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 스타즈 대회에서는 e스포츠 제 3세계 국가의 선수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올해 CFS에는 최근 e스포츠가 각광받고 있는 브라질을 포함해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 총 다섯 개의 제 3세계 국가가 참여했다. 한국, 중국, 북미, 유럽 선수들만을 자주 봐왔기에 꽤나 이색적인 풍경이다.

제 3세계 선수들과의 만남은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 나라의 e스포츠는 얼마나 발전했는지, e스포츠를 즐기는 그들의 생각은 어떤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그 나라의 e스포츠 산업을 엿볼 수 있다.

필리핀의 퍼시픽.와라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해온 필리핀의 명문 프로게임단이다. 퍼시픽.와라는 형제팀인 퍼시픽.막타와 함께 CFS 시리즈를 5회 모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결승까지 올라 중국의 4연패를 막아낼 다크호스로 손꼽히기도 했다.

대회를 지켜보던 중 선수들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 속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있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퍼시픽.와라에서 오더를 맡은 아리스 알데였다. 그는 1990년 생 26살인 그는 아이가 셋이나 있는 가장이었다. 무언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앳된 얼굴의 선수가 기자실로 들어왔다. 세 아이의 아버지라곤 믿을 수 없는 외모다. 아리스 알데는 이번이 세 번째 CFS 참가라고 말했다. 시즌1, 시즌2, 시즌5에 참가했고 시즌3, 4는 형제팀인 막타가 참가했다.

나이도 어린데 결혼을 왜 그리 빨리 했냐는 질문에 아리스 알데는 웃으며 필리핀에서는 굉장히 평범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자아이 둘과 딸 아이 하나가 있는데 지금 너무 보고 싶단다. 친동생도 프로게이머로 퍼시픽.막타에서 뛰고 있다면서 그 친구는 결혼은 안했지만 아이는 있다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으로 충분히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리스 알데는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주요 수입원이고,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있다 말했다. 프로게이머로서 수익은 우승상금이 전부였다. 이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꼭 이겨야만 하는 친구들이었다.

아리스 알데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봉과 같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내년에는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가정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중동에 가서 돈을 벌고 싶다고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기에 필리핀 현지에서는 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해외에 가야하는 이유를 말했다.

아리스 알데에게 크로스파이어는 어떤 의미일까? 6년 동안 크로스파이어 프로게이머로 활동했고, 단 하나의 게임만을 즐겨왔다. 그는 주저없이 크로스파이어는 내 인생이라 말했다. 그러고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다른 말을 더할 필욘없었다. 크로스파이어가 자기 인생이라 말할 때의 눈빛과 목소리로도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아리스 알데는 이번 대회에 상금이 크게 올라 정말 기쁘다면서 스마일게이트 측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약 아내와 아이들이 이 인터뷰를 본다면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다 했다.

그가 속한 퍼시픽.와라는 어렵사리 8강에 올라갔으나 러시아의 알유레전드에게 10:6으로 패배하며 도전을 멈췄다. 그의 팀은 삼천만 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한 사람당 육백만 원 정도 돌아갈 금액이다. 필리핀의 가족들과 함께 살기에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그가 중동으로 떠나는 날이 조금만 더 멀어지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