할 거야."
 "아니면요."

 앞발이 닿지 않는 뒤통수가 가려운 건지 고양이는 자꾸 귀뒤를 쓸었다. 입맛을 몇 번 다시던 고양이가 답한다.

 "잘못한 사람이 그런 거까지 따지고 들면, 그게 사과인가요? 아쉬운 쪽이 맘고생해야지."




 











 하루.

 모래가 자박자박 밟히는 볼둔의 사막,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은 기껏해야 큰 말벌이나 흰 삼엽충 정도다. 그럼에도 곳곳에 배치된 세스락 병사들과 이따금씩 단체로 덤벼드는 크립들의 공격은 복술에겐 치명적일 수 있었다. 기껏해야 번화, 화충, 용폭이 딜스킬의 전부인데도 대지의 정령으로 몰이사냥까지 해가며 팡선생은 여전히 능숙하게 위험을 헤쳐나갔다.

 "무작 인던도는 게 더 빠른데."
 "꺼져."
 "응."

 쌀쌀맞다.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거리에서 뒤를 좇기로 한다. 한 시간 전엔 모래약병을 써서 용으로 변신해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대답도 안 하고 쌩하니 지나가버렸다. 모든 종족 중에서 가장 푸근한 매력이 있는 판다렌 여캐는, 그래서인지 경멸하는 눈빛을 보낼 때 더욱 무시무시한 거 같다고 재민 군은 생각했다. 땅 속에 숨어 사는 커다란 지네와, 머리 셋 달린 키메라까지 처리한 팡선생은 저만치에서 다소곳이 바라보고 있는 재민 군을 흘깃 노려만 봤을 뿐 이렇다할 말도 없이 접속을 끊었다.

 볼둔의 밤하늘은 꽤나 아득하다. 사막에 남겨져 잠시 하늘만 바라보던 재민 군은, 그가 살고 있는 동네의 하늘이 문득 궁금해졌다. 창문을 열고 허리만 내밀어 올려다본 하늘은 와우 속 세상보다 훨씬 더 아득하고 웅장했다. 한참 그렇게 폐 가득 찬 공기를 들이마시던 고등학생은 생각도 별에게 떠넘기고 잠에 들었다.

 이틀.

 어제 종료했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 그대로, 자리를 비웠다는 표시와 함께 앉아 있던 죽음의 기사가 팡선생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불페라 식물학자가 고치려던 분수의 막혔던 수도관도 열었으니, 미라의 마차를 타고 떠나기만 하면 됐다. 서브 퀘스트라인까지 다 마쳤는데도 죽음의 기사는 앉은 자리 고대로다. 싹퉁바가지 없는 시끼, 보란듯이 채팅을 치고 이만 가려는데 재민 군은 벌떡 일어났다. 날 부룬고야, 살짝 놀란고가타, 하는 표정이다. 이유모를 짜증이 확 솟구친 팡선생은 얼른 자리를 떴다.

 와우의 사막 지역은 퀘스트 라인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모래 아래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으며, 나쁜 줄 알았던 악당은 사실 사연이 있고, 위엄 있고 중요해보이는 인물은 모두를 괴롭히려는 수작질을 하는 악당이라는 점이다. 아쿤다의 사원은 그런 시나리오의 표준형이었다. 아쿤다라는 코뿔소 로아를 해하고, 그를 대변하는 양 모두를 능멸한 신관은 결국 복술의 화염충격에 최후를 맞았다. 멍청한 아쿤다라고 이름이 바뀐 죽음의 기사가 언뜻언뜻 저만치서 보일 때마다 어울리는 네이밍이라고 복술은 생각했다.

 세스락의 습격에 마차를 잃고, 돌리와 도트는 도망간다. 어쩔 수 없이 근처 고대사원의 폐허로 달아난 일행은, 그곳에서 사실 모든 세스락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흔해빠진 스토리지만, 그게 와우라서 이입이 된다. 하지만 자꾸만 스토리 외적 요소가 끼어든다. 어제보다는 살짝 가까이서 쫓아오는 죽음의 기사다. 오늘은 웬일인지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조용하다. 이쯤에서 퀘스트라인은 사방 갈래로 뻗어나간다. 착한 세스락의 장로를 만나러 갈 것인가, 오래된 투기장을 도울 것인가, 해골이 되어버린 해적들의 보물을 찾으러 갈 것인가, 혹은 가까이 골짜기 아래에 숨겨진 황금엄니 여관을 재건할 것인가.

 "야, 여기서 어떻게 해야 돼."

 이런 문제는 나무위키가 도와줄 수 없기에 저만치 뻘쭘하게 서있는 기사에게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재민 군은 기뻐서 다가오다가, 문득 눈을 내리깔고 입에 뭔갈 머금은 사람처럼 굴었다.

 "어디로 가야 되냐고. 항구로 가?"
 "거기 선장이 사실 선원 다 팔아먹고 보물-"
 "-스포하지 마라."
 "응."

