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분명히 역경을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이겨내는 방식과 결과는 모두 다르다. 고비를 넘기지 못해 무너지는 자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자도 있다. 큰 산을 피해 옆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미래는 다 같을 수 없다.

오늘 만나 볼 선수는 눈 앞에 다가온 고비를 넘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자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산을 넘기 위해 부족한 점을 하나씩 고쳐 계단으로 만들고 있었다. 혹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미련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 여러 개 주어졌는데도 그는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벽을 넘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자신이 그동안 이뤄왔던 모든 것은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약을 준비하는 남자. 영원한 선장 '캡틴잭' 강형우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Q. 먼저 인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한다.

무소속 원거리 딜러 '캡틴잭' 강형우다. 정말 반갑다.


Q.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

솔로 랭크 위주로 연습하고 있다. 아직 내 기량이 괜찮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솔로 랭크 점수다. 열심히 노력해 팀에 들어가려고 한다.


Q. 해외에서 영입 제의가 없었나?

해외에서 연락이 오긴 했다. 하지만 내가 내년부터 대학교를 다녀야 한다. 1학년은 휴학이 안되기에 국내에서 활동을 해야 한다. 팀을 알아보고 있긴 한데,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Q. 팬들이 개인 방송을 해도 성공할 것 같다는 평이 많은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나는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 정말 최선을 다해 찾아보고 조건이 너무 좋지 않다면, 차선책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방송을 할 것 같다.



Q. 프로게이머란 정말 힘든 직업이다. 연습도 힘들고, 사생활도 거의 없다. 실력이 떨어졌을 경우 비판도 잦은데... 그런 어려움이 많은데도 계속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들게 하는 원인이라... 나 같은 경우 초창기에 우승을 해보고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해외 대회에서는 몇 번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없다. 또, 롤드컵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아직 프로게이머로서 내가 이룰 수 있는 것과 보여줄 수 있는 게 남았다. 그것들을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가 프로게이머를 계속 지향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Q. 대학을 다니면서 프로게이머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그 점에서 나도 고민이 많다. 지금 당장 프로게이머에게 대학 수업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진정한 프로게이머라면 대학에 가서 배우는 것이 없다 싶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큰 도움이 될 거다.

대학을 다니면 다른 선수들과 연습하는 시간도 차이가 날 것이고, 학교에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도 안 될 거다. 학교에서 편의를 봐주더라도 수업에는 대부분 참가해야 한다. 사실 학교만 아니었으면 해외 진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했다. 그러나 내 선택이다. 후회는 없지만, 걱정은 된다.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면서 프로 게이머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건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Q. 해설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정말 여러 가지 잘한 것 같다. 해설로 데뷔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해설도 생각해봤다. 물론 전문적인 훈련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해설 자체를 못 했다는 평은 적었다. 하지만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많아 훈련을 받아야만, 스스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어휘력, 단어 선택, 문장의 완성이 생각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다른 캐스터, 해설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그 점에서 내가 많이 부족해 교습을 받아 고친다면 해설도 충분히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다.

만약 내가 팀을 찾지 못할 경우 개인 방송을 하면서 이쪽저쪽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찾아서 해볼 생각이다. 해설도 그중 하나다. 챌린저스 코리아부터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팀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Q. 진에어 그린윙스 활동 당시 나쁘지 않은 승률에 비해,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는 못했었는데... 아쉽진 않았나?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가 프로게이머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마음만 앞서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실력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내가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리그를 진행할 때 승률과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연습에서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꾸준히 잘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나 자신을 끌어올려야만 다른 팀의 인정을 받고, 프로게이머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출전 못 했을 때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굉장히 아쉽지만, 연습 단계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코치진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팀 입장에서는 걱정됐을 것이다. 대회에서는 잘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파일럿' 나우형은 기복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팀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이다.


Q. 던전 앤 파이터(이하 던파)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 유저로도 유명한데?

예전부터 게임 자체를 좋아했다.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최고 수준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하는 편이다. 와우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시작하게 됐다. 열심히 레이드를 뛰었다. 길드는 그라운드 제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레이드는 다른 정규 공격대에서 주로 다녔다. 하드 하게 레이드를 좋아했던 유저정도다. 리치왕의 분노 때는 25인 하드를 클리어했고, 대격변 때는 라그나로스를 정공으로 격파했다.

던파 같은 경우는 내가 중학교 때부터 했다. 중간중간 그만두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와우 확장팩이었다(웃음). 던파는 결투장을 무척 좋아했다.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에 휴가 때마다 종종 했는데, 그게 쌓이다 보니까 결투장 랭킹도 굉장히 높아졌다. 웃긴 게 여귀검사 직업에서 내가 결투장 랭킹 1위다. 전체에서는 20위 안에 든다(웃음). 액션 토너먼트도 나가볼 생각을 했지만, 직업이 너프 당했다. 지금은 정말 롤 하나만 파고 있다.


▲ 잘생김?

Q. '페이커' 이상혁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사랑을 받는 비결이 무엇인가?

나도 정말 알고 싶다. 접점이 정말 없다. 솔로 랭크에서 만나면 내가 트롤을 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밖에 없다(웃음). 실제로 경기장에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다. 실제로는 한 번 접점이 있었는데, 전국체전에 초청받아 간 제주도에서 내가 물을 마시러 간 김에 여러 개 떠서 이상혁에게도 줬다.

전국체전이 끝나고 선수들과 함께 오락실에도 갔었다. 나는 펌프를 했는데, 같이 갔던 선수들이 나를 신기했는지 나를 따라 펌프를 했다. 그때 이상혁도 펌프를 했는데 완전 초보였다. 개인 소장용으로 동영상을 조금 찍어놓긴 했다(웃음). 딱 이 정도가 접점의 끝이다.

