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16명의 선수 중 단 2명뿐이었던 저그 선수들이 결승전까지 살아남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 시즌 우승자 박령우(sk텔레콤)와 첫 국내 정규 리그 우승을 노리는 강민수(삼성)다. 현재 가장 강력한 저그라고 평가받는 두 선수의 대결인 만큼 과연 누가 최후의 저그가 될 것인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양 선수의 상대전적은 9:8로 박령우가 미세하게 앞서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우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저그대 저그 결승전인 만큼 많은 스타2 팬들이 이 두 명의 대결을 주목하고 있다.


■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황제의 유산, 디펜딩 챔피언 박령우


박령우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건설한 제국 슬레이어스에서 스타2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슬레이어스에서 SKT T1으로 이적한 박령우는 케스파컵 2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꽤 잘하는 저그'라는 말은 들었지만 '최강의 저그'라는 평가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공허의 유산을 기점으로 박령우는 현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강의 저그'로 성장했다.

공허의 유산에서 저그는 테란의 '탱료선'과 프로토스의 '사도'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박령우만이 군단의 심장에서부터 갈고 닦아온 '타링링(타락귀-맹독충-저글링)' 체제를 활용하여 테란과 프로토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절정의 기량에 오른 박령우는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김대엽(kt)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림으로써 공허의 유산 최고의 저그로 거듭났다.

박령우가 다른 저그들과 차별화된 점은 '부지런함'에 있다. 박령우는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쉬지 않고 병력을 돌려 상대의 빈틈을 만들어 낸다. 게다가 끊임없는 맹독충 드랍으로 상대의 일꾼을 전멸시켜 전의를 상실하게 만든다. 유리한 경기는 결코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불리한 경기는 어떻게든 뒤집는 것이 현재 박령우가 보여주는 경기이다.

테란과 프로토스를 상대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박령우, 이번에는 저그를 상대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차례이다. 박령우는 최근 저그전 10경기에서 5승 5패를 기록하며 타종족전 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블리즈컨 까지 생각한다면 저그전 기량을 더욱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최강의 저그'라는 타이틀을 뺏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강민수를 상대로 박령우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 국내리그 첫 결승 진출! 이제는 잡아야 할 때, 드림핵의 왕자 강민수


강민수는 공허의 유산 출시 직후부터 오랫동안 래더 1위를 차지했고, 작년 11월 말에 펼쳐진 드림핵 로캣 챔피언십에서 원이삭(yFW)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공허의 유산 최강의 저그로 우뚝 섰다. 하지만 드림핵 우승 이후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기세가 사그라들었다. 결국 강민수는 박령우에게 공허의 유산 최강의 저그라는 타이틀을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강민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절치부심해서 기량을 끌어 올린 강민수는 지난 스타리그 시즌1에서 3위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에서는 변현우(무소속), 백동준(삼성), 조지현(아프리카)을 차례로 완파하고 결승전에 올라갔다. 강민수는 올라가는 과정에서 전략성과 운영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강민수는 현재 드림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보다 더욱 경기력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민수가 박령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할 경우 삼성 갤럭시는 신노열 이후 끊긴 개인리그 우승자의 명맥을 다시 이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구겨졌던 저그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이번 2016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이 될 수 있다. 강민수 만큼이나 개인리그 우승에 목마른 삼성 갤럭시팀이 다시 한 번 우승자를 배출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강민수는 4강 승리 후 인터뷰에서 박령우를 상대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결승 무대 경험 자체만 놓고 보면 강민수의 경험이 박령우를 훨씬 앞선다. 강민수는 해외 굵직한 대회에서 6번이나 결승에 올라 4번을 우승한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민수에게 있어서 전 시즌 우승자 박령우는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이다.


스타리그 16강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누구도 2명뿐인 저그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최약체 종족 저그 2명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저그 2명 중 최강의 저그를 가리는 단 한 경기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다.

2016년 마지막 국내 개인리그의 우승자, 그리고 최강의 저그를 가리는 2016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은 9월 11일 저녁 6시 KBS 스포츠월드 제2체육관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