 팡선생은 항구로 가는 게 낫다는 재민 군의 조언을 듣자마자 투기장으로 향했다. 그 다음은 여관, 그러고 나서야 항구로 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말없는 기사는 계속 뒤만 따라다녔다.

 사흘.

 벌써 복술은 만랩을 찍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 디렉터 이안 헤지코스타스 님께서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사 경험치와 평판 200% 이벤트를 소둠땅 오픈 때까지 유지해주셨기 때문이다. 만랩엔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인지 목걸이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가끔씩 심장의 방에 들렸을 뿐, 팡선생은 볼둔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기, 팡저씨. 있잖아."
 "왜."

 여기서부턴 나즈자타에 가서 목걸이 레벨도 올리고, 래시온이 주는 전설 망토도 얻어서 플레이하는 게 더 빨라, 팡선생이 말을 끊을까 걱정됐던 재민 군은 최대한 빠르게 의견을 전달했다. 그 말을 듣곤 잠시 생각하는 눈빛이던 팡선생은 고개를 홱 돌리고 또 근처 폐허 퀘스트와 세스락 반군의 여정과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자 배신자였던 잔달라 트롤 장군의 최후까지 스토리를 진행시켰다. 그리곤 토르톨란 은거처까지 향해 있는 퀘스트란 퀘스트는 모두 완료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재민 군은 용기를 내 다시 입을 열었다.

 "나즈자타 가는 길 알려줄게, 퀘스트 하는 거 방해 안해."
 "꺼져."
 "아니, 이거 손해라니까."
 "꺼지라고."
 "진짜 더 편하게 할 수 있어서 그래."
 "아, 꺼져!"

 팡선생은 온몸을 떨면서 화를 냈다. 재민 군은 또 다시 어둠심장 숲에 선 기분이었다. 이번엔 이 길이 더 빠르다고 했던 복술의 입장이었다. 한참 노려보던 팡선생은 흔들리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나 불페라 해금부터 할 거란 말야."

 아, 불페라. 재민 군은 고갤 끄덕였다. 다시 멀찍이서 걸으려는데, 문득 뭔가 생각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불페라 술사는 토템 모양도 여우더라."
 "어, 알아."
 "힐도 만세하면서 써."
 "어, 할라고."

 불페라로 토템 깔 생각에, 서먹한 사이라는 것도 잠시 잊었다. 저만치에서 따라오던 기사는, 이제 조만치에서 따라와도 별 핀잔을 듣지 않는다. 그래도 더 가까이 오는 건 못하게 선을 그었다.

 나흘.

 깰 수 있는 스토리라인은 모두 끝마쳤다. 이제 남은 건 현상수배된 금테몹이다. 베사리크, 8.3 패치까지 와서는 후 하고 입김만 불어도 죽는 녀석이지만 격아 오픈 당시엔 세 명이 붙어도 잡기 버거울 만큼 무지막지한 공격력과 체력을 갖고 있는 로머형 세스락이었다. 이 녀석 잡는다고 볼둔 확고 평판과 불페라 동맹종족 해금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필드의 모든 퀘스트를 밀고 싶은 욕구가 복술을 거대한 세스락 앞으로 인도했다.

 "아, 씨. 디게 아프네."

 간당간당하게 잡을 것 같을 때마다 마나가 모자라서 눕고 말았다. 세번씩이나 실패하고 부활했으면 그만두고 나중에 다시 올 법도 한데 팡선생은 또 일어나서 화충, 번화, 용폭, 화충, 번화, 용폭, 치파, 치파, 치파. 115랩에 이미 작동을 중지한 군단시절 전설 아이템도 갈아끼지 못한 템랩이다. 돌아다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급품에서 장신구 하나 꺼내입긴 했지만 그것도 변변치 않다. 그래도 열심이다. 축전 깔고, 대정도 꺼내고, 윤회도 해보고. 

 "내가 도와줄게."

 화충, 번화, 용폭, 화충, 번화, 용폭.

 "딱 이것만 잡아주-"
 "-꺼져, 입술에 위아래로 번갈아 딱밤맞기 싫으면."

 치파, 치파, 치파.

 "두 대까진 맞아줄게, 딱밤."

 483레벨 죽음의 기사 죽격질 몇 번에 베사리크는 너무 쉽게 모래로 돌아갔다. 아, 됐다. 무진장 멋있었다. 이쯤이면 고양이 씨 말대로 웃을 거고, 그럼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재민 군의 예상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 소름끼칠 정도로 서늘하게 돌아온다.

 "넌 진짜 사람새끼가 아직도 못 됐구나?"

 독기 가득한 말과, 질타하는 눈빛으로 팡선생은 막 완료된 퀘스트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모래 위에 내던졌다. 바람 심한 밤사막은 찢겨진 종이를 먼지와 함께 뒤섞어 어딘가로 날려보내고, 어디서 또 뭔갈 잘못했는지 알 도리가 없는 죽음의 기사는 자기 눈 흔들리는 것도 어찌하질 못했다.