게임에서는 이때가 아마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2년 전쯤 솔로 랭크에서 이상혁을 만났는데 갑자기 "이거 OP임"이러더니 블리츠크랭크를 고르더라. 라인전에서 한 번도 그랩을 맞추지 못하고 나를 버리고 로밍을 열심히 다녔다. 졌는지 이겼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힘들었다는 건 확실하다.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이후로 알리스타의 "눈물겨운 희생"부터, 바드로 일부러 내가 먹을 수 있는 킬을 다 먹더라. 소라카는 잘했지만 다른 건 트롤이 확실하다(웃음). 게임은 이긴 판도 많지만 나는 항상 힘들다.


Q.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나?

크리스마스 계획은 없다. 한국 팀들 대부분이 현재 리빌딩을 하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때 나도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바쁘게 보낼 것 같다.


Q. 과거 라이엇 프로게이머 소양 교육에서 주식을 사고 싶다고 했는데... 구매에 성공했나?

알고 보니 라이엇이 주식회사가 아니더라(웃음). 초창기에 샀으면 대박 났을 텐데...


Q. 유저들을 위해 비시즌 좋은 원거리 딜러를 추천한다면?

미스 포츈이야 너무 뜨거워서 다들 알 것이다. 그런데 약점도 뚜렷해 잘 써야 한다. 내가 느끼기엔 칼리스타가 여전히 좋고, 코그모도 최근에 해봤는데 좋다. 1코어만 뜨면 '패왕'인데 1코어를 올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스 포츈, 칼리스타, 루시안이 무난히 뽑기엔 가장 좋을 것 같다.



Q. 이제 롤 프로게이머치고는 나이도 많은 편에 속하게 됐는데, 피지컬에서 밀린다는 생각이 든 적 있나?

그러게 말이다. 나는 아직 내가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나보다 어린 선수가 많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피지컬이 밀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원거리 딜러는 피지컬이 특히 중요하다. 계속 해를 거듭될 수록 잘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더 노력을 해야 한다. 한때는 잘했던 원거리 딜러지만 거기에 묶이지 않고, 나 자신을 낮추고 배움의 자세로 게임에 임해야만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많은 경험이 있다. 어떻게 보면 '노장'인데, 그 경험을 무기로 내세우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Q. 정점을 찍어봤던 선수가 명예를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

나는 경기를 할 때 다른 이를 탓하기보다는 내 실수에 집중한다. 그러면 '내'가 잘 보인다. 요즘 잘하는 원거리 딜러들을 관전을 보면 실수가 적다. 그에 비해 나는 실수가 잦다. 부족한 실력을 메우기 위해서는 노력밖에 없다. 슈퍼 플레이를 노리지 않고, 차근히 실수를 줄여 내실을 다지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실은 욕심도 부려봤는데, 할 때마다 성과가 좋지 않더라(웃음). 게임량과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다른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Q. 프로게이머 생활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시기가 언제인 것 같나?

즐거웠던 거로 따지면 진에어 그린윙스 시절이다. 팀원들과 모두 형제같이 재밌게 지낼 수 있었다. 진에어 스텔스 시절에 CJ 블레이즈를 이기고 8강에 올라갔을 때가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그건 과거고 다시 차근차근 올라가는 입장으로 열심히 하는 게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Q. 프로 생활 중에 가장 아쉬웠던 적은 언제인가?

나는 예전부터 주변에서 위로를 해줘도, 나 자신의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그 잡념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었다. 그때마다 축 처져 있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느렸다. 그러다 보니 솔로 랭크를 해도 연승을 통해 상위권으로 올라가도, 한 번 지기 시작하면 바닥까지 떨어진다. 연패를 끊으려면 계속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마음을 한 번 추스르고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승부욕에 앞서 멘탈 관리를 잘 못 했다. 앞의 게임에서 졌던 울분이 뒤의 게임에도 영향을 계속 줬다.

지금은 개선해 2~3연패를 하면 산책을 한다든지 쉬는 시간을 좀 가진다. 그간 주변에서 이런 조언을 많이 해줬었다.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는 조금 쉬다가 해라고, 하지만 나의 고집이 "아니야 그건 별로 상관없고 내가 실수한 거야, 난 이길 때까지 하면 돼"라고 말하게 하였다. 프로게이머에겐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때까지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면서 즐거운 일이 많았다. 나를 좋게 봐준 팀에게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다. 프로게이머 생활 중에 힘든 일도 많았지만, 진에어 그린윙스에 있을 때만큼은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다. 이번에 팀을 나오게 됐고, 새 팀을 구하고 있는데. 나는 충분히 프로게이머의 길을 갈 열정도 있고,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더 노력할 생각이다.

지금 당장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팀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내가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더 멀리 뛰기 위한 준비 기간이라 보고 차근차근 내실을 다질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할 거다. 팬들에게 종종 방송을 통해 근황은 전하고 싶다. 내가 팀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크게 상심하지 말고,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날 나에게 꾸준한 응원 부탁한다.

깜짝 이벤트도 하나 있다. 이번 올스타전에 내가 초청받게 됐다. 인터뷰가 나갈 때쯤 출국할 것이다. 왜 내가 가게 됐는지 라이엇에 물어보니 투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모두 가고, 투표 2위 중 1위를 뽑아 추가로 초청한 것이다. 전 포지션 2위 중 내가 득표 1위를 받았다더라. 나만 특별 취급을 받는 건지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추가로 1명씩 온다고 했다. 가서 이상혁과 내가 봇 듀오로 게임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즐겁게 하고 올 생각이다.

▲ 사요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