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이야기와 함께 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재미다. 원한다면 NPC를 공격하기도 하며 혹은 도둑질까지... 그야말로 원하는 행동의 대부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넓은 필드 안에 나말고 다른 사람도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는 4월 4일 PC 온라인으로 출시될 예정인 '엘더스크롤 온라인'은 그 동안 꿈꿨던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세계를 제공한다. 베데스다 소프트웍스(Bethesda Softworks)가 퍼블리싱하고 제니맥스 온라인 스튜디오(Zenimax Online Studios)가 만든,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는 혼자만 넓은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길드를 만들어 같이 세계를 탐험할 수 있으며, 누가 더 뛰어난지 겨뤄볼 수 있는 전장도 추가됐다. 79.99달러(약 85,000원)과 59.99달러(약 63,000원)로 예약 판매가 되고 있는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는 기존에 없던 멀티플레이가 존재했다.

다른 사람과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은 희소식이지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플랫폼이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게 되면 패키지에서 보여줬던 여러 요소들을 온전히 담아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엘더스크롤'의 경우 자유도나 퀘스트 혹은 채집에 관한 기준을 잘못 설정하게 되면, 게임의 재미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을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가 됐다. 과연 '엘더스크롤 온라인'은 기존에 패키지에 담겨있던 요소들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베타버전을 직접 체험해봤다.

▣ '엘더스크롤 온라인' 기본 조작법

[▲'엘더스크롤 온라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기본 조작 방식은 패키지와 유사하다. 움직임이는 방향키라던가 스닉(Sneak), 달리기를 하는 키도 같아 패키지와의 큰 차이가 없다. 다른 MMORPG의 조작 방식과 유사해 조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고 패키지에서의 조작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엘더스크롤 온라인'과 패키지는 스킬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패키지에서는 왼손과 오른손의 스킬을 따로두어 세팅을 했어야 했다면,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는 7개의 단축키로 원하는 스킬을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더 편해졌다. 기존의 조작법은 잘 살리되,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더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 각 퀘스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 각 퀘스트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게임 속 세상을 표현한다. 퀘스트의 진행 방식도 여러가지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함을 느낄 틈은 없다. 다만, 스토리가 아닌 보상과 경험치 획득에 목적을 두고 있는 유저라면 다소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 내가.. 갚아줄게요...]

말라레스(Malareth)라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어. 그녀는 나에게 빚을 진 사람들한테서 돈을 받아달라고 했지. 나보고 똑똑하다고 하면서 돈을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찾아가서 이야기만 하면 된다니, 그렇게 해준다고 수락했지. 하지만 말야.... 대화를 하다보니 차마 돈을 내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고... 처음 만난 사람은 자기가 모든 것을 잃었다고 했어.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받아내냐고... 결국 대신 20골드를 갚아주기로 했지.

하... 그것이 시작이었어. 첫 번째로 찾아갔던 빚을 진 사람 이외에도 다 같은 사정이었지. 내가 대화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면, 다른 해결 방법도 있었겠지... 하지만, 결국 전부 20골드 기부해서 내 돈 100골드가 날아갔지 머야...

위 퀘스트는 기자가 직접 체험한 퀘스트 중 하나다. 단순 퀘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선택지도 존재했다. 만약 대화에 관한 스킬이 있다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모든 퀘스트에 이러한 선택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퀘스트에는 선택지가 있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른 퀘스트를 또 살펴보자.


독살 사건이 벌어졌어.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린 집에서 시체를 발견하게 되어 사건에 말려들었지.

범인을 찾으려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기도 했고, 창고에 숨어 범인을 기다려보기도 했지. 결국 범인을 찾았지만, 그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시켜서 했던 것이었어.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을 찾는 것이 필요했지. 범인을 통해 조사한 뒤 이 사건의 배후자를 찾아냈고, 그를 체포할 수 있었어.

그 범인은 어떻게 되었나고? 처벌은 피해자의 아내에게 맡겼는데...

[▲범인은 반드시 범행 장소를 다시 찾아오는 것일까...]

위의 이야기와 같이 특정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나 범인을 찾는 퀘스트의 경우 추리소설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암살 퀘스트, 사람 찾기 퀘스트 등 다양한 퀘스트들이 존재한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 퀘스트는 어떤 현상이 발생한 원인이나 메인 퀘스트의 부족한 부분 등을 설명해준다.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퀘스트는 단순하게 무언가를 수집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퀘스트 하나하나에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두운 세계관에 맞춰진 다양한 퀘스트들이 존재한다. 적이 처들어오거나, 암살과 모략이 넘치는 퀘스트. 그것이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퀘스트다.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각 퀘스트는 패키지에서 보여줬던 퀘스트 형식을 잘 구현했다. 물론 그 길이가 짧아 아쉬움은 있지만,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가면서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큰 줄기인 메인 스토리와 다양한 서브 퀘스트, 탐험을 하여 발견한 책에서 보는 이야기는 마치 패키지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퀘스트들은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퀘스트를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상당했다. 퀘스트의 내용을 읽고 게임 플레이를 진행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있지만, 퀘스트 동선이 상당히 길어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넓은 맵을 뛰어다니다 보면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게임 내의 이동 수단인 말을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지만, 비싼 골드를 주면서 처음부터 말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한 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마라톤 형식의 플레이는 유저를 지치게 했다.