 "내가 알아서 한다잖아, 뭣도 아닌 급식이 게임 캐릭터로 멋있는 척 하는 게 그렇게 좋니?"
 "아니, 난. 난 도와주고 싶어서."
 "니 도움 필요 없다고!"

 안녕, 안녕, 안녕. 달라란에서 아무에게나 인사하면서 돌아다니던 판다렌과 무엇 하나 낯설지 않은 것이 없는 쭈굴이 오크소년의 이야기는 너무 옛날 이야기가 되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 그렇게 도움되지도 않아. 알아? 너 어린 게 귀여워서 좀 데리고 놀아줬어. 말도 못 알아듣고, 생존기 어떻게 돌리는지도 모르고, 하필 한 건 또 죽탱이라서 피는 줄줄 새는데, 괜히 기죽게 하기 싫어서 너 풀링 더럽게 못한다고 말도 안 하고 힐만 처부었어. 그렇게 4000쯤 찍고 나니까, 세상 다 니 발 아래디?"
 "난, 나는-"
 "왜, 말 못하는 애랑 놀아주니까 그 정도는 당연한 대우라도 되는 줄 알았니? 너 꼴에 다 알아차리고도 팡저씨, 팡저씨 하면서 위선은 잘 떨드라. 곰탱이랑 쐐기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았는데, 니가 착한 형이라고, 아니 착하든 말든 그게 내 알바야? 내가 병신이지, 그걸 또 일주일 내내 가줬어요. 그래도 잘 하더라, 그래서 배운 거 적어놨다가 나중에 너 알려주려고 말 한 번 꺼냈더니 너 나한테 뭐라 했어. 니 입으로 또 말해봐, 너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몰라, 기억 안 나. 재민은 울기 직전이었다.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는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도리질만 쳤다. 수십 번 곱씹은 이야기지만서도 막상 당사자 앞에서 다시 말을 꺼내는 건 지옥에 있는 것처럼 온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남자애들 그런 분위기로 돌아가는 거 나도 알아. 그런 말 할 수 있어, 어리니까."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근데 너 내가 사과했어, 너한테. 너 그러고 처나가는데 내가 몇 번이고 귓보냈어. 내가 훈수둬서 미안하다고, 쐐기탱 잘 알지도 못하는데 괜히 말 보탰다고, 다신 안 그런다고. 넌, 넌, 진짜 개만도 못해. 뭐라고 말은 해야되는 거 아니야? 대꾸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니 대꾸도 들을 자격이 없니? 어차피 게임이니까 넷상에서 만난 사람이니까 뭐 npc같은 거다, 그런 거야? 그리고 이제 와서 뭐, 미안해?"

 이젠 미안하다는 소리도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손만 비비면서 죽음의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질 못했다. 딱 여기까지 듣는 것도 버거운데, 결국 제일 아픈 이야기까지 나오고 말았다.

 "말 못하는 사람 말은 무시해도 되는 거야?"

 어느새 리젠된 베사리크는 둘에겐 관심도 없는 듯 저만치 멀리 휘엉청 높게 솟은 모래언덕 너머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꿇어 앉은 재민은 숨 쉬는 것도 잠시 잊었다.

 "아, 휴학하지 말 걸. 코로나 때문에 할 것도 없어서 들어왔는데. 그때 그냥 친삭했으면 보일 일도 없었는데, 맞지?"

 괜히 들어왔다, 불페라는 무슨 불페라냐, 겜 계속 하고 있을 것도 아닌데, 팡선생은 중얼거리며 게임을 끄려고 모래바닥에 앉았다. 무릎으로 기어온 재민은 팡선생 팔을 붙들고 땅에 머릴 댔다. 20초 후 종료, 카운트는 돌아간다.

 "죄송합니다."
 "왜, 뭐가 미안해. 무시해 처먹어도 되는 npc 말인데, 뭘. 그냥 스킵해."
 "잘못했습니다."
 "너 나 여왕벌이라메, 지지배 힐이나 처 하라메. 니 하늘걸음 다 챙겨주고, 너 갱신돌 꼭 끌어안고 일주일 내내 기다리고, 탱 주제에 쫄 스킬도 몰라서 그거 디코에 일일이 적어주고. 이야, 요즘 여왕벌 호구 다 됐다, 야."
 "아아- 가지말아봐요."

 팡선생은 재민 군 손을 뿌리쳤다. 이제 진짜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다. 다급해진 재민은 온 몸짓까지 다 섞어가며 애원했다.

 "나, 나는."

 뭐, 뭐라 해야 되지, 뭐랄까. 그래그래, 그러자. 나도 벌 하자.

 "기사벌."

 그럼 여왕벌 욕 아냐, 엄청난 극찬.

 "죽음의 기사벌."

 날개짓까지 흉내내면서 소릴낸다.

 "윙윙."

 언뜻 웃는 걸 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