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갓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 블리자드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오래 전 일이 맞는 것 같군요. 처음의 몇년은 제게 있어서 거대한 모험의 시작이었습니다. 세계에 저를 알렸고, 저처럼 멋진 수천 명의 괴짜들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성인으로서의 삶의 방향이 궁극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전혀 몰랐습니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만드는 방법도 전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들과 영웅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이.

블리자드에 들어오기 전에 제가 받은 훈련은 절친한 친구들과 - Sam, Mike P., Daniel, Mikey C - 오랫동안 함께한 D&D 캠페인 뿐이었습니다. 광활한 세계관, 캐릭터, 플롯라인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은 생에 처음으로 사랑한 일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바로 그것이 삶의 목적이었습니다. 거친 10대 시절을 가득 채운 긴장과 변화로부터 안전한 공간이었지요. D&D의 위대한 은신처에서 서로의 마음과 상상력이 황홀하게 만났고 진정으로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우정과 상상력이 하나로 이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전혀 예상치 못 한, 정신나간 행동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스스로는 전혀 꿈도 꾸지 못 햇던 방식으로 자극했습니다. 모험 속에서 롤플레잉이 서로에 대하여, 자기 자신에 대하여 가르쳐준 것들을 사랑했습니다. 함께 상상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자라고 있는 세상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강해졌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도 그것의 깊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시절 친구들을 통해서 중요한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창의성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나온다.

블리자드에서의 세월을 돌아보면, 이 생각이 직장 생활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었는지 보입니다. 블리자드의 동료들과 친구들이 저라는 인간을 어떻게 형성시켰는지도 보입니다.

거의 23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빛나고 창의적인 인재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고 세계를 형성하는 엄청난 특권을 누렸습니다. 거인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타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장 멋진 직업을 가졌지만, 사실 때로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똑똑하고 열정적이며 자기만의 강한 직감과 주관을 가진 수십 명의 괴짜들과 함께 일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한 디자인 결정, 스토리 모티프, 아트워크의 방향에 대한 합의를 내리려면 많은 커뮤니케이션, 인내, 그리고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했습니다.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때로는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팀원들과 관계를 맺고 협력해서 창의적인 긴장의 수렁을 헤쳐나오면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저 여러분이 최종적으로 내리는 결정 뿐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만들어내는 상품의 최종 형태조차도 아닙니다. 그보다도 더 큰 일입니다. 그리고 무한하게 더 중요한 일입니다. 진실된 협력은 신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신뢰는 모든 지속적인 관계의 기반입니다.

여러분은 하나의 집단을 만들어냅니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장인들로 구성된 가족을.

제게 블리자드는 바로 그런 의미였습니다. 제2의 가족이자, 삶의 힘든 시절에도 즐거운 시절에도 언제나 함께하는 존재였습니다. 제 삶의 위대한, 괴짜 같은 배경이었습니다. "직업"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업무들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함께한 사람들을 말하는 겁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저를 지탱해주었던 사람들, 저를 믿어주고, 아티스트이자 리더로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던 사람들을.

블리자드의 형제자매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무슨 말을 해도... 진부하게 들릴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단지 이것 뿐이에요...

여러분 덕분에 제 자신을 믿을 수 있었고 허황된 꿈들을 모두 실제로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영원히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으로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수많은 게임 커뮤니티 구성원 여러분 - 직접 대면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분들과 이야기만 전해들을 수 있었던 전세계의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 커뮤니티의 특별한 부분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함께 수없는 모험들을 공유했고 전 언제나 우리의 게임에 대한 여러분의 열정과 참여에 압도되었고 겸손해졌습니다. 지난 수년간 블리즈컨에서 여러분이 해주신 포옹, 악수, 그리고 그 곳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제 가슴을 울리고 제작에 전념하도록 격려해주셨는지 여러분은 절대로 모를 겁니다.

여기까지 하고, 요점을 말하겠습니다. 저는 길의 전환점에 도착했습니다. 남은 삶의 새로운, 더 조용한 챕터입니다.

저는 은퇴합니다.

네.

총을 내려놓고
일을 마치며
스톰윈드를 떠나는 마지막 그리폰을 탑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정신나갔죠. 저도 압니다.

제게 엄청난 변화이지만, 한동안 기다려왔던 일이기도 합니다. 바로 지금 블리자드가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가장 활기차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죠. 올해는 정말 믿기 힘들 만큼 놀라웠습니다.

군단의 도착.
오버워치의 출시.
워크래프트 영화.

블리자드와 그 결과물에 대해서 지금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그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직 더 나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고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블리자드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을 거라고 믿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세계로부터 물러나는 건 정말 힘겨울 겁니다. 하지만 가장 열정적이고 재능 있고 헌신적인 장인들의 손에 뒷일을 맡길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블리자드의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는 것이, 다른 사람들처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정말 기대됩니다. 팬으로서, 모험가로서, 원점에서.

정말 멋진 일입니다...

"은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회사로 가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 길고 놀라운 세월이었습니다. 이제는 속도를 줄일 때가 되었습니다. 휴식의 시간입니다. 소파에 누워서 살찔 겁니다. 음, 더 살찐다고 하죠...

진지하게, 제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가족입니다. 가족들은 제 삶의 핵심이고 가장 큰 기쁨과 힘의 원천입니다. 우리 조그만 두 아이들에 더해서, 최근에 또 한 명의 아기가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머무르며, 모든 힘을 다해서 아내를 사랑할 시간과 장소를 가지는 것... 그게 이제 제 직업입니다.

최고로 행복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온라인에서 만나요.

크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