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삼성땅!

아마 스타크래프트1 시절 삼성전자 칸(현 삼성 갤럭시 칸)의 팬이라면 위 문구를 잊지 못할 것이다. 프로리그가 막 출범하기 시작한 2003년, 당시 삼성전자 칸은 상위권보단 하위권에 어울렸던 팀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2008년 신한은행 프로리그 통합 결승전에서 10만 관중을 이끌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SK텔레콤 T1, KT 롤스터와 더불어 e스포츠 역사를 함께 이끌어간 삼성 갤럭시 칸. 그 중심에는 보이지 않은 숨은 공신 주영달 코치가 있다.

주영달 코치는 팀에 입단한 2004년부터 막내부터 코치직을 맡은 2014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삼성 갤럭시 칸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진정한 '삼성맨'이다. 주영달 코치는 스타크래프트1 시절 개인리그에서 빛을 바라진 못했지만 묵묵히 팀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코치이자 선수들의 친한 형으로서 삼성 갤럭시 칸과 함께 20대를 보냈다.

그리고 오는 14일, 자신이 10년 동안 몸담았던 곳을 떠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주영달 코치. '평생 직장'이란 말이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10년을 몸담았던 삼성 갤럭시 칸을 떠나는 주영달 코치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4일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삼성 갤럭시 칸 주영달 코치입니다(웃음).


Q. 프로리그가 끝난 지도 한 달이 넘어가고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최근 근황이 궁금하네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입대할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그러다 프로리그가 끝난 뒤 현재는 꿀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뒤 이렇게 길게 쉬고 있는 적이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네요(웃음).


■ 아쉬움이 남는 프로리그 2014 시즌



Q. 이번 시즌 코치로서 아쉬움이 많은 시즌일 것 같은데, 만약 삼성 갤럭시 칸이 결승에 올랐다면 입대 계획도 미뤄졌을까요?

그렇진 않았을 것 같아요. 고민은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이 입대할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았어요. 이번 프로리그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후회는 없습니다.


Q. 사실 시즌 시작 전 삼성 갤럭시 칸이 강팀으로 분류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1라운드에서 2위를 차지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죠?

저희도 1라운드에 이정도 성적을 거두리라 예상치 못했죠. 그래도 잘했을 때 그 분위기를 오래 이끌어가지 못한 게 아쉽죠.


Q. 코치로서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민수. 강민수요. 사실 제가 코치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받게 된 첫 선수이기도 하고,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팀 내 선수 변화가 없었잖아요? 중간에 (남)기웅이나 (백)동준이가 들어오긴 했지만 동준이 같은 경우는 아예 출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요.

민수는 점점 더 잘해질 거에요. 다음 시즌 강민수를 주목해주세요.(인터뷰 이후 강민수 선수는 별들의 전쟁이라 불렸던 드림핵 스톡홀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Q. 그럼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팀 내 테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프로리그 1, 2라운드 당시에는 오직 랭킹전에 의해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줬었어요. 그런데 꼭 랭킹전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분명히 경험이 많은 (송)병구나 (김)기현이는 실력 외적으로도 방송 무대에 대한 장점이 많은 선수들이었죠.

2라운드 이후 시스템을 바꾸면서 선수 전원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로 바뀌긴 했지만 초반부터 이런 분위기였다면 달라졌을 것 같아요.


Q. 그래도 마지막 4라운드에서 4위로 플레이오프에 합류하며 통합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극적인 가능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요?

당시 SK텔레콤 T1과 경기였는데, 저희를 제외한 모든 분들은 엔트리에서 삼성이 졌다고 하더라고요. 남들은 그렇게 말해도 팀 내부에선 굉장히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노열이만 빼고 다 허무하게 패배했었죠. 이번 시즌 가장 아쉬움이 많은 남는 경기에요.


Q. 이번 시즌 프로리그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스타2로 넘어온 뒤 최고의 프로리그였어요.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관중들, 경기장 모든 부분에서 좋아졌지만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선수들의 세팅에 관련된 부분이에요. 코치로서 개인적인 바람은 선수들이 세팅하면서 불만 없이 최고의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으면 만족했어요.

