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에선 보통 밴픽창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효과적인 밴픽 전략은 상대하는 팀의 전력을 감소시킬 수 있고, 반대로 자신의 팀 전력은 올릴 수도 있다. 이런 밴픽 싸움에서 고정으로 밴or픽이 되는 주류 챔피언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는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챔피언의 성능이 좋거나 메타에 맞거나 여러 가지가 맞물린 경우다.

이렇게 밴픽률 상위권을 넘어 밴or픽으로 100%의 밴픽률을 기록한 챔피언은 시즌마다 드물게 등장하곤 한다. 2013년 롤챔스 스프링에선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2014년 롤챔스 스프링에선 리 신이 마지막으로 2017년 스프링에선 카밀이 밴픽률 100%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밴or픽으로 밴픽률 100%를 기록한 챔피언들의 성능과 당시 메타에서 그들이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등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 역대 롤챔스에서 밴픽률 100%를 기록한 3인방!



■ 미드 AP 챔피언의 정점에 올랐던 트위스티드 페이트!

먼저, 롤챔스 역사상 처음으로 밴픽률 100%를 기록한 챔피언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이하 트페)다. 트페가 밴픽률 100%를 기록한 시즌은 2013 롤챔스 스프링인데, 대회뿐 아니라 랭크 게임에서도 그 악명을 떨쳤다. 2013년 초에는 게임 승률 TOP. 10안에 드는 높은 승률을 달성했다.

높은 승률을 증명하듯 랭크 게임에서도 자주 밴 목록에 올랐었고, 대회에서는 밴or픽으로 웬만하면 자르거나 가져오는 OP 챔피언으로 분류되었다. 트페가 밴or픽의 OP 챔피언의 자리에 앉을 수 있던 이유는 트페의 모든 장점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트페는 직선으로 오는 라인에 W와 Q를 이용해 미니언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고, 모두 준수한 범위 공격 스킬이기에 더티 파밍에도 능했다. 라인을 푸쉬하는 힘이 강력하면, 자연스럽게 라인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데, 트페의 궁극기인 '운명'과의 시너지 또한 높았다. 라인 주도권은 트페가 먼저 라인에서 움직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한번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글로벌 궁극기인 운명을 통해, 다른 라인에 더욱 쉽게 개입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란 카드를 이용한 마나 수급도 원활했기에, 라인 유지력 역시 수준급이었다.


▲ 트페하면 생각나는 전 WE 미드라이너 미사야의 트페!


트페는 전 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글로벌 궁극기로 언제나 팀 운영의 핵심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리치베인을 올린 트페는 타워를 철거하는 능력 또한 뛰어났다. 또한, 운명은 사용 즉시 모든 적 챔피언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당시 시야 싸움이 치열했던 메타에서 트페의 운명은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아군에 큰 보탬을 줄 수 있었다.

이후, 트페는 여러 번의 너프 끝에 상위권을 유지하던 밴픽률과 승률이 모두 떨어졌고, OP 챔피언의 영광을 잃었다. 궁극기의 재사용 대기시간 너프와 라인 유지력 등 여러 부분에서 너프를 당한 트페가 설 자리는 없었다. 당시 미드 메타를 담당하던 모든 챔피언들과 비교해도 라인전 능력도 부실했고, 운명의 재사용 대기시간 너프는 트페의 영향력을 확실히 저지했다.


▲ 트페의 연이은 너프는 왕좌의 자리에서 내려오기에 충분했다



■ 여전히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리 신!

정글 챔피언의 정점에 앉았던 챔피언인 리 신이 트페 다음으로 롤챔스 밴픽률 100%를 기록했다. 2014 롤챔스 서머에서 밴픽률 100%를 기록한 리 신은 명실상부 1티어 정글 챔피언으로 활약을 펼쳤다. 화려한 플레이와 뛰어난 성능으로 2013년부터 쭉 활약을 펼쳤던 리 신은 언제나 대회에서 밴픽률 상위권을 기록했다.

메타나 패치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도 리 신의 위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보통 OP 챔피언으로 분류된 성능이 좋은 챔피언들은 기본적으로 스킬 구성이 좋은 경우가 많았는데, 리 신은 스킬의 구성과 스킬 간의 시너지 또한 상당히 높은 챔피언이었다. 또한, 너프 이전의 리 신은 기본 공격력 역시 높아, 초반 맞대결 능력은 그 어떤 정글 챔피언과 붙어도 지지 않을 정도였다.

