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행동은 쉽지 않다. Snake와 DK는 더 큰 목표를 위해 국내를 떠나 중국으로 향했고, 언어와 음식, 생활 등 지금까지 익숙하고 편안했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포기는 두 팀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이 있었기에 중국 팀을 모두 꺾고 높은 자리에서 만났게 됐다.

절실함은 이번 골드 리그 결승전에서 나타났다. Snake는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한 날카로운 밴픽을 준비했다. DK도 자신들의 주 영웅까지 버려가며,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 팀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준비된 카운터 전략을 선보이며 위기를 극복했다.

결과는 승자전 진출로 한 세트를 앞섰던 Snake의 4:3 승리였다. 핵심 원거리 암살자를 선점한 Snake가 3:1로 앞서갔고, 경기는 쉽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DK는 포기하지 않고 상대 전략에 대해 완벽한 대처를 선보이며 3:3까지 세트 스코어를 맞추는 저력을 발휘했다. 치열했던 양 팀의 승부는 작은 선택의 차이에서 결정됐다. 우승과 준우승이라는 차이를 만든 밴픽에 대해 알아보겠다.




■ DK에 대한 철저한 분석! 딜러와 주 영웅을 봉인한 Snake의 밴픽


핵심 딜러 선택한 Snake, 우서 선택에 집중한 DK (출처 : Oprime 해설 방송)

결승전에서 Snake는 우서 선택에 집중하는 DK에게 핵심 딜러를 선택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왔다. 핵심 딜러를 가져가는 팀이 결승전의 승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Snake는 DK가 최고의 지원가로 꼽히는 우서를 가져가도록 내버려뒀다. 우서는 아군의 영웅이 위험할 때, ‘정화’와 궁극기로 확실하게 살려낼 수 있다. 게다가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는 탱커 역할과 다른 영웅과의 CC연계까지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영웅이다. 하지만 Snake는 우서를 풀어주고 핵심 딜러를 가져가는 데 집중했다.

DK는 결승전의 6세트 중 4세트에서 우서를 선택했고 1승 3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Snake는 3세트에서 먼저 제이나를 가져왔고, 제이나-캘타스가 모두 밴된 상황에서 발라와 실바나스를 선점하며 딜러 중심의 선택을 이어갔다. 핵심 딜러를 빼앗긴 DK는 폴스타트와 나지보를 선택했지만, 제이나의 광역 대미지와 발라의 집중 화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상대 영웅 분석 끝! Snake, 김승철에 대한 완벽한 이해

▲ 좁은 지역에서 극대화되는 레오릭의 철퇴 (출처 : NEOTV 방송)

김승철은 1세트에서 레오릭으로 캘타스의 화력을 뒷받침하며 맹활약했다. 레오릭은 ‘해골왕의 휩쓸기’와 ‘검은 왕의 행진’으로 캘타스와 함께 좁은 지역에서 강한 광역 스킬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레오릭의 일격에 당한 Snake는 2세트에서 바로 저격밴을 준비했다. 김승철이 잘 다루는 레오릭을 밴하고 아서스까지 먼저 가져왔다. 핵심 딜러를 선점한 Snake는 보조 딜을 담당하는 김승철의 영웅까지 모두 봉인하고 영웅의 딜에서 DK를 압도했다.

▲ 김승철의 아서스와 레오릭을 밴한 Snake (출처 : Oprime 해설 방송)

이후, Snake는 레오릭을 밴하지 않았고 마지막 6세트에서 김승철이 다시 한 번 레오릭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1세트와 다른 조건에서 등장한 레오릭은 힘을 발휘 할 수 없었다. 영원의 전쟁터에서는 상대적으로 1세트 맵인 용의 둥지에 비해 좁은 지형이 부족했고, 광역 딜러인 제이나와 캘타스도 없었다.



■ 상대 전략에 확실한 카운터 카드를 들고 나온 Snake-DK


스택 쌓을 틈 조차 주지 않는 Snake의 운영

딜러진을 빼앗긴 DK는 부족한 딜을 채우기 위해 3세트에서 나지보를 선택했다. 나지보는 ‘죽음의 의식’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스택을 쌓아 잘 성장하면 딜과 체력 모두 강력한 영웅이 된다. 초반부터 요한나와 함께 각 라인 간 간격이 짧은 거미여왕의 무덤에서 빠르게 이동하며 스택을 쌓았다. 무난히 나지보가 성장하면 DK가 웃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Snake는 발 빠른 운영으로 나지보가 성장할 틈을 주지 않았다. 요한나의 엄호를 받는 나지보를 직접 끊어내긴 힘들기에 상대적으로 허술한 다른 라인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무라딘과 아눕아락으로 홀로 떨어진 영웅을 끊어내고, 탑 라인에 집결해 성채를 빠르게 밀어내고 레벨에서 앞서갔다.

Snake가 10레벨을 앞둔 상황에서 DK는 거미시종을 소환해 레벨 격차를 좁히려고 했다. 이런 선택은 오히려 Snake에게 도움이 됐다. DK의 공격을 막아낸 Snake는 10레벨 이후, 그동안 모아둔 보석을 입금해 연이어 거미시종을 소환했다. 경기를 공성전으로 이끌어 나지보의 성장과 활약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채도준의 일리단

DK는 세트 스코어 1:3으로 밀리며 부스에서 좌절하고 있었다. 4세트 역시 Snake가 핵심 딜러를 선점했고, DK는 새로운 수를 꺼내 들어야 했다. 하지만 DK는 포기하지 않고 김승철의 주 영웅인 아서스까지 밴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마지막 영웅으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일리단을 선택했다. 일리단은 한동안 하향 패치로 CC연계에 취약해 잘 등장하지 않았다.

▲ 제이나를 집요하게 노리는 일리단-티리엘 (출처 : NEOTV 방송)

DK는 밴픽에서 일리단을 활용하기 위한 완벽한 조건을 만들었다. 과감하게 파고드는 ‘돌진 조합’에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아서스를 밴하고, 일리단을 위협하는 확정 CC스킬을 가진 티리엘을 가져왔다. 교전에서는 티리엘의 ‘심판’과 함께 일리단이 빠르게 파고들어 상대 핵심 딜러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원거리 암살자의 화력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Snake의 밴픽에 제대로 카운터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 아직 기회가 남은 DK, 스톰 리그 시즌2 결승전과 새로 써내려가는 밴픽 대결


▲ Team DK (출처 : 도유tv 골드 리그 방송 화면)

DK는 이어진 5세트에서도 일리단의 활약을 바탕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일리단이 밴당하고 핵심 딜러를 가져가지 못하며 패배했다. 아쉬움이 남는 결승전이었지만,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패자조를 뚫고 올라온 중국의 Bheart를 꺾는다면, 최종 결승전에서 Snake와 다시 한 번 대결한다.

양 팀은 지난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DK는 일리단이 밴당하고 새로운 카드 한 장이 부족했다. 만약 두 팀이 다시 맞붙는다면 양 팀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주요 딜러를 선점하기 위한 밴픽 싸움이 될 것인지 28일 스톰 리그 시즌2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