[▲이 사람을 암살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 다양한 오브젝트들과,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그리고...

[▲지나가다 발견한 사원....]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는 모험을 하면서 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들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을 즐기기도 하고, 공연을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있는 NPC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오브젝트들은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지친 여행자에겐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오브젝트들과 함께 들려오는 배경음악은 게임을 보다 풍부하게 해준다. 게임을 하면서 항상 듣게되는 배경음의 경우, 지루하지 않고 편안했다. 또한, 각 NPC의 음성을 지원한 것도 게임을 몰입하도록 도왔다. 사소한 NPC 한명이라도 모두 음성이 지원되어있어, 대화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춤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다소 아쉬운 부분은 타격감이다. 7개의 단축키로 전투는 보다 편리해졌으나, 부족한 타격감은 전투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화살을 한 발 쏘는데, 나뭇가지를 던지는 느낌이랄까.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전투는 액션을 즐긴다기 보다 어떤 스킬을 사용할까 하는 수 싸움의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엘더스크롤 시리즈, 그 때의 자유도는 어디로...

[▲나비도 채집이 가능하다.]

엘더스크롤 PC판에서는 대부분의 물건을 집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바구니라던가, 컵, 적이 들고 있던 장비 뿐만이 아니라 각종 음식, 접시, 책 등 많은 것을 챙겨가는 것이 가능했다. '엘더스크롤 온라인'은 보인다고 하여 모든 것을 모두 가져갈 수 없다. 수집할 수 있는 종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물건을 모아 집안에 장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재미 중 하나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훔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경비병이나 NPC에게서도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칼, 방패는 전부 그림의 떡이었을 뿐. 무엇하나 가지고 갈 수 있는 장비는 없다.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는 PC판에 비해 수집할 수 있는 물품에 대한 제약이 심했다.

물론 이러한 제약을 둔 이유를 이해하기는 한다. 좋은 장비를 위해 많은 유저들이 NPC를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독점하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퀘스트의 주요 NPC까지 보이지 않게 되어,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엘더스크롤 온라인'은 자유도의 일정 부분을 제한했다.

온라인화 되면서 그 자유도는 제한될 것이라는 것은 짐작은 했지만, 이는 더욱 PC판이 생각나게 한다. 정말로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해도 상관이 없었던 PC판의 자유도가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 속 세계의 룰을 어기면서까지 특정 행동을 할 수 있었던 하나의 자유를 빼앗겨 버렸다는 느낌이다.

[▲다른 유저가 존재한다는 것은 역시 다른 느낌이다.]

'엘더스크롤 온라인'에서 기존에 나왔던 패키지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가능했다. 다양한 이야기의 퀘스트와 수집이 가능한 각종 아이템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넓은 오픈 월드 속을 탐험하는 재미는 담겨있다. 다만, 각 요소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있는 퀘스트의 내용이 짧아졌으며, 수집할 수 있는 아이템의 양도 줄었다. 패키지에서 즐길 수 있는 깊이 있는 콘텐츠들과 유사한 형식을 띄고는 있지만, 그 재미가 그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민감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유도의 제한이다. 필요하다면 NPC와 전투를 벌여서라도 아이템을 얻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슬쩍해오는 행위도 허용된 전작에 비하면, '엘더스크롤 온라인'은 이전보다 제한적이다.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패널티를 받게되지만, 게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도 상관이 없었던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엘더스크롤 온라인' 속의 삶은 지극히 평범했다.

그렇다고 온라인화 하면서 단점만 존재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 이외의 사람과 같이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패키지에서 느낄 수 없었던 유저간의 PvP의 콘텐츠의 개성이 뚜렷했다. 길드를 만들고 공성전에 참여할 수 있으며, 진행된 전투의 승패가 게임 속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점은 '엘더스크롤 온라인' 세상 속에 살고 있는 한 명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전장의 밸런스도 잘 구성됐다. 전장에 처음 진입이 가능한 레벨이더라도 일정 수준의 레벨만큼 동등하게 능력치가 올라가, 레벨에 상관없이 PvP를 즐기는 것도 가능했다. 다른 부분에선 아쉽기도 하지만,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전장은 아쉽게 느껴졌던 점을 메꿨다.

'엘더스크롤 온라인'은 패키지의 재미를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다만 온라인화 하면서 패키지처럼 알찬 느낌이 적을 뿐이다. '엘더스크롤 온라인'에 대한 평은 패키지를 플레이 했던 방식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본다.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도를 추구하는 유저에게는 크게 아쉽게 느껴지겠지만, 다른 유저와의 PvP를 즐기고 싶거나 게임을 같이 플레이 하기를 원했던 유저에게는 '엘더스크롤 온라인'은 반갑게 느껴지지 않을까? 물론,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중심 스토리의 한 장면, 이들에 의해 세계는 .....]

[▲경비병은 알코올에 약했다.]

[▲작은 미니 던전은 항상 있다. 미니맵은 깔끔했다.]

[▲필요한 장비는 만들 수 있다.]

[▲패키지에 있던 길드는 그대로 건재했다.]

[▲위의 4개의 맵이 전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