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pare to die, 죽을 준비가 되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이 무슨 중2병스러운 말이냐'고 웃어 넘기겠지만, 몇몇 게이머들은 너무나 즐거웠으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고통스러웠던 게임을 떠올리게 된다. 프롬소프트웨어에게 찬사와 저주를 함께 남긴 상상초월 난이도의 '소울 시리즈(데몬즈 소울, 다크 소울, 다크 소울 2)' 때문이다.

죽음을 기피하는 대다수의 게임과 달리, 끊임없이 쓰러지고 죽으면서 죽음 자체가 경험과 재미가 되는 소울 시리즈는 프롬소프트웨어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제대로 승화시킨 명작. 다만 워낙 게임을 구매한 사람들 중에서 엔딩을 본 게이머가 10% 미만이라고 할 정도로 극악한 난이도가 특징이다.

▲ 야마기와 마사아키 PD
(그가 입은 티셔츠는 미국 사전체험 이벤트에서 배포한 것으로,
당시 참석한 3,500명의 유저 중 30여 명만 가져갈 수 있었다. 조건은 '체험판 클리어')


TGS 첫째날, 프롬소프트 저팬스튜디오의 야마기와 마사아키 PD가 소울 시리즈의 정신을 계승하는 극악 난이도의 신작액션 게임 '블러드본'에 대해 답변했다. 블러드본은 얼마전 미국의 사전체험 이벤트 프로모션에서 엄청난 난이도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마사아키 PD의 설명에 의하면 이벤트에 참여한 3500명 중 체험판을 성공해 티셔츠를 받아간 게이머는 3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터뷰 및 시연에서도 블러드본의 극악한 난이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는데, 게임을 시연해주던 관계자가 체험판에서 계속 죽는 바람에 결국 미리 찍어놓은 소개 영상으로 시연을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마사아키 PD의 설명에 의하면 블러드본의 테마는 세 가지로, 미지에 대한 탐색과 사투, 그리고 온라인이다.

첫번째인 미지의 탐색은 지도나 필드 뿐 아니라 독특한 세계관과 숨겨진 이야기 등 모험의 재미를 살려주는 미지의 요소들. 블러드본의 무대가 되는 곳은 짐승의 병이 돌고 있어 사람의 피를 치료제로 거래하는 저주받은 도시, 빅토리아 시대를 연상케하는 고딕 호러를 모티브로 한다.


게이머는 짐승들을 사냥하는 헌터가 되어 활약하지만 사실 도시 곳곳의 짐승들 역시 자신이 짐승으로 변한 줄 모르는 헌터들로, 의식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게이머를 적으로 판단해 공격해오는 것이다. 체험판에서는 기존에 소개되었던 총과 검 외에 거대한 해머가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게이머는 게임 내에서 이런 다양한 무기들을 활용해 짐승들의 공략법을 찾아내야 한다.


시연의 와중에 데몬즈 소울과의 차이점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도구와 회복 아이템의 슬롯이 나뉘어져 있다. "전작에서 슬롯이 하나였기 때문에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회복 아이템만 가져갔다."고 설명한 마사아키 PD는 "회복 아이템 역시 전략 중의 하나지만, 좀 더 다양한 플레이를 바라는 마음에서 도구와 회복 아이템의 슬롯을 분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테마는 블러드본의 전투는 곧 사투라는 점이다. 블러드본에서는 치열하게 싸우고 승리했을때 압도적인 환희를 느낄 수 있는 전투를 목표로 제작되었으며, 이를 위해 전작에 비해 능동적인 전투 방식과 리게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방패로 방어 후 공격이라는 수동적인 방식을 버리고 총을 도입해 좀 더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전투를 수행해야 하며, 전투 중 발동하여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리게인 시스템으로 적극적인 전투를 유도한다. 다만 적극적인 전투가 곧 핵앤슬래시는 아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여전히 강력한 적을 상대로 어떻게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리게인 시스템은 게이머의 체력 게이지가 오렌지색이 되는 타이밍에 반격을 할 경우 체력이 회복되는 시스템으로, 방어적인 성향의 방패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방패는 피해량을 막아주는 방식이지만, 리게인은 받은 피해량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게이머가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실제 게임에서 적용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게인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관계자가 체험판을 플레이했지만 계속 쓰러지는 모습만 구경했다. 마사아키 PD는 언젠가는 리게인이 될 것이라는 설명으로 시연을 넘겼다.


능동적인 전투를 위해 도입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환경의 변화. 블러드본은 적들이 한 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스테이지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거나 달라진다. 체험판에서는 어디선가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마을을 배회하던 헌터들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패를 대체하는 총은 공격용이기도 하지만 적의 밸런스를 무너트리거나 빈틈을 노리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적이 공격해오는 순간 타이밍좋게 총을 쏘면 특별한 공격이 나가기도 한다고. 시대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이기 때문에 총 역시 근접 무기로 활용하게 된다.