리 신의 각 스킬은 '이용하기 나름'이다. 먼저, 먼 거리를 이동하며 적을 타격할 수 있는 '음파/공명의 일격'은 초반에는 엄청난 대미지 효율을 기대할 수 있고, 활용에 따라 후반에는 적의 주요 딜러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다. 일명 '인섹킥'은 주요 딜러에게 언제나 압박을 주었고, 실제로 멋진 명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내기도 했다.


▲ 2013년에도 리 신은 한 번 더 진화했다! 댄디의 매서운 플레이


초반의 강력한 갱킹력부터 안정적인 정글링, 후반에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 정글 챔피언이 가질 수 있는 많은 장점을 모두 모아둔 것 같은 리 신은 시즌에 시즌을 거듭하며 여러 번의 너프가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성능이 좋은 정글 챔피언으로 활약 중이다.

이른바 모든 플레이어가 상향 평준화를 이뤄내며 리 신의 강력한 한방이었던, 인섹킥의 대응법 등이 등장하며 한계가 보이는 듯했으나 예상할 수 없는 당구킥이나 반응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방식으로 여전히 리드미컬하게 활약 중이다. 올 봄, 리그 초반 전패를 기록하며 '리필패'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갖기도 했지만, 무서운 기세로 승률을 복구하기도 했으며, 메타가 변해도 꾸준히 활용하는 정글 챔피언이다.


▲ 스프링에도 높은 밴픽률을 기록한 리 신!



■ 화려한 데뷔! 등장과 동시에 밴픽률 100%를 기록한 카밀

이번 2017 롤챔스 스프링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 챔피언인 카밀이 등장과 동시에 밴픽률 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든 OP 챔피언들의 장점만을 모아 만든 것 같은 카밀은 높은 기본 스텟과 사기적인 스킬 구성으로 등장과 동시에 밴픽률 100%를 달성했다.

특히, 카밀은 출시 하루 만에 승률 45% 이상을 달성하고 3일 후에는 승률 50%를 돌파했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기존에 신규 챔피언으로 등장한 모든 챔피언은 '저 승률'이라는 이름의 랭크 신고식을 거치곤 했다. 하지만 카밀은 협곡을 단 3일 만에 접수하며, 그 악명을 펼치기 시작했다.

카밀의 장점은 바로 다재다능함에 있었는데, 대략 10가지가 넘는 장점이 있다. 엄청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기동성과 CC기, 탄탄한 기본 스텟과 체력 비례 대미지 등을 갖추고 있는 카밀은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그 어떠한 환경에서도 빛이 났다. 특히, 손쉽게 강제 이니시에이팅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궁극기는 자르반 4세의 '대격변' 심화 버전으로 사용한 순간, 절대로 싸움을 피할 수 없게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스킬이다. 이는 라인전에서의 강력한 갱킹 호응력부터, 한타 시 적 딜러의 고립 등 많은 것을 수행할 수 있는 스킬이다.


▲ 2분만에 카밀의 모든 장점을 볼 수 있는 큐베의 플레이!


이러한 강력한 모습은 많은 유저들의 원성을 샀고, 7.1 패치부터 카밀의 하향 조정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기본 스텟부터 모든 스킬까지 차근차근 너프가 진행되며, 카밀은 더이상 OP 챔피언의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특히, 가장 치명적이었던 부분은 지속적인 너프로 라인전이 약해졌다는 점에 있었는데, 반대로 라인전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다면 여전히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픽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러한 카밀의 전략적인 면모는 대회에서 빛을 발했는데, 카밀의 입지가 다소 좁아진 상황에서 탑이 아닌 서포터로 기용되기도 했다. 언제든 탑이나 서포터로 기용할 수 있는 카밀은 밴픽 단계부터 전략적인 부분에서 이점을 가져올 수 있었기에, 다소 주춤할 것 같았던 밴픽률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이번 스프링 시즌 밴픽률 100%를 기록했다.


▲ 뽀삐가 등장하자 서포터로 포지션을 돌린 '투신'의 카밀


이렇게 밴픽률 LCK에서 밴픽률 100%를 달성한 챔피언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이러한 이유는 당시의 메타나 챔피언의 성능 등 많은 것들이 맞물려 있는데, OP 챔피언의 자리에서 물러난 챔피언들 모두가 하향 조정을 피해갈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챔피언 자체의 '성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질 대회에서 등장할 밴픽률 100%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또 어떠한 이유로 그 자리에 앉게 될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