그런데 솔직히 지난 시즌에는 세팅에 대해서 컴퓨터 사양이나 경기 도중 다운되는 현상도 많았고 여러 가지로 마찰이 심했죠. 그런데 이번 시즌은 선수들이 입을 모아 넥슨 아레나에 부스에 대한 칭찬을 했어요. 최고의 세팅을 위해 많은 배려를 했더군요.


■ 청춘을 바친 10년, 프로게이머 주영달



Q. 2004년부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셨죠.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예전에 비해 대회 규모가 줄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흔히 말하는 '스타1 황금기'를 보냈던 선수로서 옛날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웃음). 특히 스타1, 스타2 병행 시즌은 정말 열악했었죠. 코치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 시즌 프로리그는 정말 재밌었어요.


Q. 요즘엔 LOL이 인기가 엄청나죠. 주영달 코치님이 바라보실 때는 어떠신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상승곡선이 너무 가파르다는 생각이에요. 스타1 초창기 어려웠던 시절이 없이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하고 있죠. 스타2 신예 선수들도 마찬가지고요.

팀 내 막내급 선수들이 가끔 반찬 투정도 하고 그럴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자주 언급해줬죠.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에 대해서요. 솔직히 옛날 프로게이머들에 비해 요즘 선수들은 '간절함'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에요. 아마추어 시절, 팀에 입단해 월급을 받기 위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선수는 없잖아요?

최고가 되기 위해, 우승을 하기 위해, 정말 게임이 즐겁고 정상에 오르기 위해 도전을 시작했을 텐데 몇몇 LOL 선수들이나 스타2 신인급 선수들에겐 그런 점이 부족해 보였어요.


Q. 그렇다면 코치님이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된 계기는 뭔가요?

(홍)진호 형 때문이죠. 정말 멋있었어요. 특히 오래된 분들은 기억하실 수 있는데 예전에 GAME-I라는 서버가 있었어요. 거의 2000~2001년 당시인데 그 시절부터 진호형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진호 형이 알려지게 된 계기인 2001년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정말 멋지다고 느끼고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되었죠.


Q. 스타1 시절 '예선 최강자'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하지만 유독 메이저급 개인리그와 인연이 없었던 까닭이 있다면?

어떻게 보면 그게 저의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항상 어중간한 플레이를 했던 것 같아요. 올인도 아니고 안정적인 플레이도 아니고 애매했던 거죠. 그래서 코치로서 현재 선수들에게도 어중간한 플레이는 하지 말라고 항상 얘기해줘요.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확실한 컨셉이 있는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확실히 방송에만 나가면 실력이 발휘되지 않은 선수들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원인이 뭘까요?

출전 기회를 잘 못 잡는 선수들이 느끼는 기분을 제가 잘 알아요. 어렵게 얻은 출전 기회에서 어설프게 하면 다음 경기에 못 나갈 것 같은 압박감도 있고, 뭔가 더 보여주려고 하다가 스스로 말리는거죠. 코칭스태프는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선수 본인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어중간한 플레이가 나오는거고요.


Q. 예전 스타1 프로리그에는 출전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하늘에 별 따기였죠(웃음)?

지금에 비하면 정말 대단했죠. 제 꿈이 뭐였는지 아세요? 프로리그 벤치에 앉아보는 거 였어요(웃음). 경쟁도 정말 힘들었죠.

■ 코치 주영달, 선수 시절과는 또 다른 재미



Q. 코치로 보직을 변경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당시 김가을 감독님이 제가 주장일 당시 코치직이랑 잘 어울린단 말씀을 자주 해주셨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선수들을 케어하고 그런 게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코치를 시작하면서 좌우명이 있다면 앞서 말했던 부분이지만 '어중간한 선수를 만들지 말자'였어요. 제가 그랬기 때문이죠(웃음).


