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보는 내내 선수들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한국을 대표해 경기에 나선 SKT T1, 중국의 염원을 한몸에 받은 EDG의 대결은 치명상을 피하고자 부상을 각오한 두 검투사의 혈투처럼 치열했다.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한국과 매번 결승전 무대에서 한국에 좌절하며 깊은 원한을 가진 중국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015 결승전에서 격돌했고 새로운 챔피언의 등극과 함께 막을 내렸다.

11일 미국 플로리다 탈라하시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015 대망의 결승전 경기는 중국의 EDG가 한국의 SKT T1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EDG는 밴픽 전략부터 피지컬, 경기 운영, 언어를 뛰어넘은 팀워크 등 챔피언이 가져야 할 모든 소양을 경기를 통해 증명하며 '세계 최고'의 영광을 중국에게 돌렸다.

중국 EDG의 라이엇 주관 세계 대회 첫 우승은 그들이 가진 열정으로 이루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매번 결승전에서 한국에 무릎을 꿇었던 중국 리그는 지난 월드 챔피언십 2014 대회 이후로 세계 대회 우승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며 한국 리그의 장점을 배워 나갔다. 이번 대회의 우승을 차지한 EDG 역시, 선수들을 위해 최고 규모의 게이밍 하우스를 준비했으며 세계 최고 미드 라이너-원거리 딜러로 손꼽히는 '폰' 허원석, '데프트' 김혁규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하고 그들을 통해 한국 리그의 장점을 흡수했다.


한국과 SKT T1은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중국 EDG에게 넘겨 주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에게 잃은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승전의 패배는 한국 선수들에게 국내 리그 우승이 세계 대회 우승이라는 맹신을 깨트려줬다. 또한, '우리 방식이 최고'라는 편견을 버리고 다른 이들의 장점을 배울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었다. 한국 팀들은 지난 IEM 카토비체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듯이 이번 MSI 결과를 통해 또 한 번 진화할 것이다.

한국의 세계 최고임을 당연시하던 우리에게도 변화는 필요하다.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의 값을 제대로 매기지 못했던 우리는 그것을 빼앗기고 나서야 그 값어치를 알았다. 이제 우리는 바라는 것에 대한 제값을 치를 필요가 있다. 세계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이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작게는 선수를 위한 긍정적인 댓글부터 크게는 e스포츠의 발전에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혼자 달릴 때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함께 달리면서 명확해진다. 라이벌 중국의 부상으로 우리는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도전자의 위치에서 다시 출발을 시작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우승을 바라는 우리가 있다. 세계 최고라는 잃어버린 영광을 다가올 롤드컵에서 되찾기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는 그들. 응원의 목소리를 내어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