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날 게임은 게임명 외에 수식어 한 단어가 더 붙는다. 이름 하여 '여.성.향.'. 특히, "여자가 나오지 않는 게임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는 이현수 기자의 말마따나 '99% 남자 캐릭터만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문구는 뭇 남성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는 여성향의 이미지와는 달리, 원예부의 일원이 되어 순수한 남성 '맨드레이크'들을 직접 재배하고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치유계 게임이었다. 바로 오늘 만날 '재배소년'의 이야기다.

특히, 유명 성우들의 풀 보이스와 아기자기하고 간단한 게임성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 재배소년은 대중성이라는 색다른 길을 걷고 있는 만큼 다양한 유저에게 인기를 끌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뷰를 읽기 전, 대중성이라는 게임의 기치를 묻어버릴 정도로 여성향 게임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게이머라면 달콤한 순정만화 한 권 빌려보기를 권장한다. 재배소년도 순정만화의 재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게임의 한 종류일 뿐이니까. 그리고 편견에 휘둘려 놓치기엔 재배소년의 독특한 소재는 아깝기 그지없다.

기자 역시 평소에 없던 소녀 감성을 진공 청소기로 카펫 빨아들이듯 싹싹 끌어모아 게임을 소개하고자 하니, 오늘의 주인공 재배소년을 직접 만나보자.




* 기본점수는 5점 만점에 2.5점. 다만 취향에 맞을 경우 5점 만점에 5점

어려운 조작? 그런 거 안 팔아요. 물만 주면 자라는 맨드레이크!

재배소년에서는 아기자기하고 멋진 나만의 맨드레이크를 기르는 데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아요. 원예부에 배속된 여러분은 화분에 씨앗을 뿌리고 물만 주면 재배할 수 있죠.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터치 몇 번으로 이루어져요. 예를 들어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면 되요. 또한, 수확시간을 줄여주는 '물뿌리개'를 친구와 주고 받아 더 빠르게 수확할 수도 있어요.

맨드레이크 씨앗은 무료로 심을 수 있는 하급 랜덤 씨앗과 함께 게임머니나 캐시 아이템인 별을 통해 구매 가능한 다양한 씨앗이 있어요. 특히 1,000골드로 심을 수 있는 상급 랜덤 씨앗은 비싸지만, 캐시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인 별 4개의 등급까지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노력만 한다면 모든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죠.

또한 다른 수집 장르의 게임과 달리 한번 산 씨앗은 영구적으로 다시 심을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등급의 맨드레이크를 얻기 위해 수없이 많은 결제를 할 필요도 없죠.

▲ 원예부의 아이돌 수국 선생님의 지시만 따르면 맨드레이크 재배도 식은 죽 먹기죠

이렇게 맨드레이크를 수확하다 보면 등급에 따라 자동으로 코인을 얻게 되요. 이 코인은 새로운 씨앗을 사거나 탐험 모드를 진행하고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탐험이라고 해서 거창한 컨트롤이나 필요 아이템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스토리에 맞는 코인을 내고 탐험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또한, 이렇게 탐험 모드를 통해 확인한 이야기는 별도의 비용 없이 스토리 도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 맵에서 스토리를 선택하고 탐험 시간이 지나면 캐릭터의 이야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이처럼 게임 안의 여러 콘텐츠는 특별한 어려움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요. 또한, 친구를 등록하고 모험 모드를 데리고 가면 친구에 따라 탐험 시간을 줄여주기도 해요. 물뿌리개 같은 유용한 아이템뿐만 아니라 스토리 진행에도 도움이 되는 친구는 많이 초대해 놓을수록 이득이랍니다.

▲ 친구들은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돼요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한다! 훈훈한 그래픽과 풀 보이스

재배소년의 가장 큰 장점은 아기자기한 도트 캐릭터는 물론, 수려한 일러스트가 장점이에요. 특히, 흑요석, 코멧, 수산시장 등 다양한 활동으로 팬층을 가지고 있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러한 일러스트는 같은 맨드레이크를 재배해서 레어 맨드레이크로 성장시키거나 탐험 모드를 통해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어요. 단순한 캐릭터의 수집을 떠나 일러스트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맨드레이크를 성장시키고 탐험해야 하는 거죠.

▲ 땀을 뻘뻘 흘리는 SD캐릭터도 귀엽지만 수려한 일러스트의 맨드레이크도 매력적이에요

또 하나의 큰 특징은 풀 보이스를 지원한다는 점이에요. 그것도 목소리만 들어도 '무릎이 탁, 눈이 번쩍'이 발동될 만큼 유명한 성우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물론 다른 분들도 이미 잘 알려진 분들이죠. 이런 유명 성우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살려 세세한 부분의 연기까지 잘 살리고 있어요.

판타지 속 맨드레이크처럼 재배소년의 맨드레이크도 화분 속에서 꺼낼 때 특유의 비명(신음)소리를 지르거나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멋진 목소리 연기를 보여주죠. 이와같이 성우를 좋아하는 팬들이나 성우를 잘 몰라도 목소리는 들어봤을 법한 유명 성우의 연기는 게임에 대한 집중력과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수집욕까지 덩달아 상승시킨답니다.

▲ 캐릭터 도감부터 맨드레이크의 재배, 업데이트 순간에도 음성이 지원되요



서브 문화의 내용도 곳곳에, 다양한 팬층을 노린다!

재배소년은 독특한 소재와는 달리 대중적으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서브 문화에 대한 내용도 곳곳에 담고 있죠. 탐험 모드의 스토리 챕터 제목이나 미중년의 등장, 여자 같은 캐릭터가 사실은 남자였다느니 하는 2차 창작의 소재가 될만한 요소들에서 알 수 있죠.

일반 유저의 경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크게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요. 하지만 원래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만큼 더 재미있겠죠? 재배소년은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았어요. 이러한 숨어있는 요소를 찾는 것도 재배소년을 색다르게 즐기는 재미가 되고 있어요.

▲ 챕터 제목을 어디서 본 것 같다면 당신도 이미…….


다양한 도감과 수집한 맨드레이크의 숫자에 따라 커지는 타운 메뉴는 더욱 많은 수집욕을 자극하는 요소기도 해요.

타운에는 이제 끔 수집한 맨드레이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수집도가 높아질수록 건물도 성장하면서 하나의 도시로 성장해요. 더불어 타운 메뉴나 도감 메뉴에서 캐릭터를 터치하면 특별한 대사나 재배 시 나오는 비명을 내뱉기도 하 등 더 큰 도시, 더 많은 맨드레이크들을 모으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죠.

이런 다양한 부분의 서브 문화와 수집욕은 재배소년을 좀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요소기도 해요.

▲ 캐릭터 도감을 채워나가다 보면 맨드레이크 재배에 대한 욕구가 샘솟죠.



아울로그의 재배소년은 '재배소녀' 시리즈의 후속작인 만큼 탐험 모드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보여주었으나, 씨앗을 뿌린 후 손쉽고 빠르게 제거 할 수 있었던 씨앗 일괄 제거 등 전작의 편의요소가 사라진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아울로그 재 로그인시 데이터를 삭제해야 하는 등 자잘한 버그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전작보다 발전한 그래픽과 수려한 일러스트, 성우의 연기 등 게임이라는 부분의 발전에서는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특히, 여성향 게임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적었던 점도 재배소년을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부녀자로 불리는 동인계열이나 성우 마니아들이 혹할 만한 요소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자 게임팬 역시 소녀 감성을 담지 않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재배소년의 이런 독특한 게임성과 대중적인 요소를 포용한 점을 통해 여성향 게임에 대한 편견도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재배소년은 주제가 다소 난감하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잘 만든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