한편 도쿄 게임쇼에서 최초 공개된 스테이지에서는 공동 묘지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적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사아키 PD의 힌트에 의하면 이 곳에 등장하는 적들의 약점은 허약한 관절. 헌터들이 구르기로 적들에게 부딪히면 약한 관절때문에 뒤로 밀려나거나 공격을 멈추게 된다.


마지막 세번째 테마는 온라인. 이번 게임에서도 전작의 혈흔과 유사한 비동기식 멀티플레이 요소가 존재하며, 별도로 메신저라는 작은 악마들이 등장해 게이머들과 교감을 하게 된다. 메신저는 게이머를 따라다니는 일종의 하인이나 종자로 편지를 맡기거나 전해주는 일을 한다.

마사아키 PD는 '한국 역시 최근 PS4의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는데 블러드본과 함께 다양한 플레이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연을 마쳤다. 아래는 현장에서 오고간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블러드본 개발자 인터뷰


▲ 야마기와 마사아키 PD

Q. 블러드본의 볼륨은 어느 정도인가?

맵은 데몬즈소울보다 크고 플레이시간도 길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 자체도 긴 편이고, 반복 플레이를 위한 요소들도 많다.

Q. 소울 시리즈의 경우 어려운 게임이었지만 멀티플레이를 통해 좀 더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블러드본은 어떤지 궁금하다.

멀티플레이도 존재하지만, 데몬즈소울 같은 방식은 아닐 것이다. 아직 자세한 걸 밝힐 수는 없고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 다만 멀티플레이에서는 몬스터의 체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꼭 쉬워진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멀티플레이 부분은 앞으로의 발표나 소개를 기대해달라.


Q. 총의 활용이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것 같다.

좀 더 능동적으로 전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패를 버리고 총을 도입했다. 다만 현대전이 되면 총이 만능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좀 더 위력이 약한 총의 초기 시대가 배경이 된 것이다. 근접 전투라는 방식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어도 직접 해보면 느낌은 많이 다를 것이다.

총은 적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거나 카운터로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시연에서 위력이 약한 것처럼 보였다면, 우리가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웃음) 오늘 보여드린 데모는 어디까지나 체험판이니 앞으로 피드백을 통해 밸런스를 조절해나갈 것이다.


Q. 리게인의 경우 체험판에서 회복되는 체력이 상당하던데 밸런스에 문제는 없는지?

리게인으로 회복되는 양은 조절중이다. 다만 게임 내에서 위력은 약하지만 리게인의 성능이 좋은 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절해나갈 예정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Q. 고딕은 음울할 뿐 아니라 장엄하거나 화려한 면도 있는데, 블러드본은 너무 어둡기만 한 것 같다. 좀 다른 분위기는 없나?

미스테리한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스테이지에 따라 화려한 부분들도 나오고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체험판에서는 캐릭터가 4명이 등장하던데, 정식 버전에서는 더 추가되는지 궁금하다.

체험판은 선택을 위해 일부러 맞춰놓은 것이고, 실제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켜나가는 방식이다. 직업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코스츔이나 무기, 성별 등 성장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Q. 체험판에서 종이 울리면 환경이 바뀌던데, 종소리 외에 다른 방식의 변화도 있나?

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다. 기다리시는 게이머분들에게 게임의 내용을 누설하는 것이 되어서...(웃음) 유저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양해를 부탁드린다.


Q. 전작들의 경우 구매한 사람 중에 10%도 엔딩을 보지 못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였는데 블러드본은 어떤지 궁금하다. 블러드본도 통계가 비슷할까?

전작들도 마찬가지지만 어렵고 달성감이 있는 게임이라는 점은 유지할 것이다. 다만 유저분들의 의견을 조사하거나 고려해볼 생각도 있다. 데몬즈소울의 경우 초반부터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그만두는 분들이 많았다.

난이도의 상승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어서 최종 난이도는 비슷해서 초반에 접는 분들은 없도록, 적응이나 배우는 과정을 도입하면 더 많은 분들이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전작을 즐겼던 분들도 마음에 들어하실만한 난이도는 유지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된다.


Q. 블러드본을 개발한 개발자들은 다 깼는지 궁금하다.

블러드본의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굉장히 잘해서 그런가, 데모는 다 깼다. 다만 미야사키 디렉터가 액션 게임을 잘 못해서, 이 분이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Q. 한글화가 발표되면서 한국에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를 플레이하셨던 분들은 물론 아예 경험해보지 못했던 분들도 즐기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한국 분들도 많이 즐겨봐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TGS2014 인벤 특별취재팀
장인성(Roman), 오재국(Lucks), 정재열(Zeki), 김지연(KaEn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