Q. 코치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요?

음.. 선수들의 스타일을 바꿔주는 것? 노열이랑 영한이가 다른 팀에 있다가 오게 되었을 때도 힘들었어요(웃음). 팀 시스템에 적응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노열이와 영한이랑 친해지기 위해 같이 술도 많이 먹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코치를 해보니 선수 시절 알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죠.

솔직히 그런 거 있잖아요?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이해 못 하는 거요. 그런데 막상 위에서 선수들을 관리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Q.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노열이가 GSL 우승했을 때요. 사실 당시엔 협회 선수들이 스타2로 넘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었잖아요. 그래서 우승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정말 기뻤어요. 그리고 당시 강동현 선수 포스가 엄청났잖아요. 그리고 지난 프로리그 정규 시즌 1위도 기억나고, 민수가 코드S 처음 올라갔을 때도 기억나네요.


Q. 선수와 코치, 둘 다 겪어 보셨잖아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솔직히 둘 다 힘들죠. 다 각자 입장이 있지만 선수는 내가 열심히 하고 나만 잘하면 되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코치는 내가 아닌 다른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하니깐요. 하지만 확실한 건 선수시절 만큼 행복했던 시절은 없어요.


Q. 강민수 선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민수가 원래 스타1 연습생으로 뽑은 선수였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스타2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팀 선후배 상관없이 똑같은 출발선에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민수가 초기에 실력이 빨리 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한 적도 있지만 잘 버텨줘서 고맙기도 하고요.


Q. 전 감독님인 김가을 감독님이 주영달 코치님에게 끼친 영향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김가을 감독님이 팀을 떠나실 때 정말 힘들었어요. 정말 선수들을 생각하는 최고의 감독님이셨어요. 그리고 (최)우범이 형도 LOL 쪽으로 가면서 의지할 곳이 없어진 느낌(?)도 있었고요. 생각해보니 그때도 병구가 있어서 의지가 많이 됐었네요(웃음).

김가을 감독님 하니깐 생각나는 게 있는데, 2008년 즈음 감독님이 절 걱정하시면 항상 다시 재기하길 바랐어요. 방송무대에 대한 공포증이 있던 당시, 직접 사비로 상담 치료도 시켜주시고 항상 선수들에 대한 걱정과 배려가 많으셨던 것 같아요.


Q. 삼성 소속 선수에서 코치로 활동하면서 10여 년을 함께 보낸 유일한 선수가 있죠. 바로 송병구 선수인데 웬만한 형제보다 서로를 더 잘 알고 친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코치로 지내면서 가장 큰 힘이 되준 선수가 바로 병구에요. 팀 막내 시절부터 같은 동고동락해온 동생이지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확실히 팀 내 병구같이 롤모델이 있으면 후배 선수들한테 좋은 본보기도 되고 여러 가지로 도움이 많이 되죠.


Q. 요즘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선수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 프로게이머 선배로서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할 선택을 해선 안돼요. 해외 진출을 원하는 선수도 있고, 국내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원하는 선수도 있고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할 뿐이죠.

다만, 해외 대회가 절대 만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해외 대회가 더 쉽다고 생각하는 팬분들이 간혹 계신데 거기서 활동하는 선수들 역시 산전수전을 겪으며 경험이 쌓일 대로 쌓이고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들이니까요.


Q. 이제 진짜 군입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면요?

엄청 많죠. 팀을 거쳐 간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요. (변)은종이 형, (이)창훈이 형, 인간본좌 (김)동건이, (이)성은이, (박)동수, (모)상호 등등 모든 선수가 생각나네요. 입대한다니까 다 연락들이 오더라고요(웃음). 협회 게임단 연습 시스템이 안 좋게 말하면 닭장 시스템이라고 하잖아요? 전 오히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오히려 선수들끼리 더 뭉치고 돈독해진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Q. 이제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삼성 갤럭시 칸과 주영달을 사랑해주신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입대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시원 섭섭한 기분이네요. 항상 삼성 갤럭